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서도 게이 국회의원 나와야...'

최근 법원은 퀴어문화축제 조직위원회가 서울지방경찰청을 상대로 낸 행진 금지 통고 효력정지신청을 받아들였다. 이로서 기독교 단체들과 경찰의 반대에 부딪혔던 성 소수자 거리행진은 올해도 이뤄질 전망이다.

게이, 레즈비언, 양성애자, 트렌스젠더를 포괄하는 이른바 LGBT 이슈는 최근 한국 사회를 뜨겁게 달구고 있는 이슈 중 하나이다. 그러나 LGBT에 대한 편견의 시선이 남아있는 한국에서 성소수자로 살아가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일본 도쿄 토시마구의 이시카와 다이가 의원 (사회민주당.40)은 이와 같은 현실에 ”충격을 받았으며 깊은 슬픔을 느꼈다“고 전했다. 일본 최초의 커밍아웃 정치인이기도 한 이시카와 의원은 한국의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와 연대의 뜻을 밝히고자 최근 방한했다.

”일본에서도 전체적으로는 LGBT에 대한 정책이 부족하다. 마치 이런 사람들이 없다는 듯한 태도인데, 저는 당사자로서 이런 (대변해주는) 역할을 하고자 한다“라고 이시카와 의원은 12일, 본지와의 인터뷰를 통해 밝혔다. 그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에서도 LGBT 의원이 나왔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시카와 의원은 방한 일정 중 서울 동대문구 의회를 방문해 성소수자 인권을 촉구하고, 정의당 성소수자위원회를 만나 아시아 성소수자들에 대한 지지 계획을 논의했다.

그는 성소수자들을 적극적으로 인정하고 이들이 고립감과 외로움을 느끼게 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시카와 의원은 ”나는 초등학교 5학년 때 처음 게이라는 것을 알았다. 많은 LGBT 당사자들이 어린 나이때 자신이 LGBT라는 것을 알고 고립되는데, 그때 이들에게 “특이 증세가 아니다, 너는 혼자가 아니다’라고 알려주는 것이 중요하다”라고 말했다.

당시 경험에 대해서 그는 “내가 남자를 좋아한다는 것을 표현할 수 없다는 것, 내가 당연히 이성애자란 전제하에 대화를 하는 것을 보고 내가 존재하지 않는 듯, 내 자신으로서 인정받지 못한다는 느낌을 받았다”고 전했다.

이러한 어려움은 청소년들에게 특히 크게 작용한다고 그는 강조했다. 이시카와 의원은 “일본의 동성애/양성애 청소년의 자살률은 이성애자들에 비해 여섯 배나 높다”면서 동성애/양성애 남자는 62%가 자살총동을 했으며, 실제로 14%가 자살시도를 한 적이 있다. LGBT 전체 인구 중 70%가 이지메를 당한 적이 있다“고 전했다.

성소수자에 대한 차가운 시선은 한국도 다르지 않다. “서울시 성소수자 학생인권 실태조사”에 따르면 응답자의 76.6%가 자살을 생각한 적이 있으며, 58.5%가 실제로 자살을 시도했다고 밝혔다.

혼자이던 이시카와 의원은 20대에 인터넷을 통해 다른 성소수자들과 만나면서 ”처음으로 자신이 혼자가 아니라 느꼈다“고 한다. 이후 그는 성소수자 인권을 위한 활동을 시작했으며, 자전적인 이야기를 담은 ”내 남자친구는 어디에 있냐?“를 집필해 출간하기도 했다.

그러나 한편 그는 커밍아웃 이후 주위사람들이 점점 떨어져나가는 대신 자신을 이해하는 사람은 적어지는 것에 안타까움을 느꼈다고 전했다.

이시카와 의원은 보수적인 아베 정권으로 인해 아직까지 LGBT 권익 향상을 위한 활동에는 어려움이 많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는 최근에 일본 의회에서 LGBT 권익을 위한 초당파 그룹이 결성되는 등 변화도 있다고 덧붙였다.

또한 시부야 구에서는 동성결혼시 부부로서 권리는 인정받지 못하더라도 어느 정도 사회적인 인정을 받게 하는 등, 최근 10년간 일본 내에서도 LGBT 권익 관련해 많은 변화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현재 일본에는 이시카와 의원을 포함해 성소수자 구의원이 세 명이 있다. 그는 유명인사들이 커밍아웃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는데, 현재 일본의 성소수자 청소년들에게는 롤모델로 삼을 만한 이들이 적기 때문이다.

그는 ”제가 어렸을 때 성소수자에 대한 이미지는 한정적이었습니다. 트렌스젠더는 윤락업소에서 일하는 이미지, 게이는 TV에서 나오는 여성적인 이미지였습니다“라고 전했다.

이런 과정에서 이시카와 의원은 다양한 직종의 사람들이 자연스럽게 커밍아웃할 수 있는 환경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전에는 커밍아웃하는 사람들이 활동가에 한정되어 있었는데, 누구라도 커밍아웃 할 수 있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커밍아웃을 위한 장애물이 더 낮아져야 한다“고 전했다.

(코리아헤럴드 윤민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