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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어판

현각 '한국불교 비판'에 "한국말도 제대로 안 되는 사람이"

'푸른 눈의 수행자' 현각 스님이 한국불교에 대한 실망감을 쏟아낸 글이 큰 파장을 낳고 있다.

현각 스님의 글을 계기로 한국불교의 유교적 권위주의, 기복신앙화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가 주를 이루는 한편으로 현각 스님에 대한 비판도 제기됐다. 현각 스님의 비판이 한국 문화에 대한 몰이해에서 비롯됐다는 지적이다.

중앙승가대 교수이자 월정사 교무국장인 자현 스님은 지난달 31일 자신의 페이스북 계정에 현각 스님을 비판하는 글을 올렸다.

자현 스님은 이 게시물에서 "현각이 제기한 조계종의 문제는 유교적 관습, 남녀·국적 차별, 형식주의, 기복주의, 스님과 신도의 차등, 외국 승려는 장식품이라는 총 6가지"라며 "현각의 비판은 외국 승려가 얼마나 이기적인 시각에서 한국 문화를 보고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꼬집었다.

그는 특히 형식주의 등 유교적 관습에 대해 "한국불교만 해당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더구나 (한국에) 25년이나 살고도 우리 전통문화를 존중하지도 문화적 다양성을 갖추지 못했다는 것은 그가 얼마나 자기 우월주의에 빠진 사람인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고 비판했다.

또 "기복주의, 스님과 신도의 차등은 모든 종교에서 확인되는 부분으로 조계종만의 문제적 특징은 아니다"라며 "스님과 신도의 차등은 종교집단에서는 당연하다. 세상 어느 종교에서 성직자와 신도가 평등관계를 유지하고 있는가?"라고 반문하기도 했다.

아울러 '외국인 승려는 조계종의 장식품'이라는 현각 스님의 지적에 대해서도 "100% 동의한다"면서 "그런데 현각처럼 25년이 지나도 한국말이나 한글이 제대로 안 되는 사람들을 도대체 어떻게 하라는 말인가?"라고 지적했다.

자현 스님은 또 다른 글에서 "이 분(현각 스님)은 특별한 능력이 없이 하버드라는 한국인의 저급한 환상 덕분에, 처음부터 조계종의 상위 1%에 속했던 사람"이라며 "25년 동안 조계종에 빨대만 꽂고서 가장 좋은 조건 속에 있었던 사람이 어떻게 그 조건을 비판하는지 이해가 되지 않는다"라고 쓰기도 했다.

자현 스님은 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도 "한국불교에 남은 유교문화가 옳다고는 할 수 없다"면서 "하지만 그 문화권에서 살고자 하는 사람이라면 전제로 깔고 이해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그동안 외국인 스님에 대한 종단의 배려는 충분했다"며 "그 수혜를 누린 현각 스님이 종단을 비판하는 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반면 신행 단체인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대표인 우희종 서울대 교수는 자신의 페이스북에서 "그(현각 스님)는 그동안 종단에 건의를 할 때마다 종단이 '원래 한국불교는 이런 식으로 하는 것이고 외국인으로서 잘 몰라서 그런다'면서 그의 조언을 전혀 듣지 않음을 안타까워했다"며 "(현각 스님은) 그를 종단의 장식품으로만 이용하려는 조계종 승려들을 꿰뚫고 있었다"고 지적했다. 또 그는 "사회적 실천으로의 회향 없는 개인 구복과 깨달음이란 기복적 미신에 불과하다는 지적에 공감하다"고 옹호했다.

우 교수는 이어 "그런데 현각 스님이 떠나는 것이 화제일까? 아니면 조계종으로 상징되는 한국불교가 그리 망가져 있다는 것이 화제일까?"라며 "물론 그 둘은 서로 연계되어 있지만, 후자에 방점을 두어야 한다는 점을 잊지 말자"고 강조했다.

우 교수는 "애초부터 그가 떠나건, 안 떠나건 그리 중요한 것은 아니다"라며 "그가 지적하는 종단의 문제점이 중요한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 재가불교단체 관계자는 "현각 스님의 글에 대한 반응이 종단 내에서도 온도 차가 있는 것은 사실"이라며 "현각 스님의 글로 인해 촉발된 논란이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방향으로 이어지길 바란다"고 했다.

비록 현각 스님이 한 매체에 보낸 이메일에서 "나는 결코 조계종을 떠난다고 한 적 없다", "(자신의) 말의 뉘앙스가 완전히 오해됐다"고 해명했으나 논란은 쉽게 사그라지지 않을 전망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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