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국대 국어교육과에서 현대문학을 가르치며 만해연구소 소장으로 재직 중인 고재석 교수가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 동안 읽은 다양한 책들을 일기형식으로 소개하는 책자를 출간했다.
세계 명작과 각 분야의 대표 저서에 나오는 인상적인 대목을 통해 자신을 성찰한 《수수재 독서일기》는 한 개인의 이야기에 그치지 않는 역사적 시간의 울림으로 우리에게 다가온다. 제목의 수수재(隨樹齋)는 나무의 뜻을 따라 살고 싶어 하는 저자의 택호에서 따왔다.
시와 소설은 물론 역사, 사회학, 비평이론, 미술, 평전 등 다양한 분야를 아우르는 독서경험을 통해 나와 우리의 정체성을 탐색하고 있는 이 책은 새로운 방식의 ‘내면 들여다보기’로 주목을 끈다. 특히, 만해 한용운 전공자이면서 일본 근현대문학사를 번역하기도 했던 저자의 남다른 이력은 독자들에게 근대사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서늘한 감동을 선물한다.
한편, 《불가능한 꿈을 꾸는 자의 자화상》(깊은샘, 2005)과 《탕지아의 붉은 기둥》(글누림, 2009)에서 문학과 미술의 행복한 만남을 시도했던 저자는 이번에도 틈틈이 그린 드로잉을 삽화로 수록, 읽는 재미를 넘어 보는 즐거움마저 선사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