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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이 무서워' 자식에게 학대받는 노인

"아들이 밥도 안 먹고, 매일 같이 몸을 못 가눌 때까지 술을 마셔. 술만 마시면 욕하고 물건을 던져서 못살겠어."

집에서 나와 경찰 지구대로 피신해 온 김모(77·여·청주) 할머니가 숨을 헐떡거리며 말했다.

그녀에게는 함께 사는 아들(51)이 있다. 젊은 시절 막노동을 하던 아들은 술을 무척이나 좋아했다.

처음에는 고된 일을 하다 보니 술을 자주 마시나 싶었다.

술을 버릇처럼 마시다 보니 어느 새부터 아들은 일상생활을 전혀 못하는 알코올 중독자가 돼 있었다. 

이런 아들의 손을 붙잡고 알코올중독 전문병원을 찾아 치료도 받아봤지만, 그때뿐이었다.

치료를 받고 다시 집으로 돌아오면 다시 무서운 폭군으로 변해버렸다.

그런 생활이 계속된 지 20년. 김 할머니는 결국, 더 이상은 함께 못 살겠다며 아들을 경찰에 신고했다.

김 할머니는 "어미도 못 알아보고 수시로 욕설을 퍼붓는 아들 때문에 극단적인 생각을 한 적도 있었다"며 "처벌하기를 원하지는 않지만 이대로는 더는 못 살겠다"라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 할머니처럼 자식들에게 신체적으로나 정신적으로 학대를 받는 노인들이 늘고 있다.

14일 충청북도노인보호전문기관이 오는 15일 세계노인학대 인식의 날을 맞이해 발표한 상반기 충북 노인학대 현황에 따르면 올해 1월부터 5월까지 노인학대로 신고된 건수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86건 증가한 296건이다.

이 가운데 노인학대로 확인된 건수는 62건이었다.

학대를 가한 사람 중 아들이 35%로 가장 많았고, 배우자 24%, 딸 7%, 며느리 3%, 사위 3%가 뒤를 이었다.

유형별로는 신체적 학대가 36%, 정서적 학대 33%, 방임 26%, 유기 3% 등이었다.

장소별로는 가정이 94%로 압도적으로 많았다.

자녀에 의한 노인학대가 늘고 있지만, 피해자인 노인들이 신고를 꺼리고 있어 제도적인 보완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전문가들은 진단했다.

충북노인복지전문기관 관계자는 "학대행위자를 피해자로부터 격리시키거나 접근을 금지해 근본적으로 피해노인들을 보호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가 시급하다"고 말했다.

또한, 학대 가해자들에게 학대가 범죄 행위라는 사태의 심각성을 깨닫게 해줄 프로그램이나 상담치료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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