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0대 국회 개원을 한 달여 앞두고 전망이 좋고 특별한 상징성을 갖는 의원회관 사무실을 배정받으려는 당선자들의 경쟁이 치열하다.
가장 인기 있는 방은 국회 분수대와 푸른 잔디가 한눈에 펼쳐 보이는 국회 대광장 방향의 7∼8층이다. 여기에다 엘리베이터가 가까우면 '금상첨화'다. 화장실도 가까우면 편리하긴 하지만, 아침·저녁으로 각종 '생활 소음'을 감내해야 해 호불호가 갈린다고 한다.
방 배정은 선수(選數)와 연령을 기준으로 하는데, 이같은 '로열박스'는 중진급 의원들이 차지해온 것이 관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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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nhap) |
19대 국회에서는 무소속의 정의화 국회의장(844호)을 포함, 새누리당 강창희(744호) 김무성(706호) 이재오(818호) 황우여(848호) 심재철(714호) 정병국(828호) 이병석(846호) 이주영(819) 의원, 더불어민주당 정세균(718호) 박병석(804호) 이석현(813호) 원혜영(816호) 전병헌(810호) 최규성(707호) 의원, 국민의당 박주선(708호) 김동철(726호) 의원 등이 이곳을 사용해왔다.
그러나 이번 총선 결과 전·현직 국회의장인 강창희, 정의화 의원과 이병석 의원 등이 불출마를 하고, 이재오, 황우여, 전병헌, 최규성 의원 등이 낙선·낙천하자 '빈집'을 선점하려는 움직임이 치열하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이번에 유난히 공실이 된 명당이 많아 일찌감치 눈치싸움이 시작됐다"면서 "방 배치를 짜는 원내 관계자들을 상대로 '민원 전쟁'이 시작될 판"이라고 전했다.
방 번호에 특별한 의미를 두는 경우도 있다.
국민의당 안철수 상임공동대표는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상징하는 518호를 계속 쓰고 싶어 하고, 같은 당 박지원 의원은 2000년 6·15 남북공동선언을 의미하는 615호를 이번에도 고수하려 한다.
대통령을 배출한 방 또한 명당으로 여겨져 자리싸움이 치열하기로 유명하다. 방 주인은 '대통령의 정기'를 받아 선거에서 승리한다는 믿음이 전해져 내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공교롭게도 이번 총선에서는 이명박 대통령이 썼던 312호와 노무현 대통령이 썼던 638호는 방 주인들이 생환에 실패해 '빈집'이 됐다.
반면, 박근혜 대통령이 사용했던 545호의 주인인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재선에 성공해 사무실 '수성'에 나설 전망이다.
이런 가운데 'ㄷ'자로 꺾인 건물 구조에서 구석에 햇볕도 잘 들지 않는 건물 안쪽 저층 사무실들은 대개 초선에게 돌아갈 전망이다.
한 초선 당선자 관계자는 "전망은 고사하고 햇볕도 잘 들지 않을 텐데 벌써부터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고 한숨을 쉬면서도 "억울하면 출세하라고, 재선을 향한 열의를 북돋는 효과도 있지 않겠느냐"고 농담 섞인 반응을 보였다. (연합)