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개막이 한 달도 채 남지 않은 2018 평창동계올림픽에서 여자 아이스하키 남북단일팀 구성을 추진하는 것은 한국 대표선수들의 인권을 침해한다는 진정이 국가인권위원회에 제기됐다.
인권위는 아이스하키 팬 홍모 씨가 남북단일팀 구성은 대표선수 23명의 행복추구권과 직업행사의 자유 등 인권을 침해하기 때문에 즉각 중단해야 한다는 진정을 도종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상대로 냈다고 17일 밝혔다.
홍씨는 진정서에서 "정부는 기존 대표선수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하지만, 단일팀이 성사되면 북한 선수를 출전시키지 않을 수 없을 것이고, 이는 한국 선수의 출전 기회를 그만큼 빼앗거나 출전시간을 줄이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
(사진=연합뉴스) |
이어 "(단일팀 구성은) 소수의 인권을 희생해 대의를 이루겠다는 전체주의적 발상"이라면서 "빙판 위에서, 선수들에게 중요한 것은 '골을 넣어 이기는 것'이지 '나 하나 희생해서 한반도의 평화를 이루는 것'은 아닐 것이다"라고 주장했다.
홍씨는 또 "한국 여자 아이스하키는 이번 대회에서 개최국 자격으로 출전하지만, 4년 뒤 열릴 동계올림픽은 객관적인 전력상 출전 가능성이 매우 낮다"면서 "이번 올림픽이 마지막 올림픽 출전 기회가 될지도 모르는 23명의 대표선수들에게서 정부는 그 귀중한 기회를 빼앗으려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정부는 지난 9일 남북 고위급 회담에서 아이스하키 단일팀 구성을 제안했다. 한국 대표팀 선수를 줄이지 않고 엔트리를 확대해 북한 선수들을 증원하면 한국 선수들에게 전혀 피해가 가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정부 판단이다.
정부는 엔트리 확대를 위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 국제아이스하키연맹(IIHF)에 협조를 구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국민청원 게시판에는 아이스하키 단일팀에 반대한다는 청원글이 15일까지 100여 건 올라왔다.
스포츠 평론가로 활동하는 정윤수 성공회대 교수는 "남북 간의 평화 무드 조성은 그 과정 자체가 평화적이어야 한다"면서 "(남북평화만큼이나) 선수 인권도 중요하다. '나라가 하는 일이니까 해야 한다'는 식의 무리수를 둬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또 "유엔에서 평창올림픽 휴전결의가 채택된 지난해 11월쯤에는 북한의 올림픽 참가를 두고 물밑작업이 시작됐을 것"이라면서 "그때부터 정부가 대표팀과 논의를 해야 했는데 이제야 무리하게 추진하고 있다"고 말했다.(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