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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학생 가족 등장 해프닝까지…"일반 강의보다 3배 더 힘들어"
"루니루니님, 제 목소리 들리세요?"
지난 17일 오후 온라인으로 진행된 한 대학원 수업은 유튜브 라이브 방송을 방불케 했다. 교수가 초대한 화상채팅방에 들어온 학생들이 실명 아닌 닉네임(별명)을 쓰기도 해 교수가 학생들을 '○○님' 등 닉네임으로 부르기도 했다. 교수는 "내가 꼭 유튜버가 된 것 같은 기분"이라고 말했다.
개인 사정 때문에 수업에 참여하지 못할 뻔한 학생들은 '혜택'을 받았다. 몇몇 학생들은 늦은 퇴근길에 전철을 타고 집에 가며 출석에 응하거나 병원에서 수업을 듣기도 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지난 16일 각 대학이 사상 초유의 '온라인 개강'을 맞았다. 전례 없는 강의환경이 익숙하지 않은 교수와 학생들 사이에 온갖 해프닝이 벌어지고 있다.
한 대학 강의에서는 교수가 마이크를 켜지 않고 수업을 진행해 학생들이 노트에 '안 들려요'라고 써서 들기도 했다. 모니터 화면을 '거울모드'로 설정해 칠판 글씨가 뒤집어져 보이는 일도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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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가 화상채팅방에 비수강생 참여를 막는 기능을 설정할 줄 몰라 생긴 웃지 못할 일도 있었다.
서울의 한 대학생 김모(28)씨는 19일 "화상으로 온라인 강의가 진행되고 있는데 갑자기 비수강생이 접속해 '메시가 (축구를) 잘해요, 호날두가 잘해요' 등 채팅창에 아무 말을 쓰는 '난입 사건'이 벌어지기도 했다"고 전했다.
주로 각자 집에서 수업에 참여하다 보니 교수나 학생 가족이 온라인 강의에 등장하기도 했다.
서울의 한 대학 온라인 강의 도중 교수의 부인이 화면에 등장해 "당신 그거 언제 끝나"라고 묻자 교수가 "일찍 끝내겠다"고 답하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 학생들에게 전달됐다.
대학생 지모(24)씨는 "한 학생이 온라인 수업 도중 마이크가 켜져 있다는 사실을 잊고 방에 들어온 가족에게 '교수님 지금 생산적인 말 안 해'라고 한 말이 교수와 전 수강생들에게 들렸다"고 말했다.
한 온라인 강의에서는 마이크를 통해 학생이 엄마와 말다툼을 하는 소리가 들려 채팅창에 '엄마랑 싸우지 마세요'라는 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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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이 교수가 칠판 대용으로 쓰는 모니터 화면에 필기를 하는가 하면, 아프리카TV를 이용한 강의에선 수업시간에 별풍선을 쏘는 학생들도 있었다. 한 대학생은 "사이버 강의가 처음인 나이 많은 교수님을 학생들이 놀리는 것 같아 보기 불편했다"고 말했다.
교수들도 첫 온라인 강의에 대한 고충을 토로했다.
서울의 한 대학 교수는 "학생들이 자기 화면을 '숨김'으로 설정해 얼굴을 볼 수 없는 게 가장 불편했다"며 "얼굴이 나오도록 설정하라고 하니 여학생들이 '화장을 안 했어요'라며 거절했다. 학생들 반응을 못 보니 벽을 보며 수업하는 기분이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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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교수는 "얼굴을 공개한 학생들에게 강의 내용이 이해되면 손을 들어달라고 했는데 집중도가 떨어지는지 한 명만 손을 들더라"며 "일반 강의보다 온라인 강의에 에너지가 3배 정도 더 든다"고 말했다.
한 외국인 교수는 "화면이 계속 끊겨 수업 진행이 불가능할 정도였다"며 "학생들이 강의를 모두 들었는지 확인하기는 어렵지만, 실시간 화상 강의를 포기하고 유튜브에 녹화 강의를 올린 뒤 링크를 공유하는 것으로 대체할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