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국무총리를 찾기 위한 박근혜 대통령의 고민이 길어지고 있다.
성완종 리스트 의혹으로 이완구 전 총리의 사표를 수리한 지 17일로 거의 3주가 다 돼 가지만 이 전 총리 후임 인선과 관련해 아직 구체적인 진전이 있다는 말이 들리지 않고 있다.
오히려 청와대에서는 총리 후보자 물색의 어려움을 호소하는 이야기가 더 많이 나오고 있다.
무엇보다도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생환하는 것이 새 총리 후보자의 기본 조건인데, 총리 낙마사태가 되풀이되면서 한층 높아진 검증 기준을 충족하는 후보자 자체가 많지 않은데다 일부 인사는 청문회에서의 현미경 검증 등의 이유로 고사해 인선 작업이 "뜻대로 되지 않는다"(청와대 관계자)는 것이다.
이런 이유로 담당 라인에서는 계속해서 박 대통령에게 총리 후보자 리스트를 올리는 것으로 전해졌다.
사실 총리 후보자를 찾기 위한 실무 작업은 이미 충분히 된 것 아니냐는 분석이 많다. 성완종 리스트 파문이 터지고 이완구 전 총리에 대한 의혹이 제기됐던 지난달 10일 직후부터 총리 교체는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적지 않았고 그때부터 새 총리 인선에 대비한 물밑 작업이 진행됐다는 점에서다.
앞서 안대희 문창극 전 총리 후보자 잇따른 낙마로 유임된 정홍원 전 총리의 후임을 찾기 위한 작업도 지난해 진행된 바 있다.
이완구 총리의 지난달 27일 퇴임 전후로 정치인과 법조인, 학자와 명망가 등 다양한 총리 후보자 이름이 거론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가령 정치권에서는 이명재 청와대 민정특보, 최경환 총리대행 겸 기획재정부 장관, 황우여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주영 전 해양수산부 장관, 오세훈 전 서울시장, 김문수 전 경기지사, 이한구 새누리당 의원, 한광옥 국민대통합위원장 등의 이름이 오르내리고 있다.
심지어 이명박 정부때의 김황식 전 총리까지 검토대상에 올랐다는 얘기도 나오고 있다.
그럼에도 박근혜 정부의 6번째 총리 후보자 발표가 현재까지 안 되면서 박 대통령이 새 인물을 찾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많이 나오고 있다.
실제 청와대에서는 박 대통령이 이른바 '수첩 인사'에서 벗어나 국정 과제를 힘있게 추진할 수 있는 총리 후보를 고심하고 있다는 말이 들린다. 박 대통령이 성완종 리스트 파문 이후에 강조해온 정치·사회개혁 등의 과제를 추진할 수 있느냐가 인선 고민 포인트라는 것이다.
한 청와대 관계자는 "대통령께서 개혁을 강조하고 있지 않느냐. 그래서 고심을 하면서 사람을 찾으시는 것 같다"면서 "박 대통령이 수첩 밖으로 나온 지 오래됐다"고 전했다.
이처럼 청문회 통과는 물론 국정 과제 추진력을 갖춘 새 인물을 찾는다는 점에서 박 대통령의 고심이 더 길어질 것이란 전망도 있다. 그러나 청문회 검증에서 통과를 자신할 수 있는 후보자가 나타나면 박 대통령이 곧바로 결단할 가능성도 있다는 전망도 같이 나온다.
청와대 관계자들도 "박 대통령이 막판 고심을 하고 있는 것 아니겠느냐"고 밝히고 있다. 총리 공백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최종 결심을 할 시점이 멀지 않았다는 뜻으로 분석된다.
다만 총리 인선 결과가 깜짝 인사가 될지 기존 후보군에서 나올지는 아직 불투명한 것으로 보인다. 새로운 인물 찾기 작업이 원만하게 진행되지 않을 경우 기존 후보군으로 유턴할 수 있다는 분석에 따른 것이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