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히 '괴물 쥐'라 부르는 생태계 교란 생물 뉴트리아 담즙에서 웅담 성분이 검출됐다는 연구결과가 나왔다.
게다가 뉴트리아 기름에서는 화장품 재료로 사용되는 고급 지방산이 함유됐으며 건강에 좋은 불포화지방산도 밍크나 오소리 수준으로 나와 경제·산업적 활용도가 높다는 평가도 나오고 있다.
경상대학교 수의대 연성찬 교수팀은 뉴트리아 담즙에 웅담의 주성분인 '우르소데옥시콜산'(UDCA)이 다량 함유된 것으로 나타났다고 31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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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연 교수팀에 따르면 뉴트리아 담즙의 UDCA 비율은 평균 43.8%로 아메리카흑곰 38.8%, 불곰 18.6%, 북극곰 17.4%, 말레이곰 8.6%, 오소리 4.5% 등 보다 높았다.
UDCA는 체내 독소와 노폐물의 원활한 배출, 간세포 보호, 신진대사 촉진, 콜레스테롤 감소 등에 효과적이며 항산화 효과나 미백·항노화 효과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1973년 채택된 '멸종위기에 처한 야생동식물종의 국제거래에 관한 협약(CITES)'에 따라 곰이 멸종위기 야생동물로 보호받으면서 현재 의약품에 함유된 UDCA는 대부분 인공 화학 성분인 것으로 알려졌다.
또 뉴트리아 지방조직에서 플라스틱, 합성 세제, 화장품 등으로 사용되는 고급 지방산 '팔미트산'과 향균 효과, 콜레스테롤 감소 등에 효능이 뛰어난 '팔미톨레산'도 함께 검출됐다.
뉴트리아 팔미트산 비율은 18%로 오소리(18%)나 밍크(16%) 수준이었다. 팔미톨레산 비율은 6.4%로 오소리(7%)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며 밍크(15%)보다 절반가량 낮았다.
이밖에 뉴트리아 지방 추출 기름은 불포화지방산 비율이 45.6%로 밍크(71.5%)와 오소리(56.3%) 다음 순이었다.
견과류나 오리고기 등에 많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불포화지방산은 노화를 방지하고 피부를 부드럽게 해줄 뿐만 아니라 암과 성인병 예방, 저혈압 치료 등에 효능이 있는 것으로 알려진 성분이다.
낙동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이번 연구로 뉴트리아는 고기뿐만 아니라 기름, 담즙, 모피 등 버릴 부분이 없는 종이라는 게 증명됐다"며 "내부적으로 화장품 등 잠재적 활용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밍크나 오소리의 경우 기름으로 만든 기능성 화장품이 시중에서 인기를 끌면서 이들 동물은 밀렵꾼들의 표적이 돼 마구잡이로 포획되는 일도 빈번하다.
연 교수는 "UDCA 비율이 30%가 안 되는 뉴트리아가 있는 등 개체마다 차이가 있는 편으로 절대적 수치는 아니다"라며 "그러나 표본이 충분하기 때문에 일반적으로 뉴트리아에 UDCA가 다량 함유된 것으로 받아들여도 무리는 없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자연 웅담 성분을 지닌 원료로 뉴트리아 담즙을 활용하면 충분히 산업적 가치가 있을 것"이라며 "기생충 등 문제가 있어 뉴트리아 야생 담즙을 함부로 섭취하면 안 되며 반드시 가공된 제품을 이용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번 연구는 연 교수가 낙동강청 의뢰로 재작년 8월부터 8개월간 뉴트리아 20마리를 포획해 진행됐다.
연구결과를 바탕으로 연 교수는 '간 손상 예방·개선 또는 치료용 조성물', '뉴트리아 담즙을 유효성분으로 포함하는 화장료 조성물' 특허 출원을 했다.
또 뉴트리아에서 나온 성분을 의약품이나 화장품으로 어떻게 활용할 수 있을지, 사육 뉴트리아와 야생 뉴트리아의 UDCA 비율 차이는 있는지 등 추가연구도 진행할 방침이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