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례·제사 음식 간소화는 시대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원래 제례 문화 전통이다."
22일 한국국학진흥원이 밝힌 종가 제례음식 자료집성에 따르면 오늘날 기본 30가지가 넘는 제물을 차린다. 그러다 보니 명절 등을 앞두고 '제사병'에 시달리는 여성이 적지 않다.
이런 이유로 최근 제사 음식 간소화를 많이 권장한다.
그런데 제례 본래 모습을 보면 의례와 상차림이 지금보다 훨씬 간소하다.
중국 송나라 주자가 쓴 제례 규범서인 주자가례(朱子家禮)에서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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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산김씨 유일재 종가 설 차례상 [한국국학진흥원 제공-연합뉴스] |
여기에는 간장 종지까지 포함해 제물 19종을 그려 놓았다.
과일도 과(果)로만 했을 뿐 조율이시(棗栗梨枾)인 대추, 밤, 배, 감과 같은 과일 이름은 보이지 않는다.
따라서 홍동백서(紅東白西·제사상을 차릴 때 신위를 기준으로 붉은 과일 동쪽에 흰 과일 서쪽에 놓는 일), 조율이시 따위 진설법은 근거가 없다.
또 생선은 조기, 방어 등이 아니라 어(魚)로만 되어 있다.
이런 점에서 제사 음식 간소화는 시대 변화에 따른 결과가 아니라 제례문화 전통인 셈이다.
게다가 차례와 제사는 다르다고 한다. 설날과 추석에 지내는 제사는 차례(茶禮)이다. 말 그대로 차를 올리는 예(禮)다.
주자가례에는 "정초, 동지, 초하루, 보름에는 하루 전에 청소와 재계를 한다. 이튿날이 새면 사당 문을 열고 신주를 모신 감실(龕室)에 발을 걷어 올린다. 신주마다 햇과일이 담긴 쟁반을 탁자 위에 차려둔다. 그리고 찻잔과 받침, 술잔과 받침을 둔다"고 했다.
더구나 정초, 보름 등에 지내는 차례를 제례에 포함하지 않고 예로 분류했다.
그래서 기제사와 달리 밥, 국을 비롯한 제물을 차리지 않고, 계절 과일을 담은 쟁반과 술, 차를 올리는 것이다.
이처럼 설날과 추석은 해가 바뀌고 수확 계절이 되었다는 사실을 조상에게 고(告)하는 의식이다
국학진흥원은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는 차례와 제사 구분을 하지 않는 보통이다. 따라서 차례에 간단한 음식을 장만하는 원래 예법을 지키면 조상제사에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을 것이다"고 밝혔다.
국학진흥원은 한국학중앙연구원 토대연구지원사업 하나로 2017년부터 3년 동안 사라지는 종가 제례문화 원형을 문화유산으로 데이터베이스화하고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