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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설] 선관위 ‘아빠찬스’ 국정조사 불가피, 전모 밝혀내야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최근 불거진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의혹’에 관련자를 수사 의뢰했다. 선관위 특별감사위원회가 내부 감사 결과, 의혹이 크다며 수사 의뢰로 결론 낸 것이다. 노태악 선관위원장은 지난달 31일 긴급위원회의를 주재한 뒤 “누구보다도 공정해야 할 선관위가 최근 미흡한 정보 보안관리와 고위직 간부들의 자녀 특혜 채용, 부정 승진 문제 등으로 큰 실망을 드렸다”며 고개를 숙였다. 선관위 수사 의뢰 대상자가 박찬진 사무총장과 송봉섭 사무차장 등 고위 간부 4명이지만 채용 비리 의혹이 11명까지 늘어난 상황에서 전·현직 직원의 전수조사가 불가피하다. 노 위원장도 국정조사를 받겠다고 했으니 의혹의 전모를 밝혀 환골탈태하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선관위는 35년간 내부 승진으로 채워온 사무총장직을 외부에 개방하고 상시 감시와 견제를 위해 외부 인사 중심의 감사위원회를 도입하겠다는 쇄신책도 내놨다. 하지만 이번 사태 추이를 보면 자체 혁신 의지가 있을지 의구심이 든다. 선관위는 애초 비리 의혹이 불거지자 “법과 원칙에 따른 채용”이라고 발뺌했다. 채용 비리 의혹이 눈덩이처럼 불어나자 등 떠밀리듯 외부 감사와 조사를 받겠다고 한 것이다. 앞서 선관위는 북한의 해킹 공격으로 국가정보원의 보안 점검 권고를 받고도 정치적 중립을 내세워 무시했다.

이번에 드러난 채용 비리 행태를 보면 조직 전반이 걱정스럽다. 자녀의 승진을 당사자가 결재하는가 하면, 대놓고 자녀가 응시한 걸 알리고 면접관들은 짜맞춘 듯 만점을 줬다. 지원자들이 면접관 심사표에 직접 인적 사항을 기재해 심사 항목을 미리 볼 수 있게 하는가 하면, 공고가 나가기 전에 채용이 예정됐다. 경력 채용은 간부 자녀들이 지방공무원에서 중앙공무원으로 이동하는 꼼수 통로가 됐다. 짬짜미 채용 비리가 만연해 있는 것이다. 이번 내부 감사는 5급 이상으로 한정한 것인데도 이렇다. 외부 감사를 통한 전·현직 직원 전수조사와 수사를 피할 수 없으며 국회 국정조사도 여야 이견이 있을 수 없다. 총선을 10개월 앞둔 시점에서 ‘선관위 길들이기’ 아니냐는 지적도 있지만 국민적 관심이 큰 사안인 만큼 국정조사를 통해 의혹을 투명하게 밝혀야 한다.

이런 사태가 또 일어나지 않으려면 선관위도 내부든, 외부든 감시와 견제를 받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동안 외부 감사를 막고 지내다 보니 민주주의의 보루여야 할 선관위가 특혜와 비리의 온상이 된 것이다. 헌법상 독립 기구가 비리 방패막이 돼선 안 된다. 차제에 기관을 관리·감독하는 데 소홀할 수밖에 없는 선관위원장의 비상근 문제 등 60년 된 조직 전반을 손봐야 한다. 무풍지대의 고인물은 썩기 마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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