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계획이 부서 이름이 들어간 것이 이해가 가지 않는다. 다른 부서는 미래에 대한 계획을 신경 쓰지 않는 것도 아닌데...”
미래창조과학부의 영문명칭에 대한 외국인들의 반응이다. 영어로 하면 Ministry of Science, ICT and Future Planning, 직역하면 과학, ICT와 미래계획부란 의미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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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종정부청사 (연합) |
최근 정부부처의 영문명칭이 어색하거나 직관적이지 않아 외국인 입장에서 그 부처의 업무를 이해하기 어렵다는 지적이 나오면서 정부가 영문 명칭을 정비하는 작업에 나선다고 밝혔다.
행정자치부는 5일 ‘정부조직 영어명칭 관한 규칙’(예규)을 이르면 이달 중에 제정할 것이라고 밝혔으며, 각 부처를 상대로 구체적인 영문명칭 개선방안을 협의 중이라고 밝혔다.
행자부 관계자들에 따르면 새 명칭은 외국인이 보기에 기능과 역할을 쉽게 파악할 수 있느냐를 중점적으로 정해질 예정이다. 이에 따라 원어민들이 보기에 황당한 부처의 영문명칭이 개선될 것으로 보인다.
외국인들을 가장 당황스럽게 한 영어명칭 중 하나는 기획재정부의 영문명인 “Ministry of Strategy and Finance”로 직역하면 전략재정부이다. 얼핏 국가의 경제전략을 세우는 의미로 “전략”을 쓴 듯 하지만, 원어민 입장에서는 선뜻 와 닿지가 않는다.
코리아헤럴드에서 수석 카피에디터로 근무중인 폴 케리 (35)는 “부서명에 ‘전략’을 넣는 건 사실상 의미가 없다. 모든 정부부처의 계획 수립에 있어 전략적인 요소가 있기 때문이다”라며 이러한 이름을 선택한 연유를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다.
어색하기는 국가보훈처도 마찬가지이다. 이 부처의 영문명칭은 Patriots and Veteran Affairs, 직역하면 “애국자와 참전용사 관련 부서”인데, 문제가 되는 것은 국가유공자를 직역했다고 보긴 다소 어려운 “patriot”이라는 단어이다.
간단히 말해 국가를 위해 공헌하거나 스스로를 희생한 국가유공자라면 애국자라고 할 수 있겠지만, 나라를 사랑하는 애국자라고 해서 누구나 국가유공자는 아니기 때문이다. 단어 뜻만 보면 애국자의 기준을 정하는 부서처럼 들린다.
케리 에디터는 “애국자라는 의미가 불분명하다. 마치 정부기관이 누가 나라를 사랑하고, 누가 사랑하지 않는지 결정하겠다는 의미로 들린다”고 지적했다.
산업통상자원부의 전신 격인 지식경제부 (Ministry of Knowledge Economy)도 마찬가지이다. 부서 업무를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산업통상자원부의 현재 영문명칭 (Ministry of Trade, Industry and Energy)과 달리 무엇을 위한 부서인지 쉽게 짐작이 가지 않을뿐더러, 지식경제(knowledge economy)가 별개의 의미를 가진 단어라는 점에서 혼돈의 여지가 있다.
그 외에 영문법상으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외국인들 입장에서 어색한 부처명칭으로는 여성가족부 (Ministry of Gender Equality and Family)가 있다. 여성인권 신장을 목표로 하는 “성평등” 업무와 성격이 다소 다른 다문화가족 정책, 청소년 지원 및 보호 등을 통괄하는 “가족 정책”이 같이 묶이는 것은 어색하다는 지적이다.
실제로 이명박 정권에서 여성부는 독립적인 부처로 존재했다. 그러나 2001년 여성부가 신설된 이후, 2005년 여성가족부로 개편, 2008년에 여성부로 환원되었다가 2010년에 현재의 여성가족부로 또 환원되면서 보건복지부로부터 가족, 청소년, 아동 관련 업무를 이관받은 것이다.
케리 에디터는 “가족 정책은 어디까지나 여성과 연관된 것이라는 현 정부의 무의식적인 편견이 드러난다”고 지적하면서, 현 정권이 은연중에 성차별적인 면모를 보이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리아헤럴드 윤민식 기자) (
minsikyoon@heraldcorp.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