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방이나 편의점 등지를 돌아다니며 아르바이트생으로 취직하고는 출근하자마자 돈을 들고 달아나는 범행을 수배 중에도 반복한 뻔뻔한 30대가 덜미를 잡혔다.
21일 서울 서초경찰서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서울 서초구의 한 편의점에 "야간 알바생 모집 광고를 보고 왔다"며 오모(35)씨가 찾아왔다.
두 달 전 편의점을 창업한 점주 신모(56)씨는 야간 알바를 구하기 쉽지 않아 고생하던 참에 오씨가 편의점 근무경험이 많고 열심히 하겠다며 적극적으로 나서기에 흔쾌히 그를 고용하기로 했다.
이튿날 업무를 알려주려 편의점으로 오씨를 부른 신씨는 그가 능수능란하게 편의점 일을 하는 모습에 흡족해하며 당일부터 근무를 시키고 퇴근했다.
오씨는 이날 갖고 오기로 한 이력서와 신분증, 주민등록등본을 빠트렸지만 신씨는 "급히 나오느라 깜빡했는데 내일 내겠다"는 오씨의 말을 믿고 넘어갔다.
하지만 다음날 출근한 신씨는 가게를 둘러보고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었다. 카운터의 현금과 창고에 있던 담배가 몇 상자씩 없어진 것이다.
경찰에 신고하고 폐쇄회로(CC)TV를 돌려보니 오씨는 퇴근을 앞둔 그날 오전 4시께 익숙한 동작으로 담배 45보루와 현금 등 200여만원 상당을 훔쳐 유유히 달아나 버렸다. 수백만원이 보관된 안쪽 금고도 털려고 했지만 자신의 열쇠로는 열리지 않자 아쉬운 듯 포기하고 돌아서는 모습도 보였다.
알고 보니 오씨는 신용불량자에 절도 등 전과 9범으로 편의점과 주유소, PC방 등지를 돌며 알바생으로 취직하는 척했다가 돈을 들고 달아나는 전문 절도범이었다.
이 편의점에 일하겠다고 찾아왔을 때는 이미 구로구의 PC방 등지에서 비슷한 범행을 수차례 저질러 3건의 수배가 걸려 있었다.
휴대전화도 쓰지 않는 오씨가 편의점에 남긴 정보는 자신의 이름 석 자뿐이었다.
실제로 편의점이나 PC방 등은 알바생의 신분증과 이력서, 주민등록등본 정도를 받고 있을 뿐 전과나 수배 사실 등을 조회해 볼 방법이 없어 간단한 면접만으로 고용 여부를 결정하는 실정이다.
경찰은 한여름에도 '비니'를 쓰고 다니는 신씨의 모습을 토대로 인근 CCTV를 분석해 행적을 좇았다.
경찰은 이를 통해 포위망을 서울 영등포로 좁혔고, 오씨가 CCTV 상에서 자주 신고 다닌 분홍색 슬리퍼가 고시원 등지에서 많이 쓰이는 제품이라는 점에 착안해 영등포의 고시원을 집중적으로 뒤졌다.
경찰은 끈질긴 추적 끝에 결국 범행 3주 만에 영등포의 한 고시원에서 그를 붙잡아 절도 혐의로 구속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