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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불야성 노래방 문화 사라져” 회식 축소에 ‘코노’와 경쟁…대형 노래방은 ‘텅텅’
엔데믹 이후로도 노래방은 ‘텅텅’
“일 매출 300만원에서 5만원으로”
코인노래방과도 경쟁…“낮 시간대 손님도 뺏겨”
직장인들 “이젠 회식에 노래방 안 간다”
서울 종로구의 한 노래방. 전새날 수습기자

[헤럴드경제=박혜원 기자·전새날 수습기자] “‘불금’이 사라졌습니다. 망하길 기다리는 거죠. 보통 새벽 4시까진 영업했는데, 이젠 새벽 1시면 닫습니다.” 7일 오후 7시께 서울 종로구 종각역 인근에서 만난 노래방 사장 유모(44)씨가 한숨을 쉬었다.

9년째 이곳에서 대형 노래방을 운영하고 있다는 유씨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 이후 달라진 회식문화를 몸소 체감하고 있다. 유씨는 “평일엔 직장인 단체손님, 금요일과 주말엔 동호회 손님이 주로 왔는데 이젠 단체 손님 자체가 없다”며 2~3명씩 오는 소규모 손님들이 전부”라고 했다. 실제로 이날 기자가 머문 40분 동안, 2명 단위의 한 팀 외엔 유씨의 노래방을 찾는 손님은 없었다.

이달 ‘엔데믹’이 공식 선언됐지만 노래방 업계는 여전히 코로나19 확산 기간의 타격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한때 노래방은 저녁 회식의 ‘단골 코스’로 꼽혔지만 이는 옛말이 됐다. 코로나19 기간 회식 문화 전반이 자율 참석, 점심 시간 위주로 변화한 영향이다. 이에 더해 코인노래방의 등장으로 낮 시간대 손님까지 줄며 영업시간 단축을 단행한 곳들이 많다.

마찬가지로 종각역 인근에서 18년째 노래방을 운영하는 강모(79)씨는 매장 내 전등을 모두 꺼두고 있었다. 한때 200만~300만원이었던 일 매출이 최근 10만원대 밑으로 떨어져, 전기세마저 부담스러운 처지가 됐기 때문이다. 지난 토요일 매출은 고작 5만원이었다. 정씨는 “단체 손님이 하루 4~5팀은 왔는데 이젠 줄어든 수준이 아니라 아예 없다”고 했다.

청년들이 주로 찾는 종로구 대학로는 코인노래방과도 경쟁을 하는 상황이다. 노래방을 운영하는 60대 천모씨는 “낮에 오는 손님 10명 중 5명은 코인노래방인줄 알고 왔다가 도로 나간다”고 했다. 인근 노래방 노래방 업주 40대 A씨도 “코인노래방이 생기고 나선 오픈 시간을 오후 12시에서 오후 6시로 늦췄다”고 했다.

자율 참석과 이른 귀가를 중시하는 직장인들 사이 회식 문화 변화 움직임은 노래방이 쇠락하는 주된 이유 중 하나다. 직장인 공민지(26)씨는 “개인 사정 없이 무조건 대규모로 회식에 참여해야 했던 문화는 코로나19 기간 시간·인원 제한으로 확실히 사라졌다”고 했다. 저녁이 아닌 점심 회식이 새로운 문화로 떠오기도 한다. 외국계 기업에 다니는 여혜리(24)씨는 “회식이라고 하면 당연히 점심으로 여기고, 저녁이라 말하는 순간 분위기가 싸해진다”고 했다.

노래방 업계 부진으로 창업도 감소세로 접어들었다. 행정안전부 지방행정 인허가 데이터에 따르면 2016년 1078개이던 노래방 신규 창업(인허가 기준) 수는 지난해 445개로, 41% 줄었다. 연도별로 보면 ▷2017년 1028개 ▷2018년 648개 ▷2019년 680개 ▷2020년 361개 ▷2021년 241개다.

지난해 반등은 개인이나 소규모 손님이 찾을 수 있는 코인노래방으로 창업 추세가 바뀐 영향이란 분석이 나온다. 전국노래연습장업협동조합 관계자는 “단체로 노래방을 즐기는 문화가 사라지면서 최근엔 코인노래방을 대부분 개업한다”고 설명했다.

전문가는 단체 노래방 문화가 엔데믹과 관계없이 점차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의 삶을 중시하는 방향으로 생활패턴과 가치가 바뀐 데다 재택 근무로 전환된 회사도 많아지면서, 노래방 문화의 축소는 단기간에 그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klee@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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