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공원 무등산사무소는 올해 여름 소위 '알탕'이라고 불리는 알몸 목욕 피서객 때문에 한바탕 홍역을 치렀다.
탐방로에서 멀지 않는 원효계곡에서 훌렁훌렁 옷을 벗고 물에 뛰어드는 '알탕족'을 단속하라는 신고가 거의 매일 접수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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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연합뉴스) |
알탕족 중에는 비누·샴푸까지 가져와 머리를 감고 때를 밀거나 심지어 속옷까지 벗은 채 나체 목욕을 즐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2012년 우리나라 21번째 국립공원이 된 무등산은 약 3㎞ 길이의 원효계곡 중 절반가량을 탐방객에게 개방하고 있다.
도시공원인 만큼 시원한 계곡에 발을 담글 수 있게 편의를 제공한 것이다. 그러나 불법행위가 기승을 부리면서 공단 측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무등산사무소 관계자는 "알탕족 대부분은 나이 지긋한 장년층인데, 국립공원으로 지정되기 전 목욕하던 장소라고 우기는 경우가 많다"며 "올해는 계도하는 선에서 끝냈지만, 낯뜨거운 불법이 되풀이되는 만큼 근본적인 대책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속리산 국립공원에서도 올해 65건의 불법 취사 현장이 적발됐다.
많은 사람이 오가는 계곡이나 탐방로 주변 나무 그늘 등에서 버젓이 삼겹살을 굽거나 라면을 끓인 경우다.
국립공원에서는 원칙적으로 화기를 소지하거나 불을 피울 수 없다. 산불로 이어질 수 있는 데다 환경을 오염시키고 주변 사람에게 불쾌감을 주기 때문이다.
속리산사무소 관계자는 "평소에 뜸하던 불법취사가 여름이면 계절병처럼 번진다"며 "삼겹살은 계곡에 발 담그고 구워야 제맛이라는 식의 잘못된 피서문화가 사라지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이 올해 피서가 절정을 이룬 7월 15일부터 8월 15일까지 전국 국립공원 22곳에서 적발된 불법·무질서 행위를 분석한 결과 꼴불견 피서문화가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기간 적발된 행락질서 위반은 1천334건으로 전년(1천621건)보다 17.7% 줄었다.
샛길(등산로가 아닌 곳) 출입이 299건(22.4%)으로 가장 많고, 고기를 굽거나 밥을 짓는 불법취사도 288건(21.6%)에 달했다.
흡연(170건)과 불법 주차(163건)가 뒤를 이었고, 계곡 안에서 목욕이나 세탁을 하다가 적발된 경우도 15건이나 된다.
무등산사무소가 올해 알탕족을 적발하지 않고 계도한 점을 고려하면 이들 모두는 다른 공원에서 걸린 경우다.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거나 자기 집 마당인 양 텐트를 치고 잠자다가 걸린 사례도 98건과 55건에 달한다. 일몰 뒤 입산금지 규정을 어긴 야간산행도 10건이 적발됐다.
국립공원관리공단 관계자는 "음주 추태나 고성방가 등은 거의 사라졌지만, 불법취사나 야영은 여름만 되면 되풀이 된다"며 "다른 사람의 발길이 닿지 않는 곳에 텐트를 치고 라면·커피 등을 끓여 먹는 것을 스릴이나 자랑거리로 여기는 그릇된 탐방문화는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국립공원관리공단은 적발된 사범에 대해 자연공원법에 따라 5만∼10만원의 과태료를 물리고, 경미한 사안에 대해서는 지도장을 줬다.
지도장을 받으면 전국 국립공원이 공유하는 전자결재시스템에 기록이 남아 추가 위반시 과태료 대상이 된다. (연합뉴스)