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력가 행세를 하며 사귀던 여성에게 2억원이 넘는 돈을 뜯어내 파산지경에 이르게 한 40대 남성에게 중형이 선고됐다.
이 남성의 감언이설에 속은 피해 여성은 전 재산을 날리고, 멀쩡한 직장인에서 신용불량자로 전락하는 고통을 겪어야 했다
김모(45)씨는 청주에 시가 75억원 상당의 건물을 소유하고 있다고 자랑하며 재력을 과시했다.
하지만 경매에서 낙찰받은 이 건물 취득 자금은 모두 건물을 담보로 한 은행 대출금과 사채였다. 임대 수익금으로는 대출 이자도 제때 충당하지 못하는 처지여서 사실상 빈털터리였던 셈이다.
속빈 강정 신세인 김씨는 연인이었던 A씨에게 재력을 과시하며 "결혼하면 우리 재산이 된다"고 환심을 산 뒤 본색을 드러냈다
김씨는 사업자금 등을 빌미로 "금방 쓰고 돌려주겠다"며 A씨에게 수차례 돈을 요구했는데, 이렇게 뜯어낸 돈이 2011년 5월부터 1년간 2억5천만원에 달했다.
김씨의 사기 행각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그는 2011년 말 자신의 건물이 자금 사정으로 임의 경매에 부쳐지자 A씨의 명의로 다시 낙찰받았다. 경락 대금의 약 90%인 23억5천만원은 모두 A씨가 은행으로부터 대출받은 돈이었다.
A씨 명의로 이 건물 사업자 등록을 마친 김씨는 A씨 몰래 위조된 약속어음을 발행해 거액의 돈을 빌려 쓰기도 했다.
김씨의 사기행각 책임은 모두 명의자인 A씨에게로 돌아갔다.
홀어머니를 모시고 월급으로 생활하던 A씨는 김씨의 빚더미 때문에 급여가 압류되고, 그동안 모아놨던 돈과 부동산은 물론 중간 정산 받은 퇴직금까지 날렸다.
모든 사기행각이 드러난 김씨는 법정에 서 죗값을 치르게 됐지만, 피해자인 A씨는 이미 신용불량자가 돼 파산한 뒤였다.
청주지법 형사항소2부(정선오 부장판사)는 5일 이런 혐의(사기 등)로 구속기소 된 김씨에게 징역 4년을 선고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판결문에서 "피해자의 애정과 신뢰를 이용해 거액의 돈을 편취하고, 각종 문서를 위조해 피해자에게 채무를 부담시키는 등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극심한 경제적·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는 피해자가 엄벌을 탄원하고, 죄를 뉘우치거나 용서를 구하고 않는 피고인의 태도를 고려하면 엄벌이 불가피하다"고 강조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