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으로부터 600여년 전 조선 태종 때 일이다.
태종 11년(1천411년) 일본 국왕 원의지가 사자(使者)를 조선에 보내 코끼리를 바쳤다.
당시 조선시대 사람들이 처음 본 코끼리는 하루 4∼5말(한 말은 약 18ℓ)의 콩을 먹었다.
이듬해(1천412년) '이우'라는 양반이 코끼리에 밟혀 죽는 사고가 났고 다시 한 사람이 코끼리의 '육중한 발'에 희생양이 됐다.
병조판서 유정현은 코끼리를 '피의자'로 재판을 열어 유배를 보내기로 했다.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재판인 셈이다.
|
(Yonhap) |
유배지는 순천부 장도, 지금의 전남 보성군 장도다.
유배를 보낸 지 얼마 되지 않아 전라도 관찰사로부터 장계(狀啓)가 올라온다.
코끼리가 장도에서 수초(水草)를 먹지 않아 날로 수척해지고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린다는 '서글픈' 내용이었다.
이후 코끼리는 전라도와 충청도를 전전했다고 한다.
보성군은 이런 코끼리 이야기가 조선왕조실록에 등장한다며 최근 전남도에 '가고 싶은 섬' 사업 공모에 응모했다.
전남도는 장도가 코끼리가 유배온 섬으로 알려져 이를 활용한 다양한 스토리텔링 발굴 가능성이 있다며 가고 싶은 섬 사업 대상지로 선정했다.
장도는 벌교읍 상진항에서 마을 도선으로 30분이 소요되는 섬이다. 현재 615명이 사는 2.92㎢의 마을이다.
람사르 해안보존습지로 지정된 벌교갯벌이 있다. 꼬막과 게, 짱뚱어, 낚지 등 갯벌 자원이 풍부하며 갯벌 체험을 할 수 있다.
갯벌을 보존하기 위해 주민들이 기계작업을 마다하고 손으로 꼬막을 채취하는 방식을 고수하고 있다.
장도는 섬의 형상이 노루를 닮았다고 노루 장(獐)자를 썼다고 한다.
골리앗과 다윗처럼 코끼리와 노루의 이미지가 대조를 이루며 뒤엉켜 있는 장도.
벌교천과 여자만을 이어주는 마치 징검다리 같은 섬.
다양한 스토리텔링으로 섬 관광객들의 발길을 붙잡을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전남도 관계자는 21일 "예산 지원, 주민협의회 구성, 주민 역량 강화 교육 등을 통해 전국의 관광객들이 찾는 명소로 만들겠다"고 말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