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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군에게 피살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형인 이래진 씨가 19일 본지와 인터뷰하고 있다. 박현구 기자 |
[코리아헤럴드=김아린 기자] 서해상 피격 사건에서 희생된 해양수산부 공무원의 유족이 더불어민주당 소속 인사들로부터 동생의 월북을 인정할 것을 종용받았다고 주장했다.
사망한 공무원의 친형 이래진(56) 씨는 19일 코리아헤럴드를 만나 복수의 민주당 인사들이 사건 발생 일주일 뒤 자신을 찾아와 “(사망한 동생이) 월북한 것으로 인정하라, 그러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며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이 씨에 따르면 2020년 9월 29일 이 씨의 외신기자회견 직후, 이 씨를 만나고 싶다며 연락한 민주당 국회의원 등 4명은 같은 날 늦은 오후 안산에 있는 이 씨의 사무실을 찾았다.
이 씨는 이들이 찾아와 “당의 국방위 소속 의원들이 국방부에서 확인한 감청 녹음 파일 등에 의하면 월북으로 추정되는 내용이 있었다”며 사망한 동생의 월북을 인정하도록 회유했다고 주장했다. 또 이들은 이 씨의 조카들을 언급하며 “(월북을) 인정을 하면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제안했다고 한다.
그러자 ‘동생이 육성으로 직접적으로 증언한 것이냐’는 이 씨의 물음에는 “그건 아니다”라면서, 군사기밀을 이유로 관련 내용을 가족에게는 공개할 수 없다는 말을 반복했다고 말했다.
이에 이 씨는“동생의 목소리로 남긴 증언도 아닌, 북한군 통신병들이 나눈얘기 몇 가지를 월북의 증거로 삼는 것은 받아들이기 어렵다”며 “월북으로 나타난 증거를 대라”고 거절했다고 말했다.
이 씨는 현재까지 동생의 죽음에 대한 보상은 없었으며, 다만 작년 국감 하루 전 날에 해수부 공무원으로 가입한 사망 보험금을 동생의 아내가 수령하게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생의 명예 회복과 진상 규명이 이뤄지기 전에는 아무것도 의미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 동안 앞선 주장을 공론화하지 않은 이유로 그는 동생의 사건에서 “혹시라도 비협조적으로 나올까봐 우려해 여당 측을 적으로 돌리거나 척지고 싶지 않았다”며 “진상 규명에 도움을 줄 것으로 그 동안 믿어왔다”고 말했다.
이 씨가 만났다고 말한 4명 중 한 명인 민주당 A의원은 19일 저녁 사실 확인을 요청하는 코리아헤럴드 연락에 “그 날 안산에서 만난 것은 사실이지만, 전혀 그런 얘기를 안 한 걸로 알고 있다”며 부인했다. 그는 “우리는 숙연한 마음으로 찾아갔는데 그 분(이 씨)이 의외로 따뜻하고 의연하게 맞아주시더라”면서 “전혀 그런 분위기는 아니었다”고 말했다.
이어 “이 씨는 동생이 수영해서 월북했다는 발표에 대해 (본인이) 서해안을 잘 알기 때문에 수긍을 못 하고 이해가 안 된다는 얘기는 했던 것 같다”고 당시를 기억했다. 그러면서 “이 씨가 정부 관계자를 만나고 싶다고 해서 강경화 장관을 만나게 해드렸다”고 덧붙였다.
보상의 언급이 전혀 없었냐는 질문에는 “보상 얘기는 전혀 안 나왔던 것 같다”면서, 다만 “(공무원이) 아들이 있으니까 우리가 어떻게 장학금이라도 지원 받을 방법이 없느냐, 지자체에서 장학금이라도 해드려야 하는 거 아니냐 이런 얘기를 했던 것 같다”고 해명했다.
4명 중 또 다른 한 명인 군 출신 고위공무원은 20일 오전 통화로 “다른 의원을 따라가서 이 씨를 만난 것은 사실이나, 그런 이야기는 한 적이 없다”고 역시 부인했다. 그는 “나는 그런 이야기할 입장이 안 된다”면서, “내가 무슨 얘기를 했다면 위로를 드렸을 것”이라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는 나머지 두 명에게도 여러차례 전화와 문자메시지를 보냈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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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ri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