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고인, 왜 다시 간 거예요? 그때 다시 안 갔으면 이런 사달이 안 났을 거 아니에요."
9일 오전 10시께 서울동부지법 1호 법정 안에는 판사의 커다란 호통소리가 울려 퍼졌다.
결별을 요구하는 여자친구에게 재결합을 강요하면서 흉기로 위협하는가 하면 성폭행까지 저지르는 등 끈질기게 괴롭혀 온 김모(38)씨에게 징역 5년의 중형이 선고된 순간이었다.
김씨는 4월 26일 오후 자신을 만나주지 않는다는 이유로 A씨의 집에 몰래 들어가 옷장 안에 숨어 있다가 집에 들어온 A씨의 친구에게 발각되자 흉기로 위협한 혐의로 경찰서에 연행됐다.
앞서 두 사람은 2012년 6월 노래방 도우미와 손님 관계로 처음 만나 그해 8월부터 사귀었지만, A씨는 교제한 지 1년이 지난 시점부터 김씨와 연인 관계를 청산하려 했다.
그러자 김씨는 수차례 흉기를 들고 A씨를 찾아와 다시 만나 달라고 요구하며 집착했다. A씨는 어쩔 수 없이 김씨와 다시 만나고 헤어지기를 반복했다.
그러던 중 또다시 A씨가 이별을 통보하자 김씨가 흉기를 품고 A씨의 집 장롱 속에 4시간이나 숨어 있었던 것. 친구가 같이 집에 오지 않았다면 A씨는 끔찍한 상황에 처할 뻔했다.
막상 경찰 조사가 진행되자 A씨도 '용기'를 냈다.
2013년 9월 이별 통보를 받은 김씨가 흉기를 들고 찾아와 자신을 성폭행한 사실이 있다고 진술한 것이다.
1년 반이 훨씬 지난 사건이었지만 A씨는 당시 상황을 자세히 진술했다. A씨는 피해 사실을 오랫동안 숨겨온 이유에 대해 "보복이 너무 두려웠다"고 털어놨다.
서울동부지법 제12형사부(김영학 부장판사)는 김씨에 대해 검찰이 기소한 주거침입 혐의뿐만 아니라 특수 강간 혐의도 모두 인정했다.
재판부는 12일 "피해자가 성폭행 상황을 경찰에서는 1년 7개월, 법정에서는 1년 9개월 만에 진술했지만 내용이 일관되고 자연스러워 실제 자신이 경험한 내용을 진술한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이어 "김씨의 범행은 A씨에 대한 과도한 집착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이지만 죄질이 불량하고 피해자가 받은 신체적·정신적 충격이 큰 점 등을 고려했다"고 양형 이유를 설명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