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말 관광객들로 붐비던 제주국제공항이 12일 오후 6시50분부터 벌집을 쑤신 듯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했다.
공항에 내리려던 항공기들은 갑자기 착륙을 포기한 채 공항 주변을 선회하거나 아예 출발했던 곳으로 발길을 돌렸고, 이륙하려던 항공기 수십 여대가 발이 묶인 채 멈춰 섰다.
제주공항 관제탑 접근관제소 통신 장비의 송·수신 감도가 갑자기 떨어지면서 착륙하려는 항공기와 통신이 어려운 아찔한 상황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제주지방항공청은 사고를 우려해 출발 항공편도 비슷한 시각부터 출발하지 못하도록 했다.
또 관제사들을 비상 소집시켜 통신 장비 복구와 사태 파악에 힘을 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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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천만다행으로 오후 7시41분부터는 비상관제 통신 장비를 가동해 내릴 곳을 찾는 항공기와 제한적으로 통신할 수 있었고, 오후 8시6분께부터는 장비를 완전히 복구했다.
약 1시간 16분 동안 '제주의 관문'이 항공기와 소통할 수 없는 먹통이 된 셈이다. 그 사이 제주공항 출발 40편, 도착 37편 등 77편이 지연 운항했다.
통신 정상화 이후에도 앞서 밀린 비행 스케줄 때문에 지연 운항 사태는 마지막 항공편까지 계속 이어졌다.
예정 도착 시각보다 약 1시간 늦게 제주공항에 내린 부모(30)씨는 "항공기가 제주공항에 거의 도착하고도 착륙하지 않고 계속 선회해 비상 상황인 줄 알고 갑자기 겁이 났다"며 가슴을 쓸어내렸다.
이 시간 김포공항으로 가려고 탑승동에서 출발을 기다리던 김모(48)씨는 "항공기가 1대도 출발하지 않았고 착륙하는 비행기도 없었다"면서 "제주공항이 마비된 듯 했다"고 말했다.
한국공항공사 제주지역본부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통신 장비의 송·수신이 제대로 되지 않은 원인을 다각적으로 파악하고 있다.
공사 관계자는 "제주공항에서 항공기가 운항한 이후 처음으로 이런 일이 발생한 것 같다"면서 "철저히 조사해 재발하지 않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