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기 탑승을 두려워하는 사람은 많지만 기차를 두려워서 못 타는 경우는 적다.
그러나 최근 대구 역에서 일어난 3중 열차 추돌 사고를 포함한 연속된 경미한 사고들로 인해 국민들은 국내에서 가장 선호도가 높은 여행수단 중 하나인 기차의 안전성에 대해 의심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1년 KTX 고속철도와 관련된 사고만 130여건이 발생했다 감사원은 책임의 상당 부분을 코레일에 돌렸다. 현대로템에서 제조한 KTX-산천 기차에 결함이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이를 구매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대구 사고와 관련해 국토교통부와 경찰 관계자들은 사고의 원인을 “인적 과실”라고 결론 내렸다. 국토교통부는 사건 조사 결과를 10월 중에 공개 할 예정이다.
본지가 코레일에 대구 열차사건에 관해 문의했을 때 진행중인 조사를 언급하며 사건이나 전반적인 안전절차에 대한 공식답변을 거부했다.
한편 코레일의 안전기준을 지난해 3개월간 조사한 비영리 인증검사기관인 로이드 레지스터사(Lloyd’s Register)의 한 관계자는, 이러한 사고의 원인을 다른 선진국들에 비해 다소 느슨한 ‘안전 문화’ (safety culture)에서 찾아볼 수 있다고 견해를 밝혔다.
코레일의 안전에 대한 인식
로이드 레지스터의 신석균 사업개발 총괄이사는 코레일 내의 많은 일반직원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일이 안전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그들(코레일 직원들)은 ‘왜 안전이 내 일에서 중요한 사항인가?’를 느껴야 한지만 이런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들은 ‘그저 일상적인 일이고, 빨리 끝내고 집에 가고 싶다’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이런 일상적인 일들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말했다.
신 이사는 이어 로이드 레지스터 측에서 코레일에 직원 대상의 안전교육을 추천했다고 밝혔다. 그는 고위급에서 하위 직원들까지, 안전 관리에 대한 연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는데 이는 코레일에서 일반직원들이 이런 교육 기회가 거의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신 이사에 따르면 코레일 경영진은 안전문제보다 수익을 확보하거나 혹은 국민이나 정부로부터 비난을 받지 않는데 더 큰 신경을 쓰고 있다고 지적했다.
안전불감증은 위계를 중시하는 기업문화와 전반적인 한국문화와도 관련이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신 이사는 “이러한 계급사회적인 구조에서는 일반직원들은 간부들에게 현실을 보고하기 싫어한다. 하지만 안전 문제는 모든 직원들에게 공개돼야 한다”고 말했다.
로이드 레지스터가 코레일의 의뢰를 받아 작성한 내부열람용 문건에 따르면 이 외에 다른 영역들도 개선대상으로 지적되었다.
코리아헤럴드가 확인한 보고서 내용에는 코레일의 보수, 유지 및 점검 기준이 높다고 평가했으나, 안전관리 체제(safety management system: SMS) 관련 매뉴얼과 문서가 국제적인 기준과 비교해 내용적으로 부족하다는 의견이 있었다.
인적과실 vs 선로공유
인적 과실 뿐만 아니라 운행 절차 역시 철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제안도 있었다. 대구 충돌 사고 이후 언론은 코레일이 KTX와 무궁화호를 같은 선로에서 운행하는 것은 문제라고 지적했다.
서선덕 한양대학교 교통공학과 교수는 “KTX와 그보다 느린 무궁화호의 선로 공유는 수용력 문제는 물론 안전사고 가능성이 있다. 언론이 이 문제를 지적하는 점은 타당성이 있다. 효율적인 KTX운행을 위해선 선로 공유를 피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서 교수는 본지와의 이메일 인터뷰를 통해 “원래 구상했던 계획은 완전하게 분리된 시스템과 선로였다. 하지만 여러 가지 이유로 인해 원래 계획에서 많이 수정되었다”고 말했다.
서 교수는 “KTX와 무궁화호의 공유 선로는 서울-신당, 그리고 동대구역을 포함한 대전-대구 운행 구간이다. KTX가 (무궁화호와) 별개의 운행할 수 있도록 대전-대구 구간 사이에 지하 철도를 건설하는 작업은 KTX사업의 두 번째 단계였지만 실행되지 않았다”고 설명했다.
여러 문제와 우려에도 불구하고 국내 철도 사고와 관련 사망자수는 최근 감소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에 의하면 철도 건널목 사고를 포함한 사고횟수는 2006년 460건에서 작년 260건으로 감소했다. 같은 기간 사망자수 또한 190명에서 108명으로 감소했다.
서 교수는 해외와는 달리 최근 운행상의 문제에도 불구하고 한국은 대규모 고속철도 사고를 겪지 않았다고 말했다. 그는 “스페인(40명 이상 사상자) 중국(40명 이상 사상자) 독일(100명 이상) 일본 신간선 역(1명)의 고속철도 사고를 봤을 때 코레일은 지금까지는 괜찮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국철도에 대한 긍정적인 평가
일부 연구에 따르면 한국의 철도 안전기준은 국제적으로 상위권에 속한다.
한국철도기술연구원의 곽상록 연구원은 “2004년 제정된 철도안전법을 중심으로 철도안전대책을 추진하여 국내의 철도안전성은 지속적으로 개선되어 2009년 이후 선진국 수준에 도달하였다”고 밝혔다.
또한 그는 “동일한 사고 기준을 적용하여 유럽연합 가입국과 비교했을 때 한국은 상위 수준의 안전성을 달성했다”면서 “2004년 이후 순수한 여객사망자는 발생하지 않았으며, 철도사고 사망자는 대부분 철도선로의 무단횡단중 발생하거나 승강장에서의 자살, 부주의로 발생하고 있다”고 밝혔다.
곽 연구원은 인적 과실에 의한 사고는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지만 이에 대한 명확한 해결책은 없다고 덧붙였다.
그는 “최근의 열차의 탈선, 충돌, 화재와 같은 대형철도사고는 기관사 및 관제사의 인적 요인 (실수, 착각, 오인, 위반)으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예방을 위한 가시적인 대책이 아직 부족한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곽 연구원은 최근 일본, 스페인, 캐나다, 독일, 미국 등에서 인적 과실로 인해 빈번한 사고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 역할의 중요성
철도 안전을 강화하기 위해 코레일과 국토교통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의견도 나왔다. 서 교수는 특히 국토교통부의 관리 감독 역할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일상적인 운행의 안전 관리 체제를 만드는 것과 실제로 그 절차를 따르는 것은 별개의 문제이다. 운행절차가 지켜지고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선, 국토교통부가 운행 책임자의 활동을 자세히 모니터 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서 교수는 체제는 이미 갖춰졌다며 국토교통부의 감독하에 코레일이 절차를 제대로 지키도록 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밝혔다.
로이드 레지스터는 코레일 보고서에서 철도 운행의 안전성 향상을 위한 5개년 로드맵의 윤곽을 제시했다.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는 코레일과 로이드 레지스터는 지난주 안전성 향상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신석균 이사는 코레일의 안전 관련 부서는 이 로드맵을 적극 받아들였으나, 회사 전반적인 분위기가 호의적인지는 의구심이 든다고 말했다.
한편 이번 로이드 레지스터의 보고서와 관련해 익명을 요구한 교통부 관계자는 보고서가 있다는 것은 알았지만 코레일의 안전성 문제가 있다는 부분에서는 의외라는 반응을 보였다. 그는 점검 이후 코레일의 안전 관리가 안전관련 투자나 안전의식 측면에서 국제적인 기준에 부합하며 일부 유럽국가 보다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말했다.
(코리아헤럴드 존 파워 기자)
<관련 영문 기사>
How safe is Korea’s rail?
The firmly grounded train is rarely associated with the fear felt by nervous air travelers. But a string of minor accidents in recent years, including last month’s most recent three-way train collision in Daegu, has caused the public to question the safety of one of the country’s most popular modes of travel. In 2011, there were 130 incidents involving the high-speed KTX alone, according to the Board of Audit and Inspection. The BAI laid much of the blame for these incidents on rail operator KORAIL for knowingly purchasing defective KTX-Sancheon trains manufactured by Hyundai Rotem.
In the case of the Daegu incident, officials from the Ministry of Land, Infrastructure and Transport and the police quickly identified human error as the likely cause. The results of an investigation into the incident by the ministry are due to be released in October. When contacted by The Korea Herald, KORAIL declined to comment on the crash or even general safety procedures, citing the ongoing probe.
An official with a risk-management nonprofit that last year conducted a three-month inspection into safety standards at KORAIL, however, said the accident, like most others, could be attributed to a lax safety culture relative to other developed countries.
Shin Seok-kyun, business development manager of Korea transportation at Lloyd’s Register, said many lower-level employees at KORAIL failed to grasp the safety implications of their work.
“They need to feel, ‘Why (do) I think safety is first in my work?’ They don’t think that. ‘Yes it is just routine work, that’s all. I need to finish the work and go home earlier.’ But such routine work can affect or cause a problem,” he said.
“We recommended training. From the senior level to the lower level, we emphasized (that) maybe you need training for safety management, because ... the lower level doesn’t have any chance to have such training from the senior level. The company, especially the senior level, just thinks about money and any profit or (about how to) avoid any blame from the government or blame from the public.”
Hierarchy
According to Shin, this laxity is compounded by the hierarchal nature of the company and general Korean culture.
“Everybody just follows such a structure and the safety culture cannot be changed within such a culture. That is the big difference between Korea and the other, Western countries,” he said.
“In such a hierarchy, the lowest levels do not want to report the reality to the senior bosses. But the safety issue should be open to all levels, no matter the position. But still the safety culture is maybe 50, 100 years (behind) Europe or other Western (countries).”
The confidential report from this year’s inspection, seen in part by The Korea Herald, identified other areas for improvement. While it found maintenance and inspection standards at KORAIL to be high generally, it said that the safety management system (SMS) operations manual and SMS documents lacked content related to international best practices. Among the areas found to be deficient were “human factors,” “management safety verification” and “managing contractors.” SMS documents outline a company’s safety objectives based on previous policy statements.
Not only human error, but deliberate operational procedure, too, has attracted scrutiny. In the wake of the Daegu crash, some media commentators blamed KORAIL for operating KTX and standard Mugunghwa trains on the same track ― a valid criticism according to Suh Sun-duck, a professor at the Department of Transportation and Logistics Engineering at Hanyang University.
“Original planning envisioned a completely separated system, tracks and everything. But many modifications happened after the original planning for various reasons. Sharing tracks among conventional trains and KTX happened in basically three locations. The first is between Seoul-Siheung, and the second and third areas are Daejeon Station and the Daegu (including Dong Daegu Station) area. Construction of underground passing in Daejeon and Daegu to make the KTX use a separate track was included in the second stage of the KTX project, but was abandoned,” Suh said in an email interview.
“Sharing tracks among slower trains and KTX increases the potential for safety issues, on top of the capacity issue. Those commentators were right in suggesting that. Sharing should have not happened, from the perspective of efficient KTX operation.”
Accidents and fatalities on the country’s rail network, however, have been on the decline in recent years, according to data from the Korea Railroad Research Institute. Including accidents at railroad crossings, the annual number of accidents fell from 460 in 2006 to 250 last year. The total number of fatalities dropped from 190 to 108 over the same period.
Suh noted that despite recent operational issues, Korea has yet to have a fatal collision involving high-speed rail, which has been involved in a number of devastating accidents abroad in recent years.
“Considering the most recent fatal high-speed rail system accident in Spain (40-plus dead) and fatal accidents in China (again 40-plus) and Germany (100-plus if I remember correctly), and one fatal accident in one of the Shinkansen (Japanese) stations (one person dead), KORAIL is doing okay, at least up to now, with KTX, I think,” said Suh.
‘Global leader’
According to some researchers, in fact, Korea’s rail safety standards could be ranked among the best there are.
“Centered on the railway safety law that was established in 2004, additional railway safety measures have persistently improved, advancing the nation as a leader of railway safety as of 2009. (Applying the equivalent standard for accidents and comparing it to states of the EU, Korea’s railway safety proved to be at top level),” Kwak Sang-log of the Korea Railroad Research Institute said in an email interview.
“There have not been any passenger fatalities since 2004, and deaths by railway accidents have mainly been due to illegal crossings of railroad tracks and suicide or negligence while standing on the platform.”
Kwak added that accidents due to human error were a global problem without any clear solution.
“As of late, any major railway accidents such as derailment, collision and fire are usually caused by human error (slips, mix-ups, misconceptions, violations) of the engineers and dispatchers. However, visible measures that can help prevent or reduce human error are lacking globally,” he said. “As such, accidents in Japan, Spain, Canada, Germany, the United States and others are frequently occurring.”
But among the most important factors to ensure safety may be for KORAIL to simply follow its own and the Land and Transport Ministry’s already high standards. Suh said the ministry had an important oversight role to play in this regard.
“Setting a safety system for everyday operation is one thing (ministry and KORAIL’s role), and actually sticking to the procedure is another thing (KORAIL). To ensure operational procedure is being followed, the ministry should closely monitor the operator’s activity. This kind of arrangement is common to every country,” he said. “Personally I think a system is already there. The issue is how to force KORAIL to follow the procedure to the letter, with the help of the ministry’s supervisory work.”
In its report on KORAIL, Lloyd’s Register outlined a five-year road map for enhancing safety at the rail operator. The two organizations are continuing to work together and just last week signed a memorandum of understanding on enhancing safety. While Shin said the road map was met with enthusiasm from the safety department within the company, he expressed skepticism about whether this sentiment was shared by the company at large.
“I can feel two things. One is, yes, KORAIL has started to have an interest in safety, that is why the safety department has a very passionate interest,” he said.
“The other thing is they want to use our brand name. KORAIL just wants to use our brand name. ‘We got an inspection from Lloyd’s Register. It has a long, long history.’”
High assessment
Speaking on condition on anonymity, an official at the Transport Ministry said the ministry was aware of the report, but expressed surprise at the safety concerns put to him, saying the inspection had found KORAIL’s safety management to be excellent.
“We are aware that Lloyd‘s Register had previously signed a contract and thus performed a 3-month inspection but the official conclusion was that KORAIL’s safety management system was up to international standards and, in terms of investment into safety and safety awareness, received even superior assessments than some parts of Europe,” he said, stressing he was not representing the official position of the ministry.
By John Power (john.power@heraldcorp.com)
Intern reporter Kim Joo-hyun contributed to this article. ― 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