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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마르코스,에르도안..권위주의 부활 경계하는 석학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국제학술대회
찬양 SNS, 피해입은 자의 이상한 지지
21C 정치선진국 한국거리 루머현수막
역사 날조·부정..민주주의 퇴보 불보듯
권위주의와 테크놀로지 문제 함께 고민

[헤럴드경제=함영훈 기자] 일본 속담에 ‘거짓도 50번 하면 진실이 된다’는 말이 있고, 실제 이 속담은 일제 강압 지배와 그 이후 한국 친일잔존세력들의 집권에 영향을 미쳤다.

민주주의 실천 행위에 관한한 21세기 최고 선진국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는 한국의 거리엔 지금도 확인되지 않은 정치권의 루머성·비꼬기 현수막이 버젓이 걸려 현명한 국민들을 불편하게 한다.

과장된 찬양과 미화 SNS의 범람, 권위주의 피해자들의 위기의식이 촉발한 오도된 정책실패자 지지행보 등은 최근 지구촌 일각에서, 권위주의 정치가들이 실패를 하고도 지지를 얻어 민주주의를 후퇴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 한국 역시 매섭게 현실을 목도하고 중심을 잡아야 할 것 같다.

이런 때에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는 오는 9~11일 국제비평이론 컨소시엄 프로그램(ICCTP), 아시아이론네트워크(ATN)와 함께 제2회 국제비평이론 학술대회를 개최하는데, 이번 주제가 ‘권위주의의 부활’이다.

경희대 서울 캠퍼스(청운관, 한의과대학)에서 열리며, 6회의 기조연설, 20개의 주제 세션, 1개의 라운드테이블이 진행된다.

10일엔 오후 4시 15분에는 튀르키예 보가지치 대학교 자이넵 감베티 교수의 기조발제가 진행된다. 11일 오후 4시 10분에 진행되는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필리핀의 석학이 모여 필리핀 상황에 대해 토론한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 ICCTP, ATN은 이번 학술대회의 취지를 이렇게 설명한다.

터키 새 정부 각료들의 도열 [로이터]

‘지난달 튀르키예에서 에르도안이 30년 장기집권의 가능성을 열었다. 이는 미국의 트럼피즘, 유럽 극우 정당의 급속한 성장, 중국의 시진핑 장기 집권, 미얀마 독재정권의 민주화 운동 탄압, 수단 내전, 이란 정부의 여성 학살, 마르코스 주니어와 사라 두테르테의 필리핀 대통령궁 입성, 한국과 일본에서 벌어지고 있는 역사 부정과 함께 2010년 이후 가속화되고 있는 권위주의의 부상을 선명하게 보여준다.

우리의 21세기를 지배하고 있는 ‘낡고도 새로운’ 권위주의는 자신의 신념과 다른 것에 대한 불관용과 공격성을 그 특징으로 하며, 소수를 차별하고 배제함으로써 얻은 대중의 지지를 바탕으로 권력을 추구·유지하는 이들을 권위주의 세력이라고 정의할 수 있다. 이들은 장애인, 소수인종, 성적 소수자, 노동자, 여성, 난민 등에 낙인을 찍어 탄압함으로써 대중적 지지를 이끌어 내고, 독재의 형식으로뿐만 아니라 대의제 민주주의의 형식 안에서 권위와 권력을 휘두르며 ‘과정으로서의 민주주의’를 퇴보시킨다. 최근 담론 장에서 주목을 끌고 있는 ‘포퓰리즘’, ‘반지성주의’, ‘정치적 부족주의’, ‘대안우파(alt-right)’ 등은 이런 권위주의적 경향을 분석하기 위한 노력 속에서 등장했다.

이번 학술대회는 지난 10여 년 간 전지구적으로 부상하고 있는 권위주의를 ‘글로벌 권위주의’로 규정하고 이에 대한 이론적 접근을 시도한다. 그리고 정치·경제적 양극화, 외교 갈등 및 국제적 열전의 재개, 젠더갈등, 기후 위기 등 이런 글로벌 권위주의의 영향력 아래 급속도로 진행되고 있는 지각변동을 비판적 관점에서 조명하고 인문학적 사유를 통해 다가올 미래에 대한 전망을 도출하고자 한다.’

이번 학술대회의 기조 발제자인 튀르키예 보가지치 대학교 정치학과 자이넵 감베티 교수는 튀르키예 에르도안 재집권의 의미와 권위주의의 문제에 대해 이야기한다.

지난 5월 튀르키예 대선에서는 이변이 일어났다. 2003년부터 장기집권하면서 튀르키예의 경제를 파탄내고 2023년 2월에 일어난 대지진에도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기 때문에 인기를 잃었던 에르도안이 결선투표를 통해 재집권한 것이다.

에르도안은 이슬람 근본주의에 어필하면서 재집권할 수 있었다고 분석되고 있으며, 특히 대지진 피해지역에서 나온 표가 에르도안에게 집중적으로 몰린 상황이 주목받고 있다. 뿐만 아니라 상대 후보였던 클르츠다로올로에 대한 딥페이크 영상이 선거 결과에 영향을 준 것이라는 분석도 함께 나오고 있어 탈진실 시대의 권위주의와 테크놀로지의 문제를 함께 고민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튀르키예의 상황은 새로운 글로벌 권위주의의 부상이라는 관점에서 진지하게 살펴보아야 하는 케이스다. 자이넵 감베티 교수가 어떤 진단을 내놓을 지 주목된다.

라운드 테이블에서는 2022년 필리핀에서 독재자의 아들인 마르코스 주니어와 권위주의적 통치자의 딸인 사라 두테르테가 각각 대통령과 부대통령의 자리에 오르면서 권위주의의 부활을 알렸으며, 1986년 ‘피플파워’ 민주화 운동의 성과를 뒤집어엎는 결과가 나타난 현실에 대해 논의한다.

이 선거에서 독재를 미화하는 틱톡과 유튜브 동영상의 영향력이 컸던 것 역시 함께 주목해 볼만한 요소일 것이다. 이번 국제학술대회 주최측은 이론적 성찰을 필요로 하는 사건이라고 진단했다.

이번 학술대회의 기조발제에서는 마크 드베니(영국 브라이튼 대학교) 교수의 ‘민주주의 경계: 인류세적 권위주의의 기후(들)’, 임지현(서강대학교) 교수의 ‘네오-포퓰리즘 시대의 대중 독재’, 요기타 고얄(미국 UC로스앤젤레스 대학교) 교수의 ‘실패한 국가, 실패한 장르’ 등을 만날 수 있다.

주제 세션에서는 ‘글로벌 권위주의의 물결 속에서 민주주의를 재사유하기’, ‘민족과 (반)권위주의’, ‘장애와 비장애를 통치하기, 젠더화된 권위주의’, ‘소셜미디어와 권위주의’, ‘파시스트의 역습’, ‘권위주의의 부상 앞에서 교차하는 종교와 정치’, ‘포퓰리즘의 안티-젠더 정치학’ 등의 주제가 다뤄진다.

이번 국제학술대회는 미국 버클리대학교에 본부를 두고 주디스 버틀러가 주도하고 있는 국제비평이론 콘소시엄 프로그램(ICCTP)과 협력해서 개최하는 국제적인 기획의 산물이다. 2019년 1회가 개최된 후 팬데믹 기간 동안 잠정 연기되었다. 그리고 2023년 한국에서 아시아 최초로 개최하게 되었다.

한국, 일본, 대만, 필리핀, 홍콩, 싱가포르, 인도, 호주, 미국, 에콰도르, 아르헨티나, 멕시코, 튀르키예, 독일, 아일랜드, 폴란드, 그리스, 이스라엘, 아랍에미리트 등 19개국 80여 명의 이론가들이 온·오프라인에서 만난다.

경희대 비교문화연구소는 “이 학술대회는 다양한 이론가들의 활발한 교류를 통해 글로벌 권위주의를 이론화하고 다가오는 미래에 대해 논하는 자리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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