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스키협회가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까지 참석한 선수에게 '올림픽 출전 불가'를 통보해 논란이 일고 있다.
대한스키협회는 25일 경기력 향상위원회를 열고 2월 개막하는 평창동계올림픽 알파인 종목에 남자 정동현과 김동우, 여자 강영서와 김소희 등 총 4명을 출전시키기로 했다.
그러나 24일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에서 열린 평창동계올림픽 한국 선수단 결단식에는 남자 선수로 경성현(28)이 참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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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식에 참석한 경성현. 이낙연 국무총리(양복입은 사람 중 맨 왼쪽) 왼쪽 뒷줄. (사진=연합뉴스) |
대한민국 선수단복을 입고 24일 결단식까지 참석한 경성현이지만 스키협회는 이날 오전에 경성현에게 '올림픽 출전 불가'를 통보했다.
스키협회는 이에 대해 "이번 대회에 남녀 알파인에 2명씩 총 4명이 출전하게 됐는데 남자의 경우 기술팀에서 한 명, 스피드 팀에서 한 명을 나눠 내보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에 따라 기술 종목(회전·대회전)에서 정동현, 속도 종목(활강·슈퍼대회전)에서 김동우가 대표로 선발됐다. 기술 종목에서 정동현 다음인 경성현은 엔트리에서 빠지게 됐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성현의 아버지 경화수 씨는 25일 "이전 올림픽에는 기술 종목에서 대표로 출전해왔다"며 "결단식까지 참석하게 해놓고 갑자기 선수를 바꾼다고 하니 (경)성현이가 앞으로 스키를 그만두겠다고 한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로 홍천군청 소속 경성현에 대해 '올림픽 출전이 확정됐다'는 내용의 보도가 몇 차례 나오기도 했을 정도로 그의 올림픽 출전은 기정사실로 여겨질 정도였다.
또 경성현은 지난 12일 정선 하이원리조트 코스에서 열린 국제스키연맹(FIS) 극동컵 속도 종목인 슈퍼대회전에서 1분 00초 52를 기록, 한국 선수 가운데 가장 높은 순위인 7위에 올라 이번에 속도 대표로 올림픽에 나가게 된 김동우의 1분 01초 52(23위)를 앞섰다며 속도로 겨뤄도 뒤지지 않는 경쟁력을 갖췄다고 주장했다.
경성현은 2014년 소치 동계올림픽 남자 대회전에서 66위에 오른 선수로 20일 끝난 동계체육대회에서도 회전과 복합 금메달, 슈퍼대회전 동메달의 성적을 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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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단식에서 동료 선수들과 함께 사진을 찍은 경성현(왼쪽). (사진=연합뉴스) |
스피드 종목에서 대표로 뽑힌 김동우는 스피드 종목의 대표격인 활강에서 FIS 랭킹 414위로 388위인 김설경보다 밀리는데도 올림픽 출전권을 획득해 또 다른 논란을 불러일으켰다.
스키협회는 이에 대해 "활강에서는 김설경이 김동우보다 앞서지만, 슈퍼대회전은 김동우가 더 낫다. 또 다른 종목인 복합에서도 김동우가 앞선다고 판단해 김동우를 올림픽 대표로 선발했다"고 설명했다.
스키 관계자는 "스피드 경기가 열리는 정선 알파인 경기장을 이번 올림픽을 대비해 건설했고, 스피드 팀에 미국 대표팀 출신 코치까지 영입한 상황에서 스피드 선수가 올림픽에 한 명도 못 나간다면 협회로서도 부담됐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재찬 스키협회 수석부회장은 "올림픽 대표 선발은 협회 규정에 의해 공정하게 이뤄졌다"고 강조하며 "다만 올림픽 출전 여부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경성현 선수를 결단식에 참석하도록 한 것은 무신경한 처사였다"고 사과했다.
최근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올림픽 출전 규정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해 개막이 임박해서야 노선영(29)의 꿈을 좌절시킨 데 이어 대한스키협회도 미숙한 행정으로 선수 가슴에 '피멍'이 드는 결과를 초래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