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일 법원에 따르면 A(21·여)씨는 2014년 10월 19일 오후 5시 20분께 지하철 5호선 마천행 열차를 타고 가다가 장한평역에서 소스라치게 놀라 비명을 질렀다.
뒤에서 웬 할아버지가 자신의 왼쪽 엉덩이를 주먹으로 꾹 누른 것이다.
A씨는 하차해 급히 걸음을 옮기는 노인을 쫓아가 붙잡았고, 두 사람은 성추행을 했으니 안 했느니 승강이를 벌였다.
|
(Yonhap) |
결국 A씨는 김모(80)씨를 성추행범으로 경찰에 신고했다.
하지만 검찰은 김씨에게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김씨가 성추행하려 고의로 A씨의 엉덩이를 만진 것은 아니라는 이유였다.
1년여 시간이 흐른 지난해 말 A씨는 검찰로부터 다시 연락을 받았다.
사건을 재검토해 김씨에게 성폭력 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공중밀집장소에서의 추행) 혐의를 적용, 기소했다는 얘기였다.
김씨가 이번에는 미성년자 성추행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는데, A씨 엉덩이를 밀었던 과거 사건도 재검토해 성추행으로 늦게나마 함께 기소를 했다는 설명이었다.
이달 3일 서울북부지법에서 김씨를 피고로 한 국민참여재판이 열렸다.
김씨는 지하철에서 A씨를 추행한 혐의에 더해 지난해 6월 29일 청량리역 계단에서 여고생 B(18)양의 허벅지를 만진 혐의(아동·청소년의성보호에관한법률상 강제추행)로 기소됐다.
김씨는 여고생 추행 건에 대해 "계단을 올라가다가 허벅지에 우연히 손이 닿았다"고 주장했다.
이어 A씨 엉덩이를 만진 건 "당시 화장실이 급해 빨리 내리려고 했는데 문 앞에서 막고 있어 주먹으로 밀었을 뿐"이라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A씨는 "김씨가 주먹으로 내 왼쪽 엉덩이를 도장 찍듯이 꾹 눌러서 넘어질 뻔했다"며 "심한 성적 수치심을 느꼈다"고 증언했다.
검찰은 김씨에게 징역 1년 6개월을 구형했다.
시민 배심원단 7명은 김씨가 여고생을 추행한 혐의는 유죄로 인정했지만, A씨 엉덩이를 만진 행위는 성추행이 아니라며 무죄 의견을 냈다.
재판부도 이를 받아들였다. 서울북부지법 형사11부(김경 부장판사)는 김씨에게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하고 성폭력 치료강의 40시간을 명령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여고생을 추행해 죄질이 좋지 않음에도 우연히 손이 닿았다며 변명으로 일관하고 있다"며 "하지만, 성폭력 전과가 없고 매우 고령인 점을 참작했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무죄로 판단한 A씨 사건에 대해서는 "김씨가 엉덩이를 주무르거나 움켜쥐지 않고 주먹으로 꾹 누른 점, 당시 화장실이 급했던 점 등을 봤을 때 추행보다는 비키라는 의도였던 것이 인정된다"고 판시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