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시흥에서 한 살배기 아들을 때려 숨지게 한 친부가 세 자녀의 보육지원금을 받으면 아내와 함께 PC방에서 게임을 즐긴 것으로 조사됐다.
아이들 먹이고 입히라며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준 돈을 게임 속 캐릭터 키우는 데 탕진하는 사이, 이들의 세 자녀는 굶주리고 헐벗으며 학대당한 것이다.
한 살배기 아들 A(1)군을 주먹으로 때려 숨지게 한 친부 B(31)씨는 아버지를 여의고 어머니가 곧바로 재혼하자 중학교 때 가출해 혼자 살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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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아내 C(21)씨도 부모의 이혼과 재혼으로 고등학교 때 가출해 편의점에서 아르바이트하다가 2012년 B씨를 만나게 됐다.
둘은 그 해부터 사실상 혼인관계를 유지하며 아들(5)과 딸(3), 그리고 막내 A군 등 세 자녀를 갖게 됐다.
B씨는 일용직 노동일을 하며 틈틈이 일당을 받아 생계를 이어갔지만, 원룸에서 세 자녀를 충분히 먹이고 입히는 덴 턱없이 부족했다.
그러던 중 지난해 11월부터 막내 A군이 칭얼대면 수시로 폭행했고, 급기야 올 3월 30일 A군의 배를 주먹으로 2차례 세게 때렸다.
이 일로 A군은 5일간 시름시름 앓다가 이달 4일 시흥 한 병원에서 장 파열로 숨졌다.
경찰이 B씨 부부의 그간 행적을 조사해보니, 둘은 전부터 게임중독에 빠져 있었다.
일당을 받는 날이나, 세 자녀의 보육지원금이 나오는 날이면 PC방에 가서 게임을 즐겼다.
하루 3∼8시간씩, 어떤 때는 12시간씩 PC방에서 게임을 하기도 했다.
이들이 즐긴 게임은 다중사용자 온라인 롤 플레잉 게임으로, 게임 속 캐릭터를 키워가며 적을 죽이는 내용이다.
보육지원금은 큰아들 10만원, 딸 10만원, 막내 A군 20만원 등 총 40만원으로 매달 25일 지급됐다.
이 부부는 자식들은 제대로 돌보지 않고 방임하거나 학대하면서 게임 속 캐릭터를 키우는데 오히려 애정을 쏟은 것이다.
A군은 숨질 당시 체중이 6.1㎏에 불과했고, A군의 형과 누나도 다른 아이들에 비해 발육상태가 좋지 못했다.
부부는 두 남매를 어린이집에도 보내지 않았다.
큰아들은 5살인데도, 집에서 떠들지 못하게 해 아직도 말을 잘하지 못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C씨 진술로 미뤄 볼 때 이 부부는 보육지원금이나 일당 등 돈이 생기면 PC방에 가서 게임을 하는 날이 많았다"라며 "B씨는 자신이 월 130만원 정도는 벌어왔다고 진술하고 있으나 C씨는 일하러 나가는 날이 많지 않아 수입이 별로 없었다고 진술한다"라고 전했다.
이어 "C씨는 B씨의 학대행위를 처음엔 만류했지만, 워낙 나이가 어린 데다가 남편에 대한 정신적·경제적 의존이 심해 나중에는 아이들을 방임한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한편 이 사건을 수사 중인 경기 시흥경찰서는 6일 수원지법 안산지원에서 B씨에 대한 구속영장 실질심사를 진행한다.
영장 발부 여부는 이날 오후께 결정될 예정이다.
경찰은 생존한 두 남매를 B씨 부부와 분리 조치하고 아동보호전문기관에 인계했으며, 이번 사건 피의자 신분이나 정신적 충격을 받은 친모 C씨도 여성보호기관에 인계해 보호하고 있다.
또한, 이날 오전 A군에 대한 장례를 대신 치러줬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