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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한국의 호크니’ 김보희가 담아낸 절정의 제주
갤러리바톤, 개인전 <Towards> 개최

자신의 반려견 레오와 작업실 앞 풍경을 담은 연작 앞에 선 김보희 작가 [이한빛 기자]

[헤럴드경제=이한빛 기자] 제주는 아름답다. 바다는 계절에 따라 그 색이 바뀐다. 해가 기울기 시작할 때 키 큰 삼나무 숲 길을 걷다보면 그 특유의 흙 냄새 나무 냄새 바람 냄새가 섞여 후각을 자극한다. 늘 만나는 저녁인데도 그 햇볕마저 색이 다르다고 느껴진다. ‘놓치고 싶지 않은 순간이라’ 휴대전화를 꺼내 이곳 저곳을 찍지만 그 감성이 살아나진 않는다. 어딘가 촌스럽고, 익숙한 관광지의 풍경일 뿐이다.

김보희(71)의 그림은 이런 순간들을 있는 그대로 포착한다. 우리의 눈과 오감이 느끼는 제주다. 익숙한 풍경인데도 물리거나, 지겹지 않은 이유는 제주를 대하는 작가의 마음이 정성스러워서일 것이다. “내가 느낀걸 그려서 좋아해주니, 내 자신에 솔직하게 그린다” 있는 그대로 그린다는 것이 헤아릴 수 없는 내공을 전제하고 있음을 기억한다면 김보희의 그림의 깊이가 다르게 다가온다.

김보희, 레오, 2023, color on canvas , 각 162x13cm [갤러리바톤 제공]

구상 풍경 회화의 대가 김보희의 개인전이 서울 한남동 갤러리바톤에서 열린다. 작가가 퇴임 이후 본격적으로 거주하고 있는 제주의 풍경을 담은 신작들이 나왔다. 이제는 노인이 된 반려견 레오가 있는 풍경은 작가 작업실로 가는 길이다. 네 개 연작으로 구성됐는데 각각 완성된 그림이지만, 그림 가장자리부분이 조금씩 겹쳐지며 이어진다.

푸르거나 때로는 초록에 가깝게 반짝이는 바다도 작가가 주로 그리는 소재다. 파란 하늘 빛과 대조를 이루며 캔버스 밖으로 무한히 이어지는 느낌도 난다. 그의 바다에는 바위도, 배도, 모래톱도 모두 사라지고 바다와 하늘만이 남아있다. 구상이되, 구상이 아니다. “자연은 구상과 추상을 모두 가지고 있다. 추상이면서도 자연인가? 싶은 그림을 언젠가는 그리고 싶다”

김보희, 2023, Towards, color on canvas, 130 x 162 cm [갤러리바톤 제공]

가장 마지막에 완성한 작품은 산방산 봉화대 옆 뜬 보름달을 담은 작업이다. ‘비욘드(Beyond)’라는 신작은 아직 해의 기운이 남아있던 이른 저녁에 유난히도 밝고 크게 떠올랐던 보름달을 그린 작업이다. “몇 년만의 큰 달이 뜬다고 해서 산책 겸 찾아갔다가 만났던 풍경이다. 벅차고 아름다웠다. 작가는 환경에 지배를 받는다. 소재는 작가의 생활이다”

김보희, 2023, Beyond, color on canvas, 162 x 130cm [갤러리바톤 제공]

1980년 이후 20여차례 개인전을 연 작가는 2020년 서울 금호미술관 개인전을 계기로 대중적 인기를 얻었다. 당시 코로나19 사태속에서도 전시를 보기 위해 미술관에 긴 줄이 형성되기도 했다. 팬데믹(전염병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 작가의 초록 풍경에서 위안을 얻었다는 관객들의 평이 이어졌고, 서울시립미술관에서 열렸던 데이비드 호크니 전과 비교하며 ‘한국의 호크니’라는 별명도 생겼다.

“고맙고 감사하는 마음”이라는 작가는“(금호미술관 전시) 이전에는 미술 관계자들이 주로 보러 왔다면 이후에는 젊은 관객들이 많이 찾아온다. 앞으로도 내가 느낀 대로 솔직하게 그림을 그리는 것이 보답하는 길 같다”고 말했다. 전시는 7월1일까지.

vick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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