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폐용기 패킹만 찢어져도 새 뚜껑 사야'…따로 안파는 이유는?

"밀폐용기 뚜껑의 실리콘 패킹을 빼다가 찢어졌는데 패킹만은 따로 안 판다네요. 뚜껑 전체를 사라는데 너무 낭비 아닌가요."

경상북도 구미시에 사는 신준하씨는 밀폐용기를 씻던 중 패킹이 찢어지자 업체에 패킹만 따로 살 수 있을지 문의했지만 별도 판매는 하지 않는다는 답을 들었다.

유명 밀폐용기 업체들이 용기 뚜껑에 삽입된 실리콘 패킹을 별도로 판매하지 않고 있어 불합리하다는 지적이 소비자들 사이에서 나온다.

"패킹만 따로 안 팔아 비용 부담"…업체 "밀폐력 때문에"

실리콘 패킹은 뚜껑과 용기 사이 틈을 메워 밀폐력을 높여준다. 뚜껑에서 빼내 세척한 뒤 재사용하거나 새 패킹으로 교체할 수 있다.

그러나 일부 대형 업체는 1천원 수준인 실리콘 패킹을 별도로 판매하지 않아 소비자들이 몇 배 비싼 새 뚜껑을 사야 하는 실정이다.

신씨는 "밀폐용기 업체 A사가 별도 판매하는 뚜껑 가격이 완제품 가격과 큰 차이가 나지 않아 부담이 크다"며 "패킹만 찢어졌을 뿐, 멀쩡한 뚜껑을 두고 새로 (뚜껑을) 구매하면 플라스틱 낭비가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A사는 패킹을 교체하면 제품 성능이 저하될 수 있어 따로 팔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A사 관계자는 "협력업체 간 뚜껑 규격이 미세하게 달라 패킹 교체 시 밀폐력이 떨어질 수 있다"며 "품질 보장을 위해 완제품 뚜껑만 공급받고 있으며, 패킹만 별도 판매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A사 처럼 패킹을 따로 팔지 않는 B사 관계자는 패킹을 교체하더라도 밀폐력에 영향이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제품 구입 기간에 따라 무상으로나 배송비만 받고 뚜껑을 교체해 주기 때문에 패킹만을 원하는 고객 수요가 거의 없다"고 설명했다.

패킹을 별도로 판매하는 C사 역시 "패킹만 교체하더라도 밀폐력에 차이는 없다"며 A사와 다른 의견을 보였다.

"용기업체, 플라스틱 낭비 줄여 사회적 책임 다해야"

전문가들은 패킹 교체로 밀폐력에 차이가 생긴다면 그 사실을 구체적으로 설명한 뒤 소비자가 구매 여부를 결정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은희 인하대 소비자학과 교수는 "밀폐력 유지가 어렵다는 이유라면 이를 소비자들에게 미리 알리고 패킹을 따로 팔면 해결될 문제"라고 꼬집었다.

패킹을 따로 판매하지 않는 것이 플라스틱 낭비로 이어질 수 있으므로 업체들이 환경보호와 자원순환을 위한 사회적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서울환경연합 김현경 활동가는 "부속품 별도 판매로 자원 낭비를 줄여야 한다"며 "일부 밀폐용기에 쓰이는 내열유리도 재활용이 어려운 소재"라고 지적했다.

자원순환사회연대 관계자는 "업체마다 밀폐용기 뚜껑 규격을 표준화해 자사의 실리콘 패킹을 교체해 쓸 수 있도록 하는 것도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하나의 방법"이라 제안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