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 대표적인 무료관광지인 용두암이 중국인 관광객들로 몸살을 앓고 있다.
문화재인 용두암 주변 자연석을 무단으로 가져가 훼손하는가 하면 고둥 등 해산물까지 마구 채취하는 일이 있어 주민들이 불만을 토로하고 있다.
8일 오전 관광버스 5∼6대에서 내린 중국인 관광객 200여 명이 쏟아져나와 용두암 이곳저곳을 둘러봤다. 용 머리 모양의 높이 10m의 거대한 자연 석상과 주변 갯바위와 어울린 바다 풍경은 중국인들의 마음을 사로잡을 만했다.
그러나 이들을 바라보는 마을 주민들의 시선은 그리 곱지 않았다.
용두암에서 해산물을 파는 용담2동 어촌계의 한 해녀는 "중국인 관광객들이 손에 들 수 있을 정도의 크기의 자연석을 줍고 가져가는 일이 다반사"라며 "용두암을 깨 파편을 가져가려는 관광객도 있어 이를 말리기도 했다"고 말했다.
이들이 출국하면서 거치는 제주공항과 제주항 외항 보안 검색대에서는 이런 제주 자연석을 가방에 담아 가려는 중국인이 적지 않게 적발된다.
이경용 제주도의회 농수축경제위원회 의원은 지난 6일 제345회 임시회에서 "용을 숭상하는 중국인들이 용두암 자연석을 가져갔다가 제주공항이나 제주항 외항 보안 검색해서 적발되는 매일같이 발생하고 있다"며 "한 상자 분량의 돌이 적발될 정도로 문제가 심각해 단속 강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 중국인 관광객 안내사는 "'자연석을 가져가서는 안 된다'고 관광객들에게 주의를 주는 데도 일부 관광객들이 말을 듣지 않고 있다"며 "어쩔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용두암에서는 출국 시각까지 남은 시간을 보내려는 단체 관광객들도 몰리는 곳이기도 해 쓰레기 투기는 물론 해산물을 무단으로 채취하는 일도 발생하고 있다.
용두암은 제주공항이나 제주항 외항과 1∼2㎞ 내외로 가까이 있는 데다 입장료를 받지 않는 무료관광지다.
공영주차장을 무료로 이용할 수 있는 매일 오후 6시 30분부터 익일 오전 9시까지 시간대에는 단체 관광객을 태운 버스들이 더욱 몰려든다.
용담2동 어촌계 관계자는 "얕은 바다에 들어가 고둥을 채취하거나 쓰레기를 마구 버리는 행위에 대해 단속이 필요한데도 행정기관에서는 손 놓고 있다"며 "어촌계등 주민이 자체적으로 관광객의 이런 행동을 저지하고 있고 매일 아침 쓰레기를 치우고 있다"고 말했다.
용두암은 제주도기념물 제57호로 지정돼있다. 용두암을 무단으로 훼손하면 문화재보호법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이나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린다.
제주 자연석의 무단 도외 반출 행위도 제주도특별법(제358조)에 따라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천만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돼 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