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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성여 씨가 본지와 인터뷰 하고 있다. 2020.12.19/김아린 기자 |
[코리아헤럴드=김아린 기자] 연쇄살인범 이춘재 대신 20년간 옥살이를 하고, 사건 발생 32년 만에 누명을 벗은 윤성여(55) 씨는 검찰의 수사권이 박탈되면 “억울한 사람이 늘어날 것”이라며 “별로 반기지 않는다”고 말했다.
윤 씨는 17일 코리아헤럴드와의 통화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입법 추진에 대해 “경찰이 조사해서 억울한 사람이 없으면 다행인데, 억울한 사람이 많을 것 같다”며 반대 의견을 표했다.
그는 이춘재 연쇄살인 사건 중 ‘8차 사건’의 진범으로 억울하게 지목된 당시에 “검사는 경찰 조사에 의지할 수밖에 없었다”며 “그렇게 경찰 수사로 마무리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경찰이 마무리한 걸 검찰이 넘기고, 그걸 법원에서 인정해서 내가 20년을 살고 나왔다”고 덧붙였다. 앞서 해당사건을 수사한 경찰관은 윤 씨의 재심 당시 법정에 증인으로 출석해, 강압수사를 통해 윤 씨로부터 허위 자백을 이끌어낸 사실을 인정한 바 있다.
윤 씨는 “그 시대에는 군사 정권이라, 경찰이 조사 넘긴 걸 검찰이 그대로 가져갈 수밖에 없는 시절이었다”며 “검찰이 재수사한다, 그런 거는 할 수도 없었다”고 했다. 이어 “(검찰의 수사권이 사라지면) 다시 그 시대랑 똑같아지는 것”이라며, “검찰은 있으나마나고 예전처럼 경찰 권력이 더 세지고 ‘경찰 공화국’이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수사권 없이 기소권만 가지고는 검찰은 (경찰 수사를) 바로잡을 권한을 잃게 된다”며 “검찰 수사권이 없어진다면 억울한 사람이 많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봤다. 경찰 수사에서 사실관계가 명확히 밝혀지지 않을 경우, 검찰 수사라는 두 번째 기회가 사라진다는 것이다. 민주당이 발의한 ‘검수완박’ 법안이 통과되면 검찰은 경찰에 보완 수사를 요구할 수 없고 사실상 사건은 경찰 조사단계에서 끝나게 된다.
윤 씨는 “만약 누군가 사고를 당해 경찰 조사가 끝났는데 억울한 부분이 또 있을 수 있지 않느냐”면서, “그럼 그건 검찰 쪽에 가서 얘기를 더 해야 하는데, 수사권이 없는 검사는 해줄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빽’ 있고 힘 있는 사람들은 다 빠져나갈 것이고, 없는 사람들은 경찰 수사만 가지고 들어갈 수밖에 없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직접 수사를 하지 않은 검사는 법정에서도 불리할 것이라고 봤다. 그는 “검찰은 경찰 수사를 가지고 ‘기소해 주십시오’라며 기소만 해서 법원에 넘기고 그렇게 판결만 하는 건데, 그런 건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법정에서 경찰이 수사한 것만을 두고 다툼을 하면 검사 쪽에서 불리한 게 많을 수가 있고, 그러면 억울한 피해자가 안 나온다는 보장을 할 수 없다”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경찰 조사에서 잘못된 걸 검찰이 잡아낼 수도 있고, 또 검찰이 잘못한 것도 법원에서 잡아낼 수 있도록 우리 시스템이 지금은 돼 있다”고 말했다. 경찰 권력이 비대했던 과거에 비해, 지금은 검경의 균형이 잘 잡혔다는 설명이다.
끝으로 “경찰의 수사 능력이 검찰보다 뛰어나다고는 얘기 못하겠다”며 “지금으로서는 경찰과 검찰이 공동으로 잘하기 때문에 (검찰의) 수사권 폐지는 부당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윤 씨의 재심에서 무죄를 끌어낸 박준영 변호사도 ‘검수완박’ 법안에 대한 비판을 제기했다.
그는 지난 11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검찰개혁’의 일환으로 진행된 검경 수사권 조정 후 경찰이 고소 취하를 종용하거나 고소장을 선별 접수하는 등 사건을 회피하고 있다며, “이는 궁극적으로 사건 당사자의 피해”로 이어진다고 적었다.
이어 “하루가 아쉬운 고소 사건의 피해자, 하루라도 빨리 질곡에서 벗어나고 싶은 무고한 피의자에게 신속한 사건처리는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돈과 권력이 있는 사람들은 제도의 흠과 모순의 불이익을 상대적으로 덜 받는다”며 “‘검수완박’은 그 피해가 힘없는 사람들에게 돌아갈 것”이라고 예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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