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외공관이 억울하게 외국 교도소에 수감된 재외국민에 대해 '나몰라라' 방치하는 등 재외국민에 대한 관리에 심각한 허점이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또 해외에서 재외국민을 상대로 발생한 강력범죄 가운데 재외공관이 정확한 수사 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사건이 절반도 되지 않았다.
감사원은 5일 이 같은 내용을 담고 있는 재외국민보호 등 영사업무 운영실태에 대한 감사 결과를 공개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재외국민 A씨는 지난 2013년 10월 태국에서 마약소지 등의 혐의로 현지 경찰에 체포돼 방콕에 있는 마약교도소에 수감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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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A씨는 주태국대사관 관계자와 면담을 하며 혐의를 강력 부인하면서 재판을 통해 결백을 입증하겠고 주장했다.
그렇지만 주태국대사관 측에서는 '재외공관 영사민원시스템'에 A씨 사건이 종결됐다고 잘못 입력을 했고, A씨가 2013년 10월∼2015년 9월 1년11개월 동안 수감돼 있는 동안 단 한 차례도 면담을 하지 않았다.
A씨는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아 풀려났으며, 현재 2심을 받고 있다.
또 주태국대사관은 지난해 2월 파타야 현지 경찰 등으로부터 한국인으로 추정되는 사람이 교통사고를 당해 의식불명 상태에 있다며 뇌수술을 한다는 연락을 받았고, 이와 별도로 일주일 뒤에는 파타야에서 한국인이 실종됐다는 신고를 접수했다.
그렇지만 주태국대사관은 이들이 동일인물인지 확인하지 않은 채 비슷한 이름의 한국인이 태국에서 출국했다는 이유로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결국 이 두 명은 동일인물로 확인됐고, 이 사람은 사고 발생 이후 21일 동안 뇌수술을 받고 숨질 때까지 '무연고 상태'로 방치됐다.
실제로 감사원이 2012년∼2015년 10월 151개 재외공관의 재외국민 면회 현황을 조사한 결과 재외국민의 체포·구금사실을 인지한 2천968건 가운데 영사면회가 이뤄지지 않은 사건은 1천275건(42.9%)에 달했다.
또 영사면회가 이뤄진 1천693건 가운데에서도 230건은 15일 이후에 면회가 이뤄졌고, 한 달 이상 면회가 지연된 사건도 147건이나 됐다.
재외국민을 상대로 벌어지는 살인·강도·납치 등 강력범죄에 대한 대처도 엉망이었다.
감사원에 따르면 2012∼2014년 재외국민이 피해를 본 강력범죄 사건 685건 가운데 재외공관이 수사진행 상황을 파악하고 있는 사건은 44%(303건)에 불과했다.
특히 주스페인대사관 등 4개 공관은 강력범죄 73건에 대해 수사진행 상황을 전혀 파악하지 않은 채 사건을 종결처리했다.
사증 발급 절차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났다.
한 재외공관은 사증 신청자 105명에 대해 면담 등의 확인 절차 없이 사증을 발급했고, 그 결과 11명이 체류 기간을 넘겨 불법으로 체류를 하다 강제 추방을 당했고, 나머지 58명은 2015년 12월 현재까지 국내에 불법으로 체류하고 있었다.
조사 결과 이들 가운데 일부는 힌두교도인데 직업란에 교회 목사라고 허위 기재를 했고, 국내에 불법 취업하기 위해 현지 브로커를 통해 사증을 발급받은 것으로 드러났다.
또 2015년 8월말 현재 138만여명이 재외국민으로 등록돼 있지만, 신분 변동사항을 반영하지 않아 정확한 재외국민의 숫자를 파악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감사원은 2014년 말 현재 재외국민수가 247만여명으로 추산되지만 실제 등록률은 50% 미만일 것으로 추산했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