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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닥터 차정숙’엄정화, “정숙의 성격 자체가 따뜻해서 너무 좋았다”
“30년간 물의 없는 건 친구 잘 둔 덕분”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69년생, 53세의 엄정화는 대단하다. 배우와 가수 영역을 넘나들며 30년간 롱런하고 있다. 그래서 여자연예인들 대다수가 엄정화를 롤모델로 삼고 있을 정도다. 4일 종영한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는 연일 화제성과 시청률을 싹쓸이하며 올 상반기 가장 핫한 배우로서 화제의 중심에 섰다. ‘닥터 차정숙’이 1회 시청률 4.9%로 시작해 12회에는 18.5%까지 치솟는 데에도 엄정화의 섬세하면서도 힘이 있는 연기가 크게 기여했다.

엄정화는 극 중 20년 차 가정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 역을 맡아 마치 실존 인물인 양 현실감 있는 연기로 캐릭터에 녹아들고 있다. 뭉클하면서도 감동과 여운을 전하는 엄정화의 힐링 연기는 더할 나위 없었고, 여기에 시청자들의 속을 뻥 뚫어주는 ‘엄정화 표 사이다 연기’까지, 보는 이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했다. 차정숙이 겪는 희로애락을 온몸으로 쏟아내며 성장기를 그려낸 엄정화를 만났다.

-종영 소감은?

▶너무 기쁜 마음으로 매주 첫 주부터 지금까지 즐기면서 오다가, 끝나게 되니까 너무 아쉽고 2주만 더 있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아쉽고 또 기쁘다.

-엔딩에 만족하는지?

▶대중들도 좋아할 거 같다. 방송할 때 많은 댓글들을 같이 보는데, 다들 정숙이의 온전한 새 출발을 기대하고 있는 것 같다. 그런 면에서는 저도 마음에 들었고, 대중들도 좋아하시는 것 같다.

-남편역인 서인호가 밉지 않더라. 가정 파괴범일 수 있는데 잘 넘어가더라. 그런 게 작품의 논조와도 관련이 있는지.

▶나도 궁금하다. 차정숙의 시선에서는 서인호를 좋아하는 마음을 계속 갖고 있지만 서인호가 주지 않는 사랑때문에 포기하는 부분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정숙은 인호를 좋아했던 것 같다. 아이 아빠이기도 하니까.

또, 병철씨가 어떻게 연기할지 궁금하긴 했는데, 공감을 살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인호의 상황 자체가 너무 궁금해서 이 이야기를 따라올 수 있겠다 생각했다. 공분 살 부분도 있어 화를 내시면서 따라올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이효리는 “언제 이혼하냐? 젊은 애 만나라”고 했다.

-의사 커리어를 중단했다가, 다시 의사가 되는 캐릭터다. 본인은 배우 커리어를 계속해서 이어온 입장에서 어떤 어떤 부분이 공감갔나?

▶제일 좋았던 부분은 20년간 주부로 살다가 다시 자신을 찾는 부분이 마음에 들었다. 공감도 영향도 줄 수 있는 부분이라 생각했고, 긍정적인 캐릭터여서 좋았다. 많은 분들이 가정을 이루고 아이를 키우면서 경력이 단절될 수 밖에 없다. 그러한 상황들에 대한 대리만족도 됐을 거다.

-차정숙이라는 인물은 다소 비현실적이지만, 가족 내에서 처한 상황은 현실적이었다. 비현실과 현실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고민한 지점이 있는가

▶드라마지만 정숙을 응원하면서 따라가야 한다고 생각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정숙이 누구에게든 진심을 표현할 수 있는 사람으로 비쳐지길 바랐다.

실망감이 커질때 조차 분노나 독기를 좀 더 조절했던 거 같다. 건네는 말이나 그런 것들이 제발 진심으로 느껴질 수 있도록 하는 게 가장 마음이 쓰였던 부분이었다.

-지금까지 해온 드라마 중 ‘닥터 차정숙’이 어느 정도 난이도인지?

▶정숙이가 너무 좋아서 어렵다는 감정보다 공감하면서 가져갔다. 오히려 감정조절이 어려웠다. 과하지도 독하지도 않게, 너무 분노로 가져가지 않도록 하는 게 고민이었다. 병원에서는 특히 더 즐거웠던 것 같다.

-레지던트 연기가 어려웠는지?

▶재미있었다. 특히 상황 자체가 재미있었다. 다시 레지던트로 돌아간다고? 의사들을 만나서 얘기하고 자문도 구했는데, 실제로 경력 단절을 경험했다가 돌아오시는 분들도 계시다고 하더라. 대부분은 너무 힘들어서 포기한다더라. 진짜 장난 아닌 일이긴 하니까.

-자신도 정숙처럼 도전할 것 같은지.

▶도전할 거 같다. 간접적으로 의사의 삶을 가깝게 느끼게 되었는데, 너무 어려운 직업이고, 사명감이 있지 않으면 감당하기가 어렵겠다고 느꼈다.

-출연 후 주위 반응을 실감하는지, 엄정화 세대가 아닌 친구들이 호응할 때 어떤 감정이었는지.

▶고려대 축제에 갔을 때도 함성 지르면서 ‘차정숙’이라고 하더라. ‘어머, 나 차정숙~’ 하면서 반가웠고 기뻤다. 남녀노소가 다 봐주시는 느낌이어서 정말 기뻤다. 아이들도 재미있다고 하고 저희 경비 아저씨도 좋아하시더라.

-아줌마 세대에 국한되지 않고 전 세대가 즐길 수 있었던 이유가 무엇일지.

▶모든 세대의 이야기가 들어있어서인 거 같다. 각각의 입장에서 다 좋아하시는 거 같다. 의사분들의 리뷰도 있더라. 재밌게 봤다. 차정숙이 어떻게 해나가는지에 따라서 이야기를 따라와 주시니까 재미있는 포인트가 된 거 같다.

-가장 마음이 쓰인 에피소드는.

▶환자들의 이야기는 다 어려웠다. 생사를 오가는 게 아니어도 스스로에게는 크게 받아들여진다. 아기를 낳고 남기고 간 이야기들도. 마음이 너무 아팠고 공감이 되었던 이야기였다.

-솔로지만 극 중에서 어머니와 아내, 며느리 등을 연기했어야 했는데, 연기할 때 참고한 부분이 있는지

▶미혼이고 아이도 없지만, ‘이걸 어떻게 연기해’ 이런 생각은 안 든다. 조카도 있고, 후배도 있다보니까, 사랑으로 오는 느낌이 있다. 정말 자식을 둔 부모의 입장은 또 다른 느낌일 것 같다. 그래서 이런 간접 경험을 할 수 있는 연기가 재미있다.

- 자녀 역으로 나온 후배 배우들은 어땠는지.

▶송지호 같은 경우 엄마 아들로 어떻게 할지 고민이었는데, 처음 리딩할 때부터 제 눈을 보고 연기했어요 라고 할 정도로 리딩때부터 너무 좋았다고 얘기했다. 신뢰감이나 호감이 있는 상태로 연기했다보니 서로 주고받을 수 있었다. 엄마로서 지내기에 아주 좋았다. 너무 열심히 하는 후배들이라 잘 되었으면 좋겠다.

-작품 선택 기준은.

▶내용 자체가 갖고 있는 즐거움이 있어야 한다. 웃기든 슬프든 즐거움이 있어야 하는 것 같다.

-명세빈 배우와도 친하게 지냈다고 하더라.

▶리딩도 서로 자주 하고, 뭔가 유대감이 생긴 거 같다. 명세빈 배우도 90년대부터 배우를 시작해, 서로 같은 걸 느껴온 동료애가 있다. 처음 리딩할때 얼마나 열심히 하고 싶어하는지, 잘 하고 싶어하는지를 느꼈다. 나에게 전화해 같이 리딩 한 번 해줄 수 있냐고 물어봐서 따로 또 만나기도 했다. 세빈같은 경우는 각각 배우들 다 따로 만나서 리딩할 정도로 정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승희가 잘 표현된 것 같다.

-여성이 주인공으로 나와서 성장 서사를 그리는 드라마는 많았는데, ‘닥터 차정숙’의 차별점이라면?

▶차정숙의 성격 자체가 따뜻해서 너무 좋았다. 쉽게 화도 내고 쉽게 흥분도 하고 모든 걸 표현하는 시대라고도 하고. 사람들이 많이 힘들기도 하다. 그런 작품들도 많고. 그 안에서 정숙이가 갖고 있는 깨끗한 진심이 너무 좋았다.

정숙이가 내뱉는 말은 다 진심으로 와닿았다. 어떤 사람들에게 건네는 응원이나 위로가 있다.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감는 스타일이다. 그런 게 차별점이 아닐까.

-여성 판타지라는 말도 하던데.

▶정숙의 선택이 마음에 들었다. 우리가 사는데 제일 중요한 것은 나 스스로다. 누구 때문에가 아니라, 누구에 의해서도 아니라 나로 온전히 사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작가의 의도도 그런 것 같다. 아이들도 다 컸고, 자신이 생각한 대로 뚜벅뚜벅 걸어간다. 여성서사만이 아닌 경력단절과 같은 사람에게 응원을 보내는 거다.

-가수와 배우 두 영역을 다 잘하고 있는데.

▶요즘 ‘댄스가수유랑단’을 촬영하고 있어 과거 배우를 병행하던 시절과 맞아가는 느낌이다. 힘들지는 않다. ‘환불원정대’부터 느낀 것인데 호피무늬 의상은 이제 쓸 일이 없을 줄 알았다. 8년만에 앨범이 나와 호피무늬 의상을 다시 넣어놓았다. 이번에도 쓸 일이 생긴다. 이제 마이크도 다시 사야겠다. 요즘은 트로트 장르가 유행하고 댄스 음악이 드문데, “언니 빨리 음반 내주세요”라는 말을 들을 때 가장 기쁘다. 신곡 발표를 서둘러야겠다.

-30년간 물의도 없었던 것 같다. 롱런비결까지

▶친구들을 잘 둔 것이 중요하다. 이들을 보고 잘 흡수하려고 노력한다. 후배들을 만나는 걸 좋아한다. 요즘 친구들은 어떤 스타일을 좋아하는지, 열어두고 내 것에다가 요즘 좋아하는 것들을 더하려고 한다.

그동안 강산이 세 번 변했다. 아직도 일이 너무 좋다. 연기와 무대 서는 것, 일을 사랑하다 보니 지치지 않는다. 결혼보다 일이 더 좋다. 우리 때는 댄스가수가 30세가 넘으면 무대에 오르는 걸 상상하지 못했다. 발라드를 불러라고 했다. 슬럼프는 데뷔 초반에도 왔다. 선택 폭이 좁아지고, 나이가 주는 부담감이 있었다. 3~4년 정도 슬럼프를 경험했다.

-결혼에 대해.

▶비혼을 추천하는 건 아니고, 결혼은 선택인데 하고 싶을 때 하는 게 좋다. 언제 결혼할지, 빨리 남자를 만나야 하는지에 대한 부담이 있을 수 있다. 나이 때문에 조바심을 갖지 말고, 자기가 원할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 나도 아직 결혼하고픈 사람을 못만났다. 중요한 것은 자신이 주도하는 인생이다.

엄정화는 마지막으로 “선배로서, 나이 많은 배우로 활발하게 활동하고, 꾸준히 하니 힘을 받는다. 이 힘으로 또 앞으로 갈 수 있겠다. 이런 기쁨도 오랜만에 느껴본다”고 말했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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