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터파크 몰카 사건'으로 몰카(몰래 사진이나 동영상을 찍는 행위)에 대한 사회적 우려가 확산하는 가운데 전북 고창의 한 고교생이 여교사 5명을 몰래 촬영하는 사건이 일어났다.
31일 A고교에 따르면 1학년생인 B(17)군은 이 학교의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여교사들을 대상으로 수업시간에 몰카를 찍었다.
B군은 수업 시간에 질문하는 척하며 교사들을 가까이 오게 한 뒤 휴대전화를 이용해 치마 속을 촬영한 것으로 확인됐다.
학교 측의 자체 조사 결과 B군은 학기 초인 올해 3월부터 최근까지 몰카를 상습적으로 찍었으며, 촬영한 영상 등을 웹하드에 업로드해 보관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B군은 일부 영상을 주변 친구들에게 유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 같은 사실은 B군과 같은 반 학생들의 제보로 알려졌다.
정신적 충격을 받은 피해 여교사들 가운데 한 명은 현재 병가를 내고 안정을 취하고 있다.
그러나 학교 측은 B군의 범행 사실을 숨기는 데 급급해 피해자들에 대한 2차 피해를 주고 있다.
B군의 행위를 적발한 학교 측은 '학생선도위원회'와 '교권보호위원회'를 열어 사건을 수습하고 있다고 밝혔지만, 형사 고발이나 추가적인 조치에는 소극적이다.
전북도교육청에 확인한 결과, A고교는 지난 25일 이 같은 사실을 확인하고도 이 사건과 관련해 아무런 보고도 하지 않았다.
이 학교에서는 3년 전에도 학생 3명이 여교사를 대상으로 몰카를 찍어 처벌을 받은 전력이 있다. 당시에도 가해 학생들은 교내 봉사활동 처분 등 가벼운 처벌만 받았다.
해당 고교의 한 관계자는 "피해 교사나 다른 여교사들이 불안을 호소하고 있다"며 "형사 고발 등 확실한 처벌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A고교의 교장은 이 같은 논란에 대해 "해당 학생을 강제 전학 처리키로 하고 피해 교사들을 위해 교권보호 위원회를 여는 등 최선의 조치를 취하고 있다"며 "교육지청에 오늘 보고 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전북도교육청은 사건이 불거지자 감사에 착수해 진상 조사에 나서기로 했다.
교육청 관계자는 "이번 사건과 같은 일이 발생하면 해당 학교장 등은 즉시 관할 교육지청에 알리고 학생의 신변 처리 등에 대해서도 보고하게 돼 있다"며 "학교의 사건 처리 경위 등에 대해서 감사를 진행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피해 교사들에 대해서도 병가 처리와 심리치료 등 피해 회복을 적극 지원하고, 인사 조치 등에 대한 요청 시 최대한 협조할 방침"이라고 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