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라에 따라서 유형과 심각성이 다르기는 하지만 학교폭력의 문제는 우리나라만의 문제라기보다는 세계적으로 모든 학교에서 발생하는 일반적인 문제이다. 우리나라에서는 2012년 이후 정부와 민간의 적극적인 노력이 계속되면서 학교폭력에 대한 인식이 새로워지고 있고, 실제 학교내 폭력이 상당히 줄어들고 있는 것으로 조사되고 있다. 하지만 학교에서 학생들 사이의 언어적 폭력이나 따돌림이 근본적으로 해결되고 있지는 않은 것으로 보인다.
학교폭력은 일반적으로 초등학교에서부터 시작이 된다고 할 수 있다. 조사결과에 따르면 학교폭력의 피해를 처음으로 경험하는 시기가 초등학생 때라는 응답이 거의 80%에 이르고 있다. 중학교는 학교폭력이 매우 심각해지는 연령대라고 할 수 있다. 학교별로 학교폭력 사안을 처리하는 자치위원회 심의건수 중에서 중학교 사안이 60~70%를 차지하고 있고, 피해학생의 보호와 가해학생에 대한 조치도 중학교에서 가장 많이 이루어지고 있다.
다른 사건이나 사고와 마찬가지로 학교폭력은 발생한 이후에 치유와 조치를 취하는 것보다 예방이 우선되어야 한다. 학교폭력 예방이 강조되어야 하는 이유는 학교폭력이 피해학생에게 심리적, 사회적으로 부정적인 영향을 초래하여 학교생활 전반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학교폭력 피해를 당한 학생들은 심각하게 우울, 불안, 부적응 등의 문제를 겪거나, 자존감이 낮아지고, 피해경험에 대한 분노로 인해 공격성이 유발되어 차후에 가해자로 돌변하기도 한다. 조사에 따르면 피해학생의 대부분인 71.6%의 학생이 정서적으로 힘들었다고 응답하였는데, 이러한 고통은 신체적 폭력보다 오히려 집단따돌림이나 사이버 괴롭힘과 같은 관계적 폭력에서 더욱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피해학생 10명 중에서 4명은 학교폭력 피해로 인해 자살생각을 해본 경험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었고, 모욕감이나 분노, 억울함, 증오 등으로 인해 등교를 거부하거나 가해학생에게 복수 충동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가해, 피해학생을 제외한 대다수의 학생들은 주변인(bystanders)이라고 할 수 있고, 이들은 다시 가해조력자(assistant), 가해강화자(reinforcer), 방어자(defender), 방관자(outsider) 등으로 세분화 될 수 있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대다수는 방관자적 행동을 하게 되는데, 학교폭력의 피해학생과 가해학생뿐 아니라 학교폭력을 목격한 주변학생들도 심각한 후유증이 남는다고 한다. 미국의 연구에 따르면 지진이 발생한 현장에 출동했던 경찰, 소방관, 구급대원들의 정신적 피해보다 학교폭력을 목격한 학생들의 정신적 충격이 더 큰 것으로 나타났고, 이러한 후유증은 평생에 걸쳐 트라우마로 작용할 수 있다고 한다. 학교폭력 관련 학생이 아닌 경우에도 안전하지 않음을 의미하고, 100번의 사후조치보다 1번의 효과 높은 예방교육이 중요하다는 점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연구에 의하면 학교폭력이 발생하는 상황에서 주변인 학생들이 즉시 개입하는 경우 괴롭힘의 약 57%는 10초 이내에 중지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학교폭력이 발생하려는 상황에서 많은 학생들이 적극적으로 나서서 피해학생을 돕는 행동을 함으로써 상당수의 학교폭력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학교폭력 예방은 소수의 학생을 위한 것이 아니다. 학교에 다니고 있는 모든 학생이 가해학생이 될 수도 있고, 피해학생이 될 수도 있으며, 대다수는 주변인 학생이 될 가능성이 높다. 학교폭력 예방은 모든 학생을 위험에서 보호하는 것이며, 그렇게 되기 위해서는 모두가 학교폭력을 예방하는 적극적인 행동을 하게 만드는 실효성있는 교육이 필요한 상황이다.
글: 정제영 (이화여자대학교 교육학과 교수)
※ 외부 기고는 본지 편집방향과 다를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