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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죄유혹 오면, 당신 걱정에 목메 밥 못 삼킬 가족 생각하라"

울산지법 재판장, 동남아 성매매 여성 돈 빼앗은 청년 8명에 징역형 선고 후 훈계문 낭독
재판장 "돈 몇푼과 맞바꾼 것은 본인 자유, 가족의 고통·희생…건전한 시민으로 복귀해 달라"
"친구나 선후배가 범죄행위 연루됐을 때 교화하거나 멀리하는 것이 진정한 의리" 타이르기도


"범죄 유혹이 다가올 때마다, 목이 메어 밥 한 숟갈 못 삼키는 부모님과 형제들을 떠올려 보세요."

동남아 여성이 성매매하는 오피스텔만 골라 강도질했다가 재판에 넘겨진 피고인들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20대 초반의 청년이기도 한 이들에게, 재판장은 애정과 안타까움을 담은 긴 당부의 말을 남겼다.

울산지법 형사11부(박주영 부장판사)는 특수강도 등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8명 중 2명에게 징역 3년을, 1명에게 징역 2년 6개월과 벌금 300만원을, 5명에게 징역 2년 6개월∼3년에 집행유예 3∼4년을 선고했다고 28일 밝혔다. 집행유예를 선고한 5명에게는 300시간을 명령했다.


(연합뉴스)
(연합뉴스)

또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상 공동상해로 기소된 2명에게는 각각 벌금 300만원과 200만원을 선고했다.

공소내용을 보면 특수강도로 기소된 A(21)씨 등 8명은 성매매 업주에게 고용된 동남아 여성들이 오피스텔에서 성매매하는 일명 '오피걸' 영업장을 범행 대상으로 삼았다.

여성 혼자 있는 오피스텔을 덮치면 성매수남에게서 받은 현금을 챙길 수 있고, 성매매 영업을 한 동남아 여성이나 업주가 경찰에 신고하기도 어렵다는 점을 노린 것이다.

이들은 2월 14일 오전 4시께 성매매가 이뤄지는 울산의 한 오피스텔에 성매수남으로 가장해 들어간 뒤, 혼자 있는 태국 국적의 성매매 여성을 위협해 현금 220만원을 빼앗았다.

성매수남 역할을 하는 1명이 오피스텔을 찾아 성매매한 뒤 밖에서 대기하던 공범들에게 연락하면, 2∼3명이 한꺼번에 들이닥쳐 성매매 여성을 겁주고 돈을 빼앗는 수법을 사용했다.

이들은 이틀 뒤인 16일 경남 김해의 오피스텔 2곳에서 같은 수법으로 범행해 각각 80만원과 110만원을 강탈했다.

재판부는 "사전에 치밀하게 역할을 분담한 계획적 범행인 점, 피해자들이 언어 문제나 강제추방 등 약점을 가진 이주 성매매 종사 여성들로서 사회적으로 가장 취약한 계층을 범행 대상으로 삼은 점 등을 종합하면 죄질이 상당히 좋지 않다"면서 "다만 피해자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데까지는 나아가지 않은 점, 피고인들 모두 만 19세에서 22세의 젊은 나이로 아직 개선과 교화의 가능성을 기대할 수 있다고 보이는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 선고 직후 "형사소송규칙은 '재판장은 피고인에게 적절한 훈계를 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 규칙에 근거해 몇 마디 말을 전한다"면서 훈계문을 낭독했다.

박주영 재판장은 "여러분들은 청소년기를 지나 이제 막 성인으로 접어드는 젊은이이기 때문에, 자신의 의지에 따라서는 얼마든지 범죄로 인한 반복된 처벌이라는 종래의 악순환을 끊고 새로운 삶을 개척할 여지가 있다"고 전제했다.

박 재판장은 "작금의 세태는 여러 매체를 통해 폭력조직이나 범죄자의 생활을 멋있게 묘사하거나 희화화하고, 그들 사이의 부적절한 유대감마저 의리라는 이름으로 미화시킨다"면서 "그러나 폭력이나 이를 기반으로 한 범죄는 어떤 이유에서도 정당화될 수 없고, 의리란 신의를 지켜야 할 교제상의 도리를 일컫는 것이므로 범죄행위를 함께 하는 사람들 사이에서의 유대감까지 의리라고 부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여러분들이 혹시 믿고 있을지 모르는 의리라는 것은 선후배나 친구들이 건전한 사회인으로 처신하는 경우에만 지켜질 수 있는 것이다"면서 "선후배나 친구들이 부적절한 처신으로 범죄행위에 연루돼 있을 때는, 이들을 교화하거나 멀리하는 것이 바로 의리"라고 부연했다.

박 재판장은 "여러분들은 대부분 잘못된 선배나 친구를 사귀거나, 혹은 자신의 오판으로 10대 시절부터 폭력과 절도 등 여러 범죄에 연루돼 소년보호처분을 받는 등 범행을 반복하는 것으로 보인다"면서 "범죄를 통해 금전적 이득을 취하는 것은 대단히 유혹적일 수 있지만, 그 몇 푼의 돈과 맞바꾼 것은 자신의 자유와 피고인들이 반성문을 통해 그 소중함을 깨달았노라고 말한 가족들의 고통과 희생이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 사건 공판과정 내내 피고인들을 간절히 그리워하는 수많은 사람의 탄원이 줄을 이었고, 이 탄원 속에서 피고인들은 범죄자가 아니라 누군가의 아들이고 형이고 동생이고 친구였다"면서 "피고인들이 이 사건으로 응분의 죄책을 치른 후에는 부디 반복되는 범죄와 처벌이라는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열심히 일하면서 삶의 보람과 기쁨을 맛보는 건강한 젊은이로서, 자랑스러운 아들과 형과 동생으로서, 건전한 시민으로서 사회에 떳떳이 복귀하기를 바란다"고 당부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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