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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푸틴,‘하나의 역사론’ 판박이

“역사교과서 발행체제 개선방안은 역사적 사실 오류를 바로잡고 이념적 편향성으로 인한 사회적 논쟁을 종식시킴으로써 궁극적으로 국민통합을 이룩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지난 12일 브리핑에서 교육부(사회부총리 겸 장관 황우여)가 밝힌 내용이다.

박근혜 정부는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방안을 밝히면서 “학생들은 하나의 역사로 배워야 한다”고 수차례 강조한 바 있다.

‘하나의 역사 강조하는 푸틴, 그리고 박근혜 정부’

“하나의 올바른 역사,” 이는 지난 2013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통일된” 역사, 문학, 러시아어 교과서를 추진하면서 강조했던 말이다. 국정 교과서를 추진하는 과정에서 정부 관계자들이 남긴 말을 보면 당시 러시아 관료들의 말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있다. 

러시아의 교과서 발행 체제는 엄밀히 말하면 국정발행은 아니다. 그러나 지난 2013년 2월에 푸틴 대통령의 지시 하에 수많은 교과서들이 “정부 방침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졌으며, 정부에 부정적인 묘사를 하지 못하도록 하는 강력한 가이드라인이 작성되었다. 

푸틴 대통령은 당시 교과서들이 너무 많은 해석을 보여준다며 “내적인 모순과 모호함으로부터 자유로운 단 하나의 역사”를 담은 교과서를 만들라고 지시했다. “국민통합을 위해 올바른 하나의 역사로부터 배워야한다”는 교육부의 주장과 겹치는 부분이다.  

로이터 통신 보도에 따르면 당시 푸틴은 스스로 지정한 역사가들로 역사 교과서 제작을 위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게 했다. 이 가이드라인에는 “플라디미르 푸틴이 첫 두번의 임기를 통해 나라를 안정화시켰”으며 2011,2011년 당시 대규모로 열린 반 푸틴 시위에 대해서는 전혀 언급이 없다.

푸틴의 결정 이후 수많은 교과서가 “정부 방침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로 사라졌다.

외신으로부터 “체제 선전자(propagandist)”라는 비판을 받는 문화부 장관 블라디미르 메딘스키 장관은 당시 역사 교과서들이 “비뚤어진 해석”을 담고 있다며, 새로운 교과서는 러시아의 스스로 평가절하하는(depreciative) 문화를 비판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역시 현행 교과서에 대해 “배우면 배울수록 패배감에 사로잡히는 부정의 역사관”이라고 묘사한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의 의견과 비슷하다.

푸틴 본인부터가 당시 존재하는 교과서들이 “소련 사람들을 폄훼하는 이데올로기적 쓰레기”라고 비판한 적이 있다.

이처럼 “하나의 역사”를 확립하려는 푸틴의 시도에 대한 외신의 시선을 싸늘했다. 파이낸셜 타임즈는 지난해 “푸틴: 러시아의 위대한 선전가(Putin: Russia’s great propagandist)”라는 기사를 통해 푸틴이 소련 시절의 방식을 이용하여 러시아의 민주적인 기관들을 위협하고 있다고 평했다. 기사에 따르면 새 교과서에서 제외될 내용은 동유럽에서 소련군이 행한 전쟁 범죄, 우크라이나에 대한 일부 서술, 러시아의 영토 확장에서 일어난 일부 행위들이다.

소련 시대의 권위주의와 러시아의 인권문제에 대한 시민단체인 메모리얼(Memorial)에서 활동하는 역사가 페트로브는 이러한 획일화된 역사 교육에 대해 “가장 중요한 점은 학생들이 우리나라(러시아)가 항상 맞다는 것을 의심조차 하지 않고 받아들일 것이라는 겁니다.”라고 “하나의 역사”에 대한 위험성을 지적했다. 그는 이어 “이 말은 우리(러시아인) 주위의 사람들이 공유하는 역사가 있는데, 우리는 완전히 다른 역사를 갖게 될 거라는 거죠. 그리고 이 차이를 극복하고자 하는 이가 아무도 없어서 이러한 괴리는 더욱 심해질 것입니다”라고 말했다.

블룸버그 통신은 “이전의 스탈린이 그랬던 것처럼, 푸틴은 학생들이 역사에 대해 지나치게 다양한 해석을 접하고 있다고 판단했다. 그래서 그는 자신만의 해석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고 꼬집었다.

‘국정교과서 채택한 터키는 이상적인 롤모델인가?’

황우여 부총리는 지난 20일, 대학 총장들과의 만남에서 국정 교과서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갈등이 심한 나라의 경우 터키・그리스의 경우에도 역사과목에 대해서는 국정교과서 정책을 채택하고 있다”고 발언한 바 있다.

그러나 정작 터키의 국정 교과서는 자국언론에서도 비판의 대상이 될 정도로 국수주의적인 면모가 강하다. 터키의 영자 뉴스 매체인 허리에트 데일리 뉴스(Hürriyet Daily News)에서는 지난 2011년 “오래된 선입견들이 새로운 교과서에서 점점 사라지고 있다(Old stereotypes give way to new textbooks in Turkey)는 기사를 통해 성차별, 객관성 부족, 그외에 다양한 차별 용어가 터키의 문화, 역사 교육에서 ”완전한 진실”로 받아들여져 왔다고 지적했다.

이 기사에서는 이스탄불 대학의 키넌 카이르(Kenan Çayır) 박사의 연구를 인용하며 ”두려움이 없는 터키인, “ ”적인 그리스, “ ”가정주부 엄마” 등의 문제가 되는 용어들이 서서히 사라지고는 있으나, 편향적인 언어와 관점이 학생들에게 악영향을 주고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케임브리지 대학에서 강의한 바 있는 역사가 살리흐 오즈바란(Salih Özbaran)은 역사 교육이 객관적이지 않다고 지적했다.

특이할 만한 점은 한국 교육이 종종 지적받는 것처럼 터키의 교육 역시 단순암기에 치중하고 있다는 지적이 있는 것이다.

허리에트와의 인터뷰에서 시난(Sinan)이라는 이름의 한 고등학생은 ”무슨 전쟁이 몇 년에 있었는지, 누가 이겼는지만 기억한다. 대학 입시에 그것만 나오기 때문이다 “라고 말했고, 또 다른 학생 에스마(Esma)는 “교실에서 토론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다. 매일 교과서를 읽고, 선생님이 한 학생을 지목하면 그 학생이 다시 읽는 수준이다” 라고 말했다.

세르칸이란 이름의 한 교사 역시 ”무슨 책으로 수업할지 선택할 수가 없다”고 불평한 바 있다.

(khnews@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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