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망자가 고위 관계자의 가족이 있었다면 이렇게 조용했을까요? 아닐 거에요."
지난 12월 29일 과천시 갈현동 제2경인고속도로 갈현고가교 방음터널에서 발생한 화재로 아버지를 잃은 A(38) 씨는 사고 경위에 대해 관련 당국자들이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며 울분을 토했다.
사고로 목숨을 잃은 66세 전모씨의 유족들은 지난 4일 코리아헤럴드와의 인터뷰에서 민자도로 운영사인 제2경인고속도로 주식회사로부터도, 관리감독 책임을 가진 국토교통부로부터도 조사 진행 상황에 대한 뚜렷한 설명을 듣지 못했다고 전했다. 사고가 난 지 일주일이 지났지만 이들은 오히려 "조사 방향이 어떻게 되는 것이냐?"고 기자에게 물으며 답답함을 표했다.
피해자 전씨의 둘째 딸인 A씨는 "먼저 유가족에게 사과는 해야 하는 부분인데, 조사만 한다고 하지 유가족에 대한 배려는 하나도 없다"라고 하면서 "물론 그 (정부) 사람들이 백프로 잘못한 것은 아니지만 어쨌거나 이들이 책임지는 분야에서 사고가 일어났는데, 책임을 서로에게 미루지 않고 유가족들에게 진심이 담긴 사과를 해야하지 않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고인의 큰 사위 B씨는 사고 이후 정부 측에서 아무 접촉도 없었다고 전했다.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지난 1일 사고로 희생된 모녀의 빈소를 찾은 후 자신의 페이스북에 "아내와 딸을 잃고 60대에 혼자가 된 유족을 뵈니 가슴이 너무 아프다"며 "사고가 반복되지 않도록 국가가 할 일을 하겠다"고 적었다.
B씨는 "(희생자 모녀) 빈소를 찾은 것 외엔 정부 측의 행동이 아무것도 없다"면서 원 장관의 행보가 단순히 보여주기 아니냐고 불만을 표했다.
유족들은 진정성 있는 사과, 철저한 진상규명, 책임감 있는 후속조치, 그리고 그 과정을 유족들과 공유할 것을 정부 측에 요구했다. B씨는 "이렇게 흐지부지되고 이슈화되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잊혀지는 것이 아니냐"며 우려를 표했으며, A씨는 "희생자의 수가 적다고 해서 잊혀지면 안된다. 슬픔의 무게는 잴 수가 없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전씨의 큰 딸 C씨는 "다시는 이런 일이 안 일어났으면 좋겠다. 철저히 조사하고, 앞으론 이런 일 없게 하는 게 최우선이다. 유가족을 위해서 어쨌든 최선을 다해주셨으면 한다"면서 철저한 후속 대책을 촉구했다.
한편 전씨의 가족은 다른 희생자 유가족들과 함께 정부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피켓 시위를 진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딸 B씨는 "누군가 나서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까 저희가 나서야 한다. 시위를 해서 경찰이 나온다고 해도 저희는 두려울게 없다. 부딪쳐 보고, 오래 걸린다 해도 마무리하고 싶다"고 전했다.
한편 경찰은 6일 이번 화재와 관련해 도로 관리주체인 ㈜제2경인연결고속도로의 경기도 사무실과 제2경인으로부터 도로 관리 업무를 위탁받은 업체의 서울 사무실 등 2곳을 지난 5일 압수수색했다고 밝혔다.
당시 방음터널을 지나던 5톤 폐기물 운반용 트럭에서 처음 발생한 이번 화재는 총 830미터 길이 방음 터널 가운데 600미터 구간을 태웠으며, 총 5명의 사망자와 41명의 부상자를 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