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헌법재판소의 탄핵심판 결정을 앞두고 범여권에서 '정치적 해법'의 필요성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잇따라 대두하고 있다.
헌재가 어떤 결정을 내리든 탄핵 인용을 촉구하는 '촛불민심'과 기각을 호소하는 '태극기민심' 사이에서 극심한 갈등이 빚어지고, 이는 대선 정국과 맞물려 사회적 분열로 확대될 것이라는 우려에 바탕을 둔 주장이다.
이런 파국을 막으려면 더 늦기 전에 정치권이 머리를 맞대야 한다는 지적이 범여권을 중심으로 속속 제기되고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대목은 박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며 집권여당에서 갈라져 나온 바른정당이 이런 주장에 가세한 것이다.
바른정당 주호영 원내대표는 21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탄핵재판은 사법적 해결이지만 사법적 해결이 가져올 후유증을 우려하는 국민이 많다"며 "사법적으로 탄핵 인용이냐, 기각이냐로 풀 게 아니라 정치적 해법도 병행해야 한다"고 말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정치권에서 해법을 찾는 노력을 게을리하면 안 된다는 취지"라면서 탄핵을 주도한 당 입장과 충돌하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모순되는 일이 아니다. 국론 통합에 도움이 되는 선택이 있다면 찾아보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주 원내대표는 '박 대통령이 하야를 선언하면 사법절차를 어느 정도 양해해준다는 것이냐'는 물음에 "그런 걸 다 포함해서 정치권이 적극적으로 논의를 해보자는 것"이라고 답변, 다양한 해법을 열어놓고 논의할 수 있음을 시사했다.
먼저 정치적 해법의 운을 띄웠던 자유한국당도 즉각 화답했다.
한국당 인명진 비상대책위원장은 이날 인천 당원연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탄핵이라는 게 형사적 문제라기보다 정치적 문제 아니겠나. 정치적으로 해결하는 게 맞다"라며 "주 원내대표가 그런 이야기를 한 것은 굉장히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한때 당론으로 삼았던 '4월 퇴진, 6월 대선' 시나리오에 관해서는 개인적인 의견이라고 전제하면서도 "지금 상황이 많이 달라졌지만 한 번 생각해볼 만한 일"이라고 밝혔다.
이들에 앞서 한국당 정우택 원내대표 역시 13일 원내대책회의에서 "현직 대통령 탄핵소추는 어떤 경우든 국가적, 국민적 불행이어서 정치적 해법이 먼저 모색돼야 한다"며 4당 대표, 원내대표 간 회의체인 '4+4 대연석회의'를 제안한 바 있다.
한국당과 바른정당 지도부의 이런 주장에는 탄핵이 인용될 경우 박 대통령 집권에 책임을 진 세력으로서 조기 대선에서 '심판론'의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담긴 것으로 보인다.
따라서 박 대통령 자진 하야를 포함한 정치적 해법이 물밑에서 논의될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정치적 해법의 열쇠를 쥔 더불어민주당이 '촛불민심'과 결합해 탄핵 인용을 적극 촉구하는 상황이어서 의미있는 단계로 논의가 진전될지 속단하기 어렵다.
또한, 강성 친박(친박근혜)계도 보수단체 집회에 적극 가세하며 날을 세우고 있어 대타협이 이뤄질지 미지수다.
윤상현 의원은 이날 페이스북에 주 원내대표의 질서있는 퇴진론 언급과 관련, "탄핵심판의 주사위는 이미 던져졌다"며 "헌법재판소 재판관들이 법률과 양심에 따라 심판한다면 반드시 기각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