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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심각 단계로 접어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삶의 구석구석을 바꾸고 있다.
마스크와 소독제 구하기 전쟁이 일상이 된 것은 물론 식생활, 여가생활, 아이 돌봄 등에서 세세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우선 유치원, 어린이집 휴원에도 아이 돌봄 수요가 줄었다.
코로나19 위기 경보 단계가 최고인 '심각'으로 격상됨에 따라 정부는 지난 23일 모든 유치원과 초등학교, 특수학교에 개학을 3월9일로 일주일 미루라고 명령했다. 학원에는 휴원을 강력히 권고했다. 서울시 등 지자체는 어린이집 휴원 지침을 내렸다.
보육 공백이 발생하면 보통 단기 돌봄 수요가 따라서 늘기 마련이지만 감염병 유행이라는 특수성 때문에 수요가 오히려 줄었다는 게 업계 전언이다. 타인 접촉을 피하면서 '일단 가족끼리 해결해보겠다'고 생각하는 가정이 많기 때문.
60세 이상 노인 130명이 시간제 보육 서비스를 제공하는 서울시 아이돌봄기동대 관계자는 27일 연합뉴스와 통화에서 "원래 신학기를 앞둔 이맘때는 고객 문의와 돌봄 의뢰가 평소보다 많은 시기인데 요즘은 문의 자체가 없다"며 "아직까진 부모가 회사에서 최대한 휴가를 받거나 조부모 등 친지에게 맡겨보려 하지 돌보미를 쓰지 않으려는 경향이 강하다"고 전했다.
경기 성남시에 사는 A(42)씨도 "어린이집에서 '맞벌이 등으로 사정이 어쩔 수 없으면 보내도 된다'고 안내했지만 우리 아이 포함해 3명만 나온다고 해서 그냥 집에서 남편과 번갈아 보기로 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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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아이가 있는 집에서는 학교나 기관에 보내지 못하고 가정 보육을 하는 경우가 크게 늘면서 아이들과 온종일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이느냐가 최대 고민거리가 됐다.
서울 서초구에서 두 자녀를 키우는 양모씨는 "어디 나갈 곳도 없고 집에서 삼시 세끼 아이들 식사 준비하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며 "인터넷 레시피 사이트나 유튜브를 뒤져 반찬거리나 간식 아이디어를 얻는데 (코로나19 사태의) 끝이 보이지 않아 지칠 지경"이라고 했다.
인터넷 양육자 카페에도 '종일 심심해하는 아이와 무엇을 하며 시간을 보내야 할지 모르겠다'는 고민 글이 단골 주제로 올라온다.
댓글에는 쿠키 굽기 등 아이와 함께 요리하기, 안 쓰는 장난감 재활용해서 놀아주기와 같은 '팁'이 공유되고 있다.
아이가 없는 집도 외출이나 여행을 자제하면서 '방콕'하는 동안 시간 보내기가 고민인 건 마찬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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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쇼핑사이트 G마켓에 따르면 최근 한 주간(2월4∼10일) 그림 그리기나 악기 연주 등 취미생활 용품 판매량이 전년 동기 대비 최대 4배 이상 증가했다.
극장이나 공연장 등 다중이 모이는 문화 시설 이용은 줄어든 반면 넷플릭스나 왓챠플레이 등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이용은 전년 대비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헬스장이나 체육 시설이 감염병 전파를 막기 위해 잇달아 폐쇄해 집에서 운동하는 이른바 '홈트족'(홈트레이닝족의 준말)도 늘었다.
대구에 거주하는 대학생 김모(25)씨는 "다니던 헬스장이 지난 20일부터 문을 닫으면서 집에서나마 30분에서 1시간 정도 운동을 한다"며 "기구를 이용해서 다양한 운동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어서 원래 알고 있었던 기본 동작을 응용하는 편"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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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코로나19 확산과 관련한 뉴스가 연일 보도되고 집에만 있어야 하는 상황이 계속되자 우울감이나 무력감을 호소하는 이들도 늘었다.
트위터나 인스타그램 등 SNS에는 바깥 활동을 자제하는 일상을 올리며 코로나19로 인한 불안, 우울 등 심리적 어려움을 호소하는 글이 눈에 띈다.
연세 신경정신과 손석한 원장은 "원래 지녔던 불안장애나 우울증, 강박 장애가 심해지거나 자신이 코로나19에 걸려 격리되고 음압병실에 누워있는 모습을 상상하는 등 건강염려증이 악화하는 경우가 있다"며 "이럴 때일수록 혼자 있으면 우울해지고 불안한 상상을 하게 되니 안전수칙을 잘 지키면서 가족이나 친구끼리 서로 안심시키고 다독이는 일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버스나 지하철에서 이용객에게 무료 마스크를 나눠주던 모습에도 코로나19 사태가 장기화하면서 변화가 생겼다.
서울시 버스운송사업조합이 공동구매한 일회용 마스크를 기사석 인근에 비치해 마음껏 가져갈 수 있도록 했던 버스회사들은 최근부터 승객이 기사에게 부탁하면 한 장씩 나눠주는 방식으로 바꿨다.
서울교통네트웍 운영부 관계자는 "한 번에 여러 장 가져가는 승객에 대한 통제가 어렵고 코로나19가 장기화하다 보니 마스크 수급이 힘들어졌다"면서 "차량당 마스크를 10장씩 비치하고 부족하면 추가로 요청하도록 하면서 사용량을 조절하고 있다"고 전했다.
지하철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서울교통공사 설명에 따르면 1∼8호선 지하철역마다 하루 500장씩 비치하던 마스크를 최근 하루 100장으로 줄이고 소진 시 안내 문구를 부착해 알리는 방식으로 바꾸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상황이 길어지다 보니까 공공 기관에서 마스크를 너무 많이 구매해버리면 민간 구매가 힘들어지기 때문에 적정 구매량을 유지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