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라마 속 각양각색 악녀들이 안방을 후끈 달아오르게, 한편으로는 모골이 송연할 만큼 오싹하게 만든다.
최근 가장 최고의 악녀는 역시 역대 비지상파 드라마 최고 시청률 기록을 갈아치운 JTBC 금토극 'SKY 캐슬' 속 '쓰앵님', 김서형(44)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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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합뉴스) |
잔머리 하나 없이 틀어 올린 머리에 'B사감과 러브레터' 속 사감을 떠올리게 하는 메이크업, 얼음장 같은 눈빛까지 더한 김서형은 피도 눈물도 없는 입시 코디네이터로 변신했다.
1994년 KBS 공채 탤런트로 데뷔한 김서형은 긴 무명 시절을 거쳐 2008년 SBS TV 드라마 '아내의 유혹' 속 신애리를 만나 진정한 악녀의 모습을 보여줬다. 그리고 정확히 10년 후 'SKY 캐슬' 속 김주영으로 신애리마저 지우며 제2의 전성기를 맞았다.
자식에 대한 비뚤어진 집착으로 결국 가정을 파탄 나게 한 김주영은 입시 코디로 변신해 다른 가정도 무너뜨리는 데 쾌감을 느끼며 사는 인물이다. 비상식적인 캐릭터이지만 완급을 자유자재로 조절하는 김서형의 연기가 현실감을 불어넣었다.
한서진(염정아 분)-강준상(정준호) 부부를 들었다 놨다 하는 장면에서는 목소리 톤은 물론 표정까지 '나노 단위'로 변화를 주며 극의 텐션을 좌지우지했다. 소리를 지르다가도 소름 끼칠 만큼 차분한 목소리로 "어머닌 그저 저만 믿으시면 됩니다"고 서진을 옥죄는 장면은 백미였다.
냉탕과 열탕을 오가는 김서형 연기에 시청자들은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하며 'SKY 캐슬' 인기 고공행진에 힘을 보탠다.
김서형 소속사 플라이업엔터테인먼트 측은 22일 "배우가 헤어, 의상, 메이크업 등 외적인 부분부터 완벽한 성격에 동요 없는 포커페이스를 가진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고민했다. 또한 화려한 '캐슬퀸'들과 상반되는 느낌을 위해 올백 헤어, 블랙 의상, 딱딱한 걸음걸이 등을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김주영이 입시 코디이기 전에 엄마이고, 캐슬 사람들과 비슷했을 거라는 것을 놓치지 않으려고 노력했다"고 덧붙였다.
지상파 평일 미니시리즈 중 가장 높은 시청률을 기록 중인 SBS TV 수목극 '황후의 품격'에는 흥행의 공신들인 더 많은 악녀가 등장한다.
초반 나왕식(최진혁)과 오써니(장나라)를 위기에 몰아넣으며 시청률을 두자릿수로 끌어올리는 데는 민유라 역 이엘리야(28)가 큰 역할을 했다.
그동안 도회적인 외모로 전문가 역할과 새침한 조연을 오간 그는 이번에는 말 그대로 진정한 악녀로 거듭나 시청자의 응원을 받는다.
출세를 위해서라면 가족도 버리고 사랑도 이용하고야 마는 민유라는 김순옥 작가 특유의 막장 코드를 극대화하며 극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온몸에 시멘트를 들이붓고 화염 속에 갇히면서도 욕심을 버리지 못하는 열연이 돋보였다.
하지만 '황후의 품격'에는 민유라 머리 위에 있는 악녀가 있으니 바로 아리공주의 친모 서강희 역 윤소이(본명 문소이·34)다. 악녀지만 번번이 당하기도 하는 민유라가 어쩐지 친근하다면, 서강희는 훨씬 고단수다.
태후면 태후, 황제면 황제, 수상이면 수상까지 '문어발' 식으로 정치놀음 중인 서강희를 윤소이는 매섭고도 차분한 톤으로 소화한다. 그는 매번 고성과 폭력이 오가는 궁 속에서도 조용하고 민첩하게 움직여 더 돋보인다.
시청률 40%를 넘긴 KBS 2TV 주말극 '하나뿐인 내편' 속 다야 역 윤진이(본명 김윤진·29) 역시 안방극장 시청자들의 혈압을 올리는 데 큰 역할을 한다.
오로지 자신에게만 관심과 애정이 집중돼야 만족하는 다야를 윤진이는 매회 불안함과 분노를 오가는 복합적인 감정 연기로 표현한다. 그만 떴다 하면 '안티 시청자'들이 욕을 쏟아내는 점은 그가 '제대로' 연기하고 있음을 증명한다.
윤진이와 이엘리야 소속사 킹콩바이스타쉽 관계자는 "두 배우가 대본을 바탕으로 워낙 꼼꼼하게 캐릭터를 분석했다"며 "배우들 열정이 시청자들께 전달돼 응원해주셔서 감사해하고 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