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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준익 "윤동주 삶을 모르고 그 시만을 사랑할수 있나"

윤동주 시인을 모르는 대한민국 사람은 없을 것이다. 누구나 그의 시 한두 구절을 읊을 수 있을 정도다.

하지만 윤동주 시인이 어떤 삶을 살았고 어떻게 요절했는지를 아는 이는 드물 듯하다. 교과서에서 윤동주 시인의 시만을 상찬했던 탓일까. 친숙한 이름과 익숙한 시이지만 그의 삶과 죽음은 낯설다.

(Yonhap)
(Yonhap)

이준익 감독이 영화 '동주'를 만들게 된 계기다. 그는 12일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된 연합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시인의 삶과 죽음을 알지 못하고서 윤동주 시를 사랑한다고 말할 수 있나"라고 물었다.

이 감독은 5년 전 일본 교토에 갔다가 도시샤 대학에 건립된 윤동주 시비를 보고 이런 의문이 들었다고 한다. "자기네가 죽여 놓고서는 시만 사랑한다? 시인의 삶을 나 몰라라 하는 것은 부도덕한 행태가 아닌가."

이런 아이러니는 우리에게도 해당했다. 이 감독은 "윤동주 시인이 후쿠오카 형무소에서 '알 수 없는 주사'를 맞고 죽었는데 우리는 그것을 자세히 규명하려 하지 않은 게 이상했다. 한번도 규명하겠다는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이 이상하지 않나. 그것이 미안하고 죄송스럽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감독은 이 영화를 만든 것을 "밀린 숙제를 한 것 같다"고 했다.

그는 "윤동주 시를 지금도 입시에서 상징과 비유로 함정을 파놓는 도구로 쓰지만, 시인의 삶과 죽음에 대해서 면밀히 살펴보지 않는다. 나 자신도 나이 오십이 넘어서야 그가 어떻게 죽게 됐는지를 알게 된 것이 부끄럽다. 그래서 (영화를) 찍은 것이다"고 말했다.

영화는 윤동주 시인의 삶의 궤적을 쫓아가면서 삶과 시를 병치한다. "윤동주가 살았던 그 시대를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면 윤동주 시인을 파악할 수 없고, 그러면 그의 시도 파악할 수 없다. 시는 시대에서 나오는 것 아닌가"라는 것이 이 감독의 논리다.

영화는 후반부에서 일본 고등형사와 동주·몽규가 일제의 대동아공영론를 놓고 설전을 펼치는 것을 보여준다. 클라이맥스이자 주제부다.

이 감독은 이를 통해 "가해자의 모순과 부도덕성을 지적"하고 싶었다고 했다. 그동안 우리가 '이런 피해를 당했다', '이렇게 수탈당했다'고만 할 뿐 가해자를 추궁하지 않은 것에 대한 반성이라고 했다.

같은 전범국이지만 다른 태도를 보이는 독일의 상황에 비교했다. 독일이 전쟁 범죄를 사과한 것은 영국, 프랑스, 러시아 등 주변국가가 끊임없이 나치즘의 죄상을 조사·발굴하고 증거를 제시하며 추궁했기 때문이라는 것.

영화는 '별 헤는 밤', '아우의 인상화', '서시', '자화상', '바람이 불어', '참회록' 등 윤동주의 시를 동주가 자신의 심정을 내적으로 말하는 형태로 들려준다.

영화를 보고 있으면 '아, 이런 상황에서 이 시가 쓰였구나' 알게 된다. 이 감독은 "시 자체가 스펙타클"이라서 시를 전면에 내세우게 됐다며 "'참회록'이라는 시를 보면 그 안에 열등감과 모멸감, 분노와 자조감이 시어로 조합돼 있다"고 설명했다.

영화는 제목이 '동주'이지만 윤동주 시인의 사촌인 송몽규의 삶을 비중 있게 그리고 있다. 어떻게 보면 몽규가 숨은 주인공이라고 할 수 있다.

이 감독은 이를 과정의 중요성을 강조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송몽규는 누구보다도 일제 치하에서 치열하게 살았지만 어떤 결과물을 내놓지 못해 지금은 잊힌 존재가 됐다. 반면 윤동주는 '하늘과 바람과 별과 시'라는 유고시집 덕분에 우리 시대의 대표적인 시인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 감독은 "윤동주라는 인물을 통해 송몽규의 '과정'을 무시하고 소외시킨 것에 관심을 가지길 바랐다"며 "몽규를 보여주기 위해서 동주의 문을 열고 들어갔다" 고 말했다. (연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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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나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