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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벌거벗은 세계사’ 100회 넘긴 PD들에게 주제 선정과 전략 등을 물었다
CJ ENM 김형오 PD(왼쪽)와 이윤호 PD

[헤럴드경제 = 서병기 선임기자]대한민국 대표 인문학 예능 tvN ‘벌거벗은 세계사’가 지난달 23일로 100회를 맞이했다.

‘벌거벗은 세계사’는 전 세계 곳곳을 언택트로 둘러보며 각 나라의 명소를 살펴보고 다양한 관점에서 우리가 몰랐던 세계의 역사를 파헤치는 프로그램이다. 2020년 첫 선을 보인 이후, 2022년 1월 시즌 정비를 거쳐, 100회 특집 ‘바르셀로나의 운명을 바꾼 괴짜 건축가, 안토니 가우디’편을 방송했다.

과거에는 남의 나라 역사에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지만, 다양한 관점의 국제 관계 속에서 우리를 파악하고 갈 길을 찾아야 하는 글로벌 시대인 만큼 다른 나라 역사라 해도 매우 중요해지면서 ‘벌거벗은 세계사’의 인기도 더욱 높아져갔다. 시청률은 3~5%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세계사의 흐름속에서 역사, 문학, 예술, 정치 등 다양한 분야의 주제를 전문가와 함께 쉽고 재미있게 풀어내며 지식과 재미를 동시에 전하는 인포테인먼트 예능으로 사랑받고 있는 것. 역사를 좋아하고 평소에 인문학과 교양에 관심이 있는 시청자들이 많이 보고 있고, 강의를 맡은 교수들도 인기를 얻고 있다.

특히 헨리 8세와 여인들, 노예무역, 산업혁명, 제국주의 식민지 개척, 아편전쟁, 윈스턴 처칠, 엘리자베스 2세 등 영국사를 중심으로 풀어가는 윤영휘 경북대 교수와, 이토 히로부미, 메이지 유신, 자이니치 코리아 등 일본사를 강의하는 박삼현 건국대 교수, 노예 해방과 남북전쟁, 베트남 전쟁, 미국서부개척사, 맥아더 VS 아이젠하워, 미국의 총기역사와 총격사건, 마피아, 찰리 채플린 등 미국사를 구수하게 강의하는 김봉중 전남대 교수는 유명인사가 됐다.

뿐만 아니라 루이14세, 백년전쟁, 마녀사냥, 여왕 마고, 파리 세계박람회, 카사노바 등 프랑스 역사속 사건과 인물을 재밌게 풀어주는 임승휘 선문대 교수, 러시아를 중심으로 하는 냉전 시대 역사 등을 강의하는 류한수 상명대 교수, 걸프 전쟁과 히잡을 둘러싼 의문사 등 어려운 중동 역사를 쉽게 설명하는 박현도 서강대 교수, 중국 3대 악녀중 한 사람인 측천무후, 항우 VS 유방, 삼국지 등 중국사의 이성원 전남대 교수, 그리스 신화 등을 쉽게 풀어내는 김헌 서울대 교수 등도 큰 인기를 얻고 있다. ‘연인 클로델을 파멸로 이끈 천재 조각가 로댕’편을 강의한 포스텍 우정아 교수도 단숨에 시청자를 끌어들였다.

‘벌거벗은 세계사’를 연출하고 있는 CJ ENM 김형오 PD와 이윤호 PD를 만나 프로그램과 관련한 다양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소감은?

▶형오:한 회당 4시간 반 정도 녹화하는데, 100회면 400시간 정도 녹화했다고 볼 수 있다. 큰 그림이 돌아가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출연자인 이혜성 씨는 출연료를 받으면서 공부를 할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한다.

방송뿐 아니라 지금까지 성인과 아이들을 위한 총 9권의 책을 발간했고, 총 누적 판매가 16만부나 되는 등 큰 사랑을 받고 있다. 책은 녹화후 교수님이 추가로 감수해 완성한다.

김형오 pd.

윤호:개인적으로 많이 배우고 있다. 사람들이 역사에 대한 관심이 많다. 저도 아이템을 찾으려고 서점에 자주 가는데, 역사 관련 책들이 많아졌다. 역사 세계사 코너가 자리잡은 듯하다. 여기에는 ‘벌거벗은 세계사’가 일조한 부분이 있지 않을까.

-‘벌거벗은 세계사’를 기획하게 된 배경과 전략은?

▶형오:코로나 이전에 기획돼 야외물로 준비했다. 그러다 지금과 같은 언택트 역사 여행물이 됐다. 나는 2013~16년 선조들의 생활을 체험해 보는 역사 리얼 버라이어티인 ‘렛츠고 시간탐험대’를 시즌3까지 연출한 적이 있다. 역사가 소재로서는 괜찮다는 확신이 있었지만 세계사는 생소했다. 한국사 외에는 접해본 적이 없었다. 학창시절엔 주요과목이 아니어서 어떨까 하는 기분으로 강남 맘카페를 조사해봤더니 니즈가 있음을 알게됐다. 중등교육과정부터 역사, 세계사를 선행학습 시키려는 수요가 있겠다는 정도는 확인했다.

우리는 복잡하고 어려운 내용을 재밌게 해보자는 생각으로 이야기 형식의 강의를 추구한다. 그게 일반적인 강의와는 조금 다른 점이다. 수강생도 은지원 정도의 잘 모르는 상태의 학생과 공부를 많이 한 이혜성의 리액션이 다르다. 강의중 나가는 퀴즈는 수강생을 참여하게 만드는 장치다. 문제를 푸는 동안에는 시청자가 절대 이탈하지 않는다.

교수가 대학생에게 질문하면 대답을 잘안하는데, 출연자와 함께 호흡하면서 할 수 있는 강의를 만들려고 했다. 우리는 교양 PD가 아닌 예능 PD여서 접근방식이 조금 다르다. 다행히 시청률은 잘 나오고 있다.

-어떤 문제를 내는가?

▶형오: 역사 지식 문제를 내거나 암기를 해야 맞힐 수 있는 문제가 아니다. 돌아가는 흐름을 알아야 풀 수 있다. ‘이 사건은 뭘까요’를 묻는 게 아니고 ‘이런 상황에서 이 사람은 무엇을 했을까’와 같은 질문을 한다. 역사도 결국 사람들이 하는 행동이라, 듣다보면 사람들이 어떻게 행동하는지를 추리하게 된다. 은지원도 불리하지 않다.

이윤호 pd.

-강사와 제작진의 호흡이 잘 맞는가?

▶윤호: 처음 하는 작업이라 교수님도 조심하고, 우리도 조심한다. 교수님은 넓게 보다는 깊게 들어간다. 강의 소재를 제시하면 자신이 소화할지를 판단하는데, 자신이 잘 모르는 분야는 꺼리면서도, 해왔던 것 외에 다시 공부해 만족하시는 분도 있더라. 체르노빌 사고의 전공자가 아닌데, 교수도 한달 보름 정도 공부하고, 작가도 공부해서 깊이있게 대본을 완성한 결과 좋은 강의가 나왔다.

형오: 교수님들이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강대국 역사에 대해서는 할 얘기가 많더라. 늘 하던 게 캐릭터화가 되는 건데, 16대의 카메라가 설치된 스튜디오를 처음에는 낯설어했다. ‘인강’과는 다르다. 게다가 연예인들 앞에서 강의한다. 교수님들이 경험치가 쌓이면서 호흡이 좋아지고 있다. 회차를 거듭할수록 강의를 재밌어하는 게 눈에 보인다. 이제는 문제 낼 때도 매우 능숙하고 자연스럽다.

한 강의당 대본이 50 페이지 정도의 많은 분량이다. 프롬프터를 앞에 두지만 교수님들이 정말 많이 연습하신다. 막히지 않고 강의할 수 있게 준비해오신다. 제작진과 교수님 모두 엔터테인먼트로 가는 것을 원치 않는다. 몇몇 교수는 연구 논문 주제를 정해 몇달간 공부한후 논문을 작성해 서양사 학회지에 발표하면 관계자 몇명만 보는 것과 달리, ‘벌거벗은 세계사’는 자신이 지금까지 공부했던 것을 많은 사람에게 알릴 수 있어 재미있어하시는 것 같다.

-주제와 이슈는 어떻게 정하느냐?

▶형오: 이주민이 모여만든 아메리카 이주사는 유럽에서 건너온 사람들의 아픈 역사가 있다. 이렇게 큰 그림을 그려주면 시청자들이 관심 가질 수 있고 재밌게 전달할 수 있다.

마하트마 간디는 모두 알고있는 인물이지만, 비폭력 독립운동을 한 사람으로만 안다. 간디가 얼마나 말썽쟁이인지는 몰랐는데, 이번에 그 맥락을 잘 짚어주었다.

재일교포의 역사도 일본에서 나오는 단순한 혐한, 반한 뉴스와는 달리, 깊이 있고 체계적인 강의가 이뤄져 그 뿌리까지 알 수 있게 해줬다.

윤호: 간디와 베토벤은 누구나 알지만 뭘, 어떻게 했는지는 잘 모른다. 익숙한 주제에 교수의 하고싶은 이야기가 더해지니까 대중적인 것과 깊이를 모두 갖춰 시너지가 생기는 것 같다.

-혹시 제작진의 대학에서의 전공은?

▶형오: 조경학과를 다니다가 일어일문과로 편입했다.

윤호: 시각디자인을 전공했다.

-제작비는 어느 정도 드는가?

▶형오: 예능물치고는 제작비가 많이 안들어간다. 화면 자료비가 가장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자료구입비는 정해진 값이 없고 부르는 게 값이다.

-‘벌거벗은 세계사’를 통해 제작진도 많은 걸 배운다고 했다. 어려운 점은 없나

▶찰리 채플린의 작품들은 역사를 알아야 한다. ‘모던타임즈’ 등 무성영화를 보며 웃었는데, 다 이유가 있었고 히틀러에 대한 풍자도 깊은 뜻이 있음을 알게됐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간의 전쟁도 이 정도로 깊이가 있는줄 몰랐다. 푸틴이 뭘 원하는 지를 알 수 있게 해줬다.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등 최신 뉴스도 파고들어가면 옛날 일에 원인이 있다.

역사는 상대적이라 균형을 맞추는 게 중요하다. 강연자가 여러 주의와 주장, 의견이 있을 수 있다. 어떻게 접근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다. 양 국간의 문제는 더욱 그렇다. 인도-파키스탄도 보는 각도에 따라 입장이 달라진다. 그래서 균형을 잡는 일도 중요하다.

-오류가 있으면 절대 안되는데, 어떤 과정을 거치고 어떤 장치를 해놨는가?

▶형오:초기의 논란을 통해 많은 걸 배웠다. 우리도 공부를 많이 한다. 작가도 다섯 개의 팀을 가동한다. 작가들이 대학원 수준으로 책을 많이 본다. 교수님들이 작가들이 논문을 쓰면 잘 쓸 것 같다고 말씀하시더라. 틀리지 않아야 하고 균형을 맞추려고 노력한다.

대본을 전문가에게 컨펌 받고, 녹화에 들어가서도 교수와 작업을 한다. 3~4번 검수 작업을 거쳐 자막의 오류가 생기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고 있다. 국민들에게 빨리 알리지 않고 장시간 숨겨 피해를 키운 체르노빌 원전 폭발 사고편은 러시아 역사를 전공한 교수님이 강의를 하고, 듣는 자리에 핵물리학을 전공한 또 다른 전문가를 앉혀 크로스체킹하게 했다.

-앞으로 시도해보고 싶은 것은?

▶형오:수학여행 같은 현장학습이다. 가령, 이집트 피라미드에 가서 교수님이 강의하고, 프랑스에서 루이14세가 좋아하는 음식과 술을 먹으면서 강의와 토론을 하고, 고흐가 해바라기를 그린 곳에서 가서 “이래서 이런 그림이 탄생했구나” 하는 걸 느껴보는 프로그램이다.

wp@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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