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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청소노동자 죽음 헛되지 않게"…교수·학생들 팔 걷어

업무환경 개선 등 요구 서명운동…6일 만에 7천여명 참여

서울대 청소노동자가 창문 하나 없는 휴게실에서 숨진 일과 관련해 서울대 교수와 학생들이 학내에서 근무하는 시설노동자들의 열악한 휴게공간 개선을 요구하며 행동에 나섰다.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서울대 공과대학 휴게공간(`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페이스북 갈무리)
60대 청소노동자가 숨진 서울대 공과대학 휴게공간(`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 페이스북 갈무리)

21일 서울대 학생사회 등에 따르면 서울대 총학생회와 이 학교 학생 모임 '비정규직 없는 서울대 만들기 공동행동'은 지난 9일 숨진 60대 청소 노동자에 대한 학교 측의 사과와 업무환경 개선을 요구하는 온라인 서명운동을 벌이고 있다.

이들은 "폭염을 피할 에어컨이나 창문 하나 없는 답답한 공간이 청소 노동자들에게 '휴게실'로 주어졌다"며 "고인의 죽음은 열악한 노동환경이 가져온 참사"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우리에게 남겨진 일은 부정의에 책임을 묻고 비정한 현실을 바꿔내는 것"이라며 시설노동자 휴게공간 개선과 청소노동자 사망에 대한 대학의 책임 인정, 총장 명의 사과 등을 요구했다.

이달 15일 시작한 서명운동은 20일 오후까지 서울대 재학생 1천600여명과 졸업생 500여명을 포함해 일반 시민들까지 7천여명이 참여했다.

서울대 교수들도 이런 움직임에 동참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우희종 수의대 교수는 페이스북에 쓴 글에서 "서울대 노동자들의 열악한 환경과 공간 부족은 기본적으로 교수 갑질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우 교수는 "(교수들은) 학내 구성원들을 배려하기보다 교수가 왕이고, 교수 공간도 부족하다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며 "서울대 교수 중 자기 혼자만의 힘으로 얻은 위치와 환경이라고 착각하는 사람들이 너무 많은 탓"이라고 썼다.

그는 "대학 구성원은 교수뿐만 아니라 시설노동자 등 다양하며, 각자 역할이 있다"면서 "학내 노동자들의 인권이 보장될 수 있도록 업무 환경을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서명운동에 참여한 박배균 지리교육과 교수는 "서울대는 한국에서 가장 넓은 캠퍼스를 가진 대학인데, 제대로 된 청소노동자 휴게실 하나 만들 공간이 없다는 것은 말이 안 된다"며 "서울대에서 이런 일이 발생했다는 사실이 부끄럽고 참담하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서울대에서 인간답게 일할 수 있는 노동환경이 만들어졌으면 좋겠다"며 "청소노동자뿐 아니라 강사 휴게공간 등과 관련해 대학 내 노동권 침해 여부 전반을 점검해야 한다"고 했다.

학생들은 2학기가 시작하는 다음 달까지 서명운동을 진행한 뒤 결과를 오세정 총장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서울대 중앙도서관 통로에는 숨진 청소노동자를 기리는 추모공간도 설치됐다.

추모공간에 마련된 게시판에는 "고인의 명복을 빈다", "사람이 일하다가 죽지 않는 사회를 만들겠다", "시원하고 편하게 쉬시길 바란다" 등이 적힌 포스트잇이 붙었다.

사고 이후 서울대는 전담팀을 꾸려 청소·경비·기계전기 분야에 종사하는 학내 시설노동자의 휴게공간 실태를 전수 조사하기로 했다. 아울러 본부 자체적으로 휴게공간 표준 가이드라인을 정립해 개별 단과대가 이를 이행하도록 권고할 방침이다.

서울대 관계자는 "사태의 엄중함을 인식하고 있다"며 "노조와 단체협상이 진행 중인 만큼 조속한 문제해결을 위해 힘쓸 것"이라고 말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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