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촌', '파도타기' 등의 신조어를 낳으며 한시절 인터넷 시대를 풍미했던 싸이월드가 매무새를 가다듬고 '환골탈태'에 나선다.
이용 빈도가 거의 없던 기존 서비스를 대거 정리하고 개인적 공간이라는 고유의 감성을 살리면서 모바일 최적화에 집중할 계획이다.
수백만 이용자의 추억과 '흑역사'(부끄러운 과거)가 공존하는 싸이월드가 과거의 영광을 되찾을 수 있을지 관심이 쏠린다.
◇ 이용자와 웃고 울었던 16년 역사
싸이월드는 1999년 이동형씨가 카이스트 대학원 동기들과 의기투합해 공동창업한 인터넷 회사다.
애초 클럽 커뮤니티 서비스를 중심으로 시작했지만 프리챌, 아이러브스쿨 등에 밀려 빛을 보지 못하다가 2001년 미니홈피를 기반으로 하는 개인 홈페이지 서비스로 바뀌면서 인기를 끌기 시작했다.
특히 1년 뒤 미니홈피에 들어선 공간인 미니룸은 작고 아기자기한 인터페이스로 이용자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가상의 세계에서 '나만의 공간을 꾸민다'는 매력에 흠뻑 빠지게 한 것이다.
2003년 SK컴즈[066270]에 인수된 뒤에는 검색, 뉴스, 타운, 광장 등 다양한 기능이 더해지면서 대표적인 토종 소셜네트워킹서비스(SNS)로 성장했다.
싸이월드가 한창 전성기를 누렸던 2011년 당시 미니홈피 회원 수는 2천600만명, 1인당 맺은 평균 일촌 수는 50명이다. 2008년 기준으로는 하루 방문자가 700만명에 육박했다.
미니홈피 게시판에 올라온 게시물과 사진첩에 올린 게시물을 모두 합치면 각각 5억개, 100억개에 달했다.
싸이월드는 2004년 모바일 버전을 오픈하고 이듬해에는 중국을 시작으로 글로벌 시장에 진출했다.
그러나 이미 시장을 선점한 현지 SNS 서비스들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사이버머니인 도토리로 구매해야 하는 유료 아이템이 실용성을 추구하는 외국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받으면서 이렇다 할 성과를 내지 못하다가 지난해 서비스를 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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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국내에서도 어려움이 찾아왔다. 페이스북과 같은 경쟁 서비스와 달리 PC에만 집중하느라 급변하는 모바일 시대의 흐름에 발 빠르게 적응하지 못해 소비자들에게 잊히기 시작한 것이다.
특히 카카오톡과 같은 모바일 메신저가 일상화되면서 즉각적으로 소통하고 추억을 공유할 수 있는 수단이 생겨나자 싸이월드의 경쟁력은 급격히 떨어졌다.
결국 경영난에 시달리던 SK컴즈는 지난해 싸이월드를 분리해 종업원인수방식(EBO)의 벤처 기업으로 분사했다. 현재 싸이월드는 일간 40만명, 월간 300만명 수준의 방문자 수를 기록하고 있다.
◇ 다음 달 대대적 개편…'싸이홈'으로 변신
싸이월드는 최근 홈페이지에 공지를 띄워 방명록, 일촌평, 쪽지 서비스를 다음 달 1일 종료한다고 공지했다.
이를 두고 온라인 상에서는 싸이월드가 서비스를 완전히 종료한다는 소문이 떠돌았다.
그러자 회사 측은 "서비스를 종료하는 것이 아니며 10월 서비스 개편을 대대적으로 진행할 계획"이라고 공식적으로 밝혔다.
싸이월드는 고유의 '홈'이라는 감성을 살리는 방향으로 변화를 꾀할 예정이다. 실시간으로 방대한 양의 정보가 오가는 SNS에 피로감을 느끼는 이용자들이 언제든지 돌아와 개인적인 공간에서 자신의 기록에 집중할 수 있게 한다는 목표다.
가장 큰 변화는 기존의 미니홈피와 싸이블로그가 합쳐져 하나의 '싸이홈'이 되는 것이다.
싸이홈은 기존의 싸이월드와 대부분의 SNS가 다른 사람의 소식이나 뉴스, 콘텐츠 등을 피드(feed) 형식으로 모아 제공했던 것과 달리 '나'를 중심으로 콘텐츠를 기록하는 공간으로 꾸며질 예정이다.
이번 개편에는 모바일 최적화 작업도 함께 진행된다.
이용자는 페이스북과 트위터, 카카오스토리 등 다른 SNS로 싸이홈에 콘텐츠를 게재할 수 있다. 지금까지 싸이월드에 쌓아온 과거 기록에 현재 일상을 쉽게 더할 수 있는 셈이다.
싸이월드 관계자는 22일 "이번 개편을 시작으로 이용자의 소중한 추억을 안전하게 지키면서 본격적으로 진화할 예정"이라며 "첫걸음부터 계속 이어질 다양한 변화를 애정을 갖고 응원해주시길 바란다"고 말했다.
싸이월드의 방명록과 일촌평, 쪽지 내용을 보관하고 싶다면 회사 측이 제공하는 백업센터를 이용하면 된다. 기한은 이달 30일까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