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가 된 가운데 10대 딸을 죽도 등으로 반복해서 폭행하고 4시간 동안 가혹행위를 한 40대 부부가 재판에 넘겨졌으나 법원이 비교적 적은 금액의 벌금형을 선고해 논란이 일고 있다.
인천지법 형사2단독 이연진 판사는 아동복지법상 아동학대 혐의로 기소된 A(44·여)씨와 그의 남편 B(47)씨에게 각각 벌금 700만원을 선고하고 40시간의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 이수를 명령했다고 2일 밝혔다.
A씨는 2016년부터 2019년 12월까지 인천시 중구 자택에서 딸 C(15)양을 수시로 무릎 꿇게 하고 죽도로 때린 혐의 등으로 기소됐다.
그는 C양이 만 12살이던 2017년에는 야단을 치는데도 "잘못했다"는 말을 하지 않는다며 4시간 동안 머리를 바닥에 박고 엎드려서 무릎을 들어 올리는 이른바 '원산폭격'을 시키기도 했다.
또 7시간 동안 무릎을 꿇게 해 화장실도 가지 못 하게 한 적도 있으며 C양의 안경을 발로 밟아 부러뜨리면서 "앞으로 말 안 들을 때마다 네가 좋아하는 것들을 하나씩 없애 버릴 거"라고 폭언을 했다.
B씨도 2017년부터 2년간 C양의 얼굴 등을 주먹으로 20여 차례 때리거나 목을 졸라 학대한 혐의로 함께 기소됐다.
그는 비명을 지르는 딸의 입을 한 손으로 막고는 다른 손으로 얼굴을 때렸으며 과외 숙제를 하지 않았다며 집 현관문 밖으로 내쫓으려고 했다.
B씨는 현관문으로 쫓겨난 딸에게 "집에 들어오면 맞을 줄 알라"며 거실과 연결된 중문을 잠갔고, C양은 맨발로 20분 넘게 현관에 서 있었다.
C양은 아동학대로 부모를 직접 신고한 뒤 보호시설인 '쉼터'에서 지내다가 수사 과정에서 집으로 돌아갔다.
법원은 아동학대 치료프로그램 이수만으로도 재범을 막는 효과를 거둘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A씨 부부에게 취업제한 명령을 하지 않았다.
이 판사는 "범행 내용이 좋지 않다"면서도 "피고인들이 수사와 재판에서 잘못을 깊이 뉘우쳤다"고 판단했다.
이어 "피고인들은 피해자와 원만하게 지내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피해자가 재판에서 부모의 처벌을 원하지 않는다는 탄원서를 낸 점 등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아동을 상대로 신체적·정서적 학대를 한 경우의 법정형은 5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이다.
법조계에서는 A씨 부부의 범행 수법 등이 좋지 않고 장기간 범행을 했는데도 법정형에 비해 지나치게 낮은 형이 선고됐다는 지적이 나왔다.
인천 지역 한 변호사는 "법원은 피고인들이 피해자의 친부모이기 때문에 실형을 선고하면 가정을 분리하게 된다고 판단했을 수 있다"면서도 "꼭 실형이 아니라도 벌금형보다 높은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해 재범을 차단하는 방법도 고민했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검찰은 A씨 부부에 대한 1심의 양형이 지나치게 낮아 부당하다며 법원에 항소장을 제출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