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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집에 10개도 넘게 쌓였네” 친환경이라지만 이렇게 찍어내도 돼?[지구, 뭐래?]
각종 행사 및 박람회에서 받은 에코백들이 쌓여있다 [독자 제공]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박람회나 행사 갈 때마다 에코백 2~3개씩 받아와요. 이렇게 많이 만들고, 한번밖에 못 쓰는 가방이 정말 친환경이 맞는지…”

사회적 거리두기가 대폭 전면 완화되면서, 전국 방방곡곡으로 출장을 다니게 된 직장인 A씨. 돌아오는 길에는 꼭 에코백 하나씩 들고 오게 된다. 안내 책자나 문구류, 열쇠고리 등 각종 기념품을 한 데 담는 용도로 쓰인다.

기존에는 비닐 봉투에 줬다면 이제는 주로 면이나 헝겊 재질로 된 에코백이 대세다. 장바구니나 짐을 담는 용도로 재사용할 수도 있고, 쓰레기가 되지 않아 좋다. 이 가방 자체도 기념품인 만큼 평소 들고 다닐 수 있도록 보기 좋은 디자인을 앞세우고 있다.

문제는 너무 많다는 점이다. 열이면 열, 모든 행사에서 나눠준다. A씨는 “에코백이 제일 많을 때는 12개까지 있었다”며 “주변에 나눠주는 데도 한계가 있고, 당일 외에는 거의 사용할 일이 없어 보관만 하고 있다”고 토로했다.

서점 생활성서사에서 기부 받은 에코백들. [생활성서사 제공]

에코백이 기념품으로 전락하면서 본래의 기능을 잃고 있다. 에코백이라는 이름은 우리나라에서 쓰는 일종의 콩글리시다. 영미권에서는 재사용 가방(Reusable shopping bag)으로 주로 불린다. 즉, 여러 번 사용하지 않는다면 에코백을 쓰는 취지 자체가 무색해진다.

한두번 쓰는 정도로는 안 된다. 연구마다 다르지만, 최소 131번에서 많게는 2만번까지 재사용해야 환경에 가해지는 부담을 덜어낼 수 있다고 한다. 닳아 없어질 때까지 써도 에코백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상쇄하지 못할 수도 있다.

버릴 때만 생각하면 면 등이 비닐보다 묻어도 잘 썩고, 태워도 탄소가 덜 배출되겠지만 제조부터 유통, 폐기까지 전 과정을 고려하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목화 재배에도 물과 토양, 비료 살충제 등이 들어가기 때문이다.

요즘 에코백은 면의 기본 색상인 베이지색 외에 검은색부터 노란색까지 형형색색 다양해진 만큼 염료도 추가된다.

[인터넷캡처·생활성서사 제공]

에코백이 이름과 달리 친환경적이지 않다는 걸 아는 시민들 사이에서는 무료 나눔이 인기를 끌고 있다. 특히 일부 서점이나 출판 업계에서는 비닐 봉투를 대체할 에코백 기부를 받고 있다.

독립출판물 박람회 ‘제주북페어’는 지난해에 이어 올해 4월에도 일회용 봉투 대신 에코백을 재사용하는 이벤트를 열었다. 행사에서 책을 사고 팔면서 필요한 봉투를 확보하려 사전에 에코백을 기부받은 거다. 원하는 관람객들에게도 에코백을 나눠주기도 했다.

서점 ‘생활성서사’는 지난해 9월 생태 북콘서트에서 쓸 에코백으로 1300여장을 기부 받았다. 생활성서사 관계자는 “에코백 기부를 받아 사용하는 흐름도 있고, 행사 취지에도 걸맞아 에코백 기부를 받았다”며 “사용하고 남은 에코백도 책 포장에 계속 사용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서점 생활성서사에서 기부 받은 에코백들. [생활성서사 제공]

최대한 에코백을 많이 사용하는 것도 좋지만, 환경을 오염시키지 않는 가장 좋은 방법은 불필요한 에코백을 만들지 않는 거다.

에코백 주문 제작하는 건 어렵지 않다. 최소 10장 단위부터 소량으로도 주문할 수 있는 데다 문구, 그림 등을 추가해도 장당 2000원 안쪽이다.

기부나 무료 나눔을 이끄는 환경단체들은 자원순환이라는 명목 하에 기념품 에코백 제작하여 나눠주지 않을 것을 권하고 있다. 시민들도 에코백 등을 공짜라고 무턱대고 받지 않는 게 좋다.

addressh@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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