같은 치매 환자라도 마른 사람보다는 약간 뚱뚱한 사람이 더 오래 산다는 장기간의 추적 연구결과가 국내에서 나왔다. 이는 비만도와 치매 환자의 사망위험 사이에 '비만의 역설'이 존재함을 보여주는 연구결과여서 주목된다.
23일 삼성서울병원 서상원 교수와 건강보험공단 일산병원 김종훈 박사로 이뤄진 공동연구팀이 알츠하이머병 관련 국제 학술지(Journal of Alzheimer's Disease) 최신호에 발표한 논문에 따르면 비만의 가늠쇠인 '체질량지수(BMI)'와 알츠하이머 환자들의 사망률 사이에 상당한 관련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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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팀은 삼성서울병원에서 치료받은 환자 579명과 치매연구센터에 등록된 환자 1천911명 등 총 2천490명의 알츠하이머 치매환자를 43.7개월 동안 추적 관찰했다.
이 결과 체질량지수가 낮은 저체중 환자의 경우 정상체중 환자보다 사망위험이 1.8배 높았으며, 반면 약간 뚱뚱한 환자는 사망위험이 정상체중 환자의 60% 수준에 그쳤다.
연구결과를 자세히 보면 체질량지수에 따른 사망률은 저체중(BMI 18.5 미만) 그룹이 가장 높았다. 181명 중 53명이 사망해 사망률은 29.3%에 달했다.
이와 달리 과체중 그룹(BMI 23이상~25미만)은 같은 기간 사망률이 14.1%(626명 중 88명 사망)로 전체 그룹 가운데 가장 낮았다.
정상체중 그룹(BMI 18.5이상~23미만)과 비만그룹(BMI 25이상)의 사망률은 각각 18.5%(1천127명 중 208명), 20.7%(556명 중 115명)를 기록했다.
이처럼 저체중 알츠하이머 치매환자의 사망률이 높은데 대해 연구팀은 근육량이 감소하고, 그러다 보니 운동량이나 이동량 또한 덩달아 줄어든 탓이 큰 것으로 분석했다.
또 저체중 환자의 경우 영양실조와 같은 위험에 노출돼 있을 가능성이 큰 점도 사망률을 높이는 원인 중 하나로 지목됐다. 보통 영양실조 상태에서는 면역력 저하에 따른 감염의 위험이 커지게 된다.
이와 반대로 과체중 환자의 생존율이 더 높은 이유로는 최근 주목을 받고 있는 '비만의 역설'과 일정부분 관계가 있는 것으로 연구팀은 추정했다. 다만, 이에 따른 명확한 인과관계는 이번 연구에서 밝혀지지 않아 추가 연구의 필요성이 제기됐다.
연구팀은 "이번 연구를 통해 체질량 지수가 환자의 사망위험을 평가하는 도구가 될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하게 됐다"면서 "환자를 돌보는 의료진이나 가족들은 체질량 지수에도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