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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세돌-알파고 '창과 방패의 대결' 관전 포인트

세계 최정상의 프로 바둑기사 이세돌과 구글의 인공지능 프로그램 '알파고(AlphaGo)'가 벌이는 세기의 바둑 대결이 하루 앞으로 다가왔다.

'인간과 기계의 싸움'의 최대 관심사는 뭐니뭐니해도 인공지능의 최고봉에 도전하는 알파고의 실력이 어느정도인가다.

이세돌 9단(가운데)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 참석해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왼쪽),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포토 세션을 갖고 있다. (Yonhap)
이세돌 9단(가운데)이 구글이 만든 인공지능 바둑 프로그램 `알파고`와의 맞대결을 하루 앞둔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사전 브리핑에 참석해 구글 딥마인드의 CEO 데미스 하사비스(왼쪽), 에릭 슈미트 구글 회장과 포토 세션을 갖고 있다. (Yonhap)

인간 대표 이세돌이 우세할 것이라는 의견이 다수지만, 업그레이드를 거듭한 알파고에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만만찮다.

▲ 이세돌 흔들기 통할까 = 바둑 프로 6단인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이번 승부는 창(이세돌)과 방패(알파고)의 대결"이라며 "상대의 의표를 찌르는 이세돌의 능력이 알파고의 균형감각을 무너뜨릴 수 있느냐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그는 "알파고는 전투력이 세다. 상대가 실수했다 싶을 때 치고 들어가는 힘이 강하고 의표를 찔렸을 때는 손해를 보더라도 균형을 잡아서 장기전으로 끌고 가는 힘이 좋다"며 "이세돌이 알파고를 지속해서 흔들어서 무리수를 두게 한다면 크게 낙승할 것이고, 그렇지 못하면 고전하다가 아슬아슬하게 질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 알파고 얼마나 더 강해졌나 = 알파고가 지난해 10월 유럽 챔피언 판후이를 이긴 후 얼마나 더 강해졌을지도 관전 포인트다. 이세돌은 8일 기자간담회에서 "알파고의 작년 실력은 나와 대국할 실력이 아니었다"고 진단했지만, 구글은 "알파고가 자가학습으로 더 많은 양질의 데이터 생성해 실력이 부쩍 향상됐다"고 자신감을 보였다.

바둑계에서는 알파고와의 연습게임을 근거로 현재 알파고의 실력이 최소한 한국의 중급 프로기사 수준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알파고의 실력은 9일 있을 첫번째 대결에서 윤곽이 나올 전망이다.

다섯번째 대국의 심판을 맡은 이다혜(4단) 기사는 "이세돌 9단이 5전 전승을 장담할 수 있을까는 첫번째 대국에서 그림이 나올 것"이라며 "알파고가 프로급임은 틀림없지만, 실력이 구체적으로 어떤지, 계산력과 수읽기에 있어 장점이 어느 정도인지, 변칙을 잘알지 못한다는 단점은 어느 정도인지가 첫 대국에서 드러날 것"이라고 예상했다.

이번 대결은 총 다섯번 진행된다. 알파고는 대국이 진행되는 순간에도 상대의 능력을 흡수하며 진화하는 특징이 있다.

이 때문에 이세돌 9단이 점점 더 강해지는 알파고를 상대해야 하는 것이 아니냐는 궁금증도 생긴다.

원칙적으로 모든 경기가 학습인 알파고는 성장할 것이 틀림없지만, 눈에 띄는 실력 향상은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김찬우 AI바둑 대표는 "이세돌과의 대국을 통해 특정한 부분에서의 실력을 개선한다고 해도 5번의 대국에서 똑같은 내용으로 대결이 펼쳐질 일은 없을 것"이라며 "확실하게 드러나는 약점에 대해서는 구글이 향후에 보완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말했다.

▲ 알파고 두터움 알까 = 바둑에서 수십수 앞의 이득을 내다보고 탄탄하게 두는 포석을 두터움이라고 한다. 당장 눈앞의 실익은 없지만 훗날의 이익을 도모하는 수다. 알파고가 이런 인간적인 수를 둘 수 있을지 관심사다. 마찬가지로 착점한 수의 옳고 그름을 떠나 고집스럽게 밀어붙이는 수를 말하는 기세도 알파고가 보유하고 있을지 궁금사다.

알파고는 현재까지 기세, 두터움 등 바둑에서 일어나는 감각적인 요소까지 알고 있는지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다. 하지만 알파고의 그동안 학습과정을 보면 두터움에 대해서는 학습했을 수 있지만 기세는 부족할 것으로 관측된다.이 부분은 인공지능의 수준을 확인하는 중요한 잣대가 될 전망이다.

▲ 알파고 언제 돌 던질까 = 알파고는 대국 중 바둑판에 돌이 놓일 때마다 다음에는 어떤 위치에 돌을 놓아야 하는지, 그 돌을 놓았을 때 승률이 어떻게 되는지를 계산할 수 있다.

따라서 계산에 따라 자신의 승리 가능성이 0%로 판단되면 집을 계산하지 않고 돌을 던질 수 있다. 불계(不計)개념을 인지하고 있기에 불계패로 경기를 마칠 경우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Yonhap)
(Yonhap)

▲ 알파고 수읽기 빨라 이세돌 대국 지장 없을까 = 이세돌-알파고의 대국은 각자 제한시간 2시간과 1분 초읽기 3회씩이 주어진다. 이세돌은 대국에서 이 시간을 다 사용할 가능성이 있지만 알파고는 이미 많은 수들이 입력돼 있어 이세돌 착점 후 바로 다음 수를 둘 가능성이 크다. 알파고의 빠른 수읽기 때문에 이세돌이 다음 수를 생각할 시간이 부족해지는 것 아니냐는 의문이 제기될 수 있다.

실제 이세돌의 천적인 중국랭킹 1위 커제 9단도 바둑을 두는 속도가 매우 빠른 특성이 있는데, 이세돌은 지난 5일 농심배 최종국에서 커제에게 패하고 "커제에 비해 제한시간이 적게 남았다는 부분이 신경 쓰였다"고 말한 바 있다.

하지만 이세돌이 어려움을 겪지 않을 수 있다는 관측도 있다.

컴퓨터라고 해서 무조건 수 읽기가 빠른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알파고도 직관과 비슷한 사고를 한다고 하지만 컴퓨터 특성상 사람보다 더 많은 경우의 수를 따질 가능성이 있다. 이 경우 알파고는 오히려 이세돌보다 더 많은 시간을 수 읽기에 소비할 수 있다는 추론도 가능하다. 물론 컴퓨터의 계산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예상보다 빨리 돌을 놓을 수 있다.

▲ 긴장하지 않고 피로감 못느끼는 알파고 = 인간과 달리 피로를 느끼지 않고 흔들리지 않는다는 것은 알파고의 장점 중 하나다. 일반적으로 7일 동안 무려 5판의 대국을 두려면 체력소모가 크다. 최근 농심배를 마치고 바로 알파고와 맞서는 이세돌로서는 체력부담이 클 수 밖에 없다. 더욱이 전세계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인간대표로 기계를 상대로 싸운다는 심리적인 부담도 클 것으로 보인다. 이세돌은 건강을 잘 관리하고 심리 컨트롤을 통해 정신을 맑게 유지하는게 승리의 비결이 될 것으로 지적된다. 이세돌은 지난 6일 명인전 시상식에서 "알파고와 대국하기 위한 특별한 준비는 없고 마인드 컨트롤에 신경 쓰고 있다"며 심리전에도 대비하는 모습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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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