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인은 사치품(a luxury)이 될 수 있지만 꼭 사치품일 필요는 없습니다"
전 세계에 약 200명뿐인 '마스터 소믈리에' 제프 크루스(Geoff Kruth·40)씨는 소주처럼 와인도 일상 속에서 누구나 쉽게 마실 수 있는 술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노스웨스트 와인협회(Northwest Wine Coalition) 주최로 오리건·워싱턴주(州) 와인을 소개하기 위해 한국을 찾은 그는 지난 27일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여전히 성장하는 와인 시장과 와인 문화에 대한 생각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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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건 와인 시음하는 제프 크루스 (서울=연합뉴스) 27일 서울 용산구 그랜드 하얏트 서울 호텔에서 열린 '미국 노스웨스트 와인 마스터 클래스'에서 와인 전문가 제프 크루스가 오리건 대표 와인을 시음하고 있다. (연합) |
세계 최대 와인 소비국인 미국의 와인 소비량은 아직 늘고 있다. 유럽 국민의 1 인당 와인 소비량이 정체기에 접어든 것에 비해 미국인은 해가 갈수록 와인을 더 가까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시장도 마찬가지일 것으로 그는 내다봤다.
크루스 소믈리에는 "아시아에서도 와인 시장은 더 확대되고 발전할 것"이라며 "일상이자 문화로 와인을 즐기는 풍토가 정착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와인은 사치품이 될 수 있지만 꼭 그럴 필요는 없다"며 "레스토랑에서가 아니라 피자와 함께 마실 수 있는 술, 김치를 좋아하는 사람도 가끔 핫도그를 먹는 것처럼 소주를 좋아하는 사람도 일상적으로 마실 수 있는 술이 됐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동부 버지니아주(州) 출신인 그는 북서부 지역 와인에 애정을 갖고 있다.
미국 북서부 지역 와인 생산지는 오리건주와 워싱턴주로 나뉜다.
생산량은 캘리포니아주의 각 5% 안팎이지만 미국에서는 각각 2위와 3위 와인 산지다.
오리건은 바닷가의 영향으로 피노 누아·피노 그리 같은 품종의 포도가 생산되고, 워싱턴 내륙에서는 사막 지형 덕에 카베르네 소비뇽·메를로·샤도네이·리즐링 등 다양한 품종의 포도를 이용한 와인이 나온다.
캘리포니아에서 대중적으로 사랑 받는 와인이 많이 나온다면 오리건주와 워싱턴 주에서는 애호가들이 선호하는 고가의 와인들이 많이 생산된다.
그는 다만 "오리건 와인이 값이 싼 것은 아니지만 품질의 차이가 크지 않고 가격대도 넓지 않다"며 "부르고뉴 와인은 레스토랑에서 한 병에 300∼400달러도 하지만 오리건 와인은 최상급 제품도 75달러 정도면 마실 수 있다"고 설명했다.
컴퓨터 공학도였던 그가 마스터 소믈리에도 변신한 것도 이런 미국 와인의 매력에 푹 빠졌기 때문이다.
소노마 주립대학에서 컴퓨터 정보학을 전공한 그는 실리콘밸리에서 사회생활을 시작했지만 음식과 와인에 대한 관심을 키우면서 소믈리에의 길을 택했다.
이후 미국 고급 레스토랑의 와인 디렉터로 활동하며 다양한 경험을 쌓는 한편 전세계에 200여명뿐인 마스터 소믈리에 자격증도 따냈다.
사람마다 천차만별이지만 이 자격증을 획득하려면 평균 10년정도를 투자해야 한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는 7천여명의 각국 와인 전문가가 활동하는 비영리단체 '길드 오브 소믈리에'
(Guild of Sommeliers)의 최고운영책임자를 맡고 있고, 최근에는 음식과 와인 부문에서 높은 다운로드 수를 기록하는 '길드 오브 소믈리에 오디오 팟캐스트'로 다양한 와인 정보를 애호가들에게 전하고 있다.
자신의 특이한 이력으로 증명하듯 그는 와인을 공부하는데 '늦은 나이'는 없다고 강조했다.
말을 배울 때부터 와인과 함께 자랐다는 유럽 소믈리에들의 이야기에 기죽을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다.
그는 "8살부터 와인을 마신다면 얼마나 마시겠냐"며 "열정이 가장 중요하기 때문에 '늦은 나이'라는 건 없다"고 말했다.
소믈리에를 꿈꾸는 한국의 와인 꿈나무들에게 다양한 '여행'을 추천한 그는 "책으로 공부할 수 있는 것도 많지만 경험도 많이 해야 한다"며 "와인 산지를 둘러보면 그곳의 문화를 익히며 경험을 쌓는 것이 큰 자산"이라고 전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