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마트폰을 이용하는 젊은 층의 두개골에 뿔 모양으로 뼈가 돌출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연구결과의 진위를 둘러싸고 논란이 증폭되고 있다.
조사 대상자의 스마트폰 사용량을 측정하지 않는 등 논리적 비약이 가득한 연구라는 지적이 나오는 데다 논문의 주저자 중 한 명이 자세교정 베개를 판매하는 벤처사업에 연관된 사실까지 드러났다.
25일(현지시간) 미국 공영방송 PBS에 따르면 해당 연구결과를 게재한 과학저널 '사이언티픽 리포츠'(Scientific Reports)는 이 논문에 대한 재검토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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뒤통수에 뼈가 돌출한 것으로 보이는 28세 청년의 두개골 엑스레이. (사이언티픽리포츠 홈페이지 캡처=연합뉴스) |
사이언티픽 리포츠의 대변인은 "이 논문과 관련한 문제들을 살피고 있으며, 필요한 경우 조처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호주 퀸즐랜드주 선샤인코스트 대학 연구진이 작성한 문제의 논문은 18∼86세 성인 1천200명의 엑스레이 사진을 분석한 결과 젊은 층 3명 중 한 명꼴로 두개골 뒷부분 뼈가 자라나 융기하는 현상이 나타났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연구진은 외후두 융기(EOP·External Occipital Protuberance)로 불리는 이 현상이 처음 발견된 19세기 후반까지만 해도 매우 희귀한 사례였다면서 스마트폰을 보기 위해 장시간 고개를 숙이는 습관을 원인으로 꼽았다.
문제는 그런 주장을 하면서도 외후두 융기와 스마트폰 이용의 상관관계를 입증할 근거를 내놓지 않았다는 점이다.
조사 대상자를 뽑는 과정에 대해서도 비판이 나오고 있다.
통상적으로 이런 연구는 인구학적 특성에 따라 무작위로 뽑은 표본을 대상으로 진행되지만, 선샤인코스트대 연구진은 그렇게 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미국 통계학회의 리자이나 누조 통계소통·미디어 혁신 수석 고문은 "이들은 척추교정 전문의의 도움을 받은 사람들을 바탕으로 한 데이터베이스로 연구를 했다. 따라서 무작위로 뽑힌 대표성 있는 표본이 아니란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증을 제외한 경증 환자만 표본으로 삼은 것과 연구에 쓰인 엑스레이 사진의 촬영 조건이 동일하지 않아 문제의 '뿔'이 진짜 돌출된 뼈인지 확인하기 힘든 것 등도 문제로 거론됐다.
특히 주저자 중 한 명인 척추교정 전문의 데이빗 샤하르가 자세교정용 베개 등을 판매하는 벤처를 운영하고 있다는 워싱턴포스트(WP) 보도를 근거로 일각에선 이해충돌 우려가 있는 논문이라는 의혹마저 제기한다.
이에 샤하르는 "지난 수년간 제품을 판매하는 데 관여하지 않았다. 논문에서도 어떤 특정한 치료법 등을 제안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는 (연구) 결론을 바탕으로 어린 나이부터 자세 유지에 신중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을 뿐"이라고 해명했다.
벤처사업 운영은 사이언티픽 리포츠 측에 사전에 알렸던 내용이라면서 "우리는 단순히 젊은 성인층에서 뼈 돌출 현상이 놀랄 정도로 확산하고 있다는 점을 지적했을 뿐"이라고 강조했다.
해당 논문은 작년 사이언티픽 리포츠에 게재됐으나, 최근 영국 BBC를 통해 소개되면서 전 세계적으로 화제가 됐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