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혜민스님 (연합뉴스) |
남산타워가 보이는 자택을 공개한 뒤로 논란이 돼온 혜민스님이 참회의 뜻을 밝히며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혜민스님은 15일 늦은 오후 "오늘부로 모든 활동을 내려놓고 대중 선원으로 돌아가 부처님 말씀을 다시 공부하고 수행 기도 정진하겠다"고 밝혔다.
그는 이날 자신의 트위터 등 SNS에 올린 글에서 "수행자로서 제가 할 수 있는 방법으로 세상에 불법을 전하려고 노력해왔다고 생각했으나 저의 부족함으로 인해 많은 분들께 불편함을 드렸다. 승려의 본분사를 다하지 못한 저의 잘못이 크다"며 이같이 활동 중단을 선언했다.
혜민스님은 "이번 일로 상처받고 실망하신 모든 분들께 참회한다"며 "더는 저의 일들로 지금 이 시간에도 분초를 다투며 산중에서 수행정진하시는 많은 스님들과 기도하시는 불자들에게 누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아울러 "대한민국 모두가 코로나 바이러스로 힘든 시기에 저의 부족함으로 실망을 드려 거듭 참회한다"고 덧붙였다.
혜민스님은 최근 한 방송에서 소위 '남산타워 뷰'의 서울 도심 자택을 공개한 것 등을 두고 논란이 돼 왔다. 불교의 무소유 문화와 배치된다는 지적이 나왔다.
일부 언론에서는 그가 한때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건물을 보유했고, 이를 자신이 운영하는 단체에 팔아 이익을 봤다는 보도를 내놓기도 했다.
한국 불교를 강도 높게 비판해온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스님은 전날 SNS에 혜민스님을 두고 "연애인 뿐이다"며 "일체 석가모니의 가르침 전혀 모르는 도둑놈뿐이야"라고 비판한 바 있다.
하지만 그는 혜민스님의 활동 중단 선언이 전해진 뒤 16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혜민스님과 통화한 사실을 전하면서 그를 옹호하고 나섰다.
현각스님은 페이스북 글에서 "아우님, 혜민스님과 이른 아침 통화를 했다. 사랑과 존중, 깊은 감사로 가득 찬 70분간의 통화였다"며 "혜민스님은 믿을 수 없을 정도로 아름다운 사람"이라고 평가했다.
그는 "영적인 삶은 여행 속 비행기와 같다. 그것은 항상 방향 수정과 적응을 요구한다"며 "난기류가 있을 수 있고, 나 또한 비행 계획에서 많이 벗어났었고, 인간이기에 때론 그럴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나 또한 혜민이나 다른 이들보다 낫거나 순수하지 않다"고 털어놨다.
현각스님은 "오늘 아침 대화하며 혜민스님과 나는 서로에 대한 사랑을 표현했고, 앞으로 서로 연락하고 공유하고 배우자고 했다"며 "내가 조계종에 있든 없든 그는 나의 영원한 도반(道伴·dharma brother)이며 그의 순수한 마음을 매우 존경한다"고 강조했다.
1974년생인 혜민스님은 미국 국적자다. 출가 전 한국 이름은 주봉석이다.
그는 스무 살 때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대에서 비교종교학 석사, 프린스턴대에서 종교학 박사 학위를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후 7년간 미국 매사추세츠주 햄프셔대에서 종교학 교수를 지냈다.
2000년 해인사에서 사미계를, 2008년 직지사에서 비구계를 받고서 조계종 승려가 됐다.
2012년 명상에세이 '멈추면, 비로소 보이는 것들'을 낸 뒤로 많은 독자의 사랑을 받았다. 이 책은 누적 판매 부수 300만 부를 돌파하며 전 세계 26개국에 판권이 수출됐다.
최근에는 영국 이코노미스트지 한국 특파원 출신인 다니엘 튜더와 명상 앱 '코끼리' 사업에 뛰어들기도 했다.
그러나 자신의 자택 공개 등 무소유를 강조하는 불교문화와 배치되는 행보로 논란을 빚다 대중 앞에서 물러나게 됐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